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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죽음의 시작에서 만난 ‘삶’이라는 빛 <밤의 문이 열린다>(2019)

2020년 0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공장과 오래된 다세대 주택 단지를 오가며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혜정(한해인). 동료의 사랑 고백도 사치로 여길 만큼 혜정에게 삶은 무의미한 시간이다. 이상한 기운과 함께 잠든 혜정이 다음날 마주하게 된 것은 자신의 싸늘한 시신. 죽음의 원인도 모른 채 유령이 돼 떠돌던 혜정은 하루하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을 하나둘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옆방에 사는 효연(전소니)이 그 의혹 한가운데 있음을 알게 되고, 문득 그녀가 사채로 힘들어하고 있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오히려 삶을 이해하고자 한 것일...

일상이란 이름의 시 한 편 <서정의 세계>(2018)

2020년 0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겨울 방학 직전, 시를 발표하는 수업에서 서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선생님은 반 친구들에게 서정을 응원해 주라고 하지만, 오히려 친구들은 서정 때문에 방학을 못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어떻게 시를 써야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서정은, 우연히 우체국에 가는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시상의 소재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분명 익숙한 것, 하루에도 몇 번씩 의미 없이 지나치던 것들인데 문득 고개를 돌리면 무심코 지나친 자신이 민망할 정도로 찬란한 것들을 대면할 때가 있다. 단편 영화 ...

살아남기 위한 수단 혹은 희망 <거인>(2014)

2019년 1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보호 시설인 그룹홈에서 살고 있는 열일곱의 영재(최우식). 영재는 시설에서 나가야 할 나이가 됐지만 무책임한 아빠와 울보 동생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두렵다.  시설에 좀 더 머물기 위해 모범생처럼 굴고 주위 사람들에게 살갑게 대하지만, 뒤로는 물건을 훔쳐 팔며 하루하루 버틴다. 그러나 무책임한 아빠는 오히려 동생까지 시설에 맡기려 하고, 도둑질이 들통나며 시설에서의 생활이 위태로워진 영재는 분노와 절망의 매일을 보내게 된다.  최근 청소년기의 좌절과 슬픔 그리고 성장을 그린 독립 영화가 다수 제작됐다. 이전까지 가족...

익명성 뒤에 흔들리는 가상과 현실 <소셜포비아>(2014)

2019년 10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경찰 지망생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은 한 군인의 자살 기사에 악플을 달아 수많은 네티즌의 분노를 샀던 인물 레나를 처단하려는 모임에 참여한다. 그들은 실시간 방송까지 진행하며 레나의 집에 쳐들어가지만 레나는 이미 싸늘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지웅은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용민과 함께 레나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한다. <소셜포비아>는 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한 선수의 SNS에 악플을 남긴 여성에 분노한 몇몇 남성들이 그녀의 집 근처에 모였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가상의 공간뿐만 아니라 현실마저 파괴...

사랑을 향한 유쾌 발랄 도전기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2015)

2019년 09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 박강아름(박강아름)은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왜 남자친구가 없는 걸까?”, “이제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박강아름 감독이 8년에 걸쳐 촬영한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시기적인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이 주를 이루다 보니,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뭔가 좀 낯설게 느껴진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좌충우돌 실제 수난기를 바라보고 있자면, 내가 대신 민망해지는 순...

장애 동생과 비장애 언니의 성장 일기 <어른이 되면>(2018)

2019년 08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생각 많은 둘째 언니’ 혜영은 18년간 중증 발달장애로 시설에 머물고 있던 막냇동생 혜정을 찾아간다. 혜영은 시설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인권 침해 문제를 마주하며 주변 보호자들과의 연대도 고민하지만, 결국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온다. 혜영은 동생을 데리고 나오기만 하면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하루하루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에 당혹감을 금치 못한다. 과연 둘의 삶은 잘 유지될 수 있을까? 혹시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어른이 되면>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혜영 감독이 20년 가까이...

‘보이지 않음’을 보여 주는 공포 <레베카>(1940)

2019년 07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어느 평범한 미국인 여성(조안 폰테인)은 휴가차 방문한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맥심(로렌스 올리비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맥심과 함께 그의 저택에서 지내게 됐는데, 그곳은 첫날부터 뭔가 음습하고 기괴하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그녀를 지켜보는 집사 댄버스 부인(주디스 앤더슨)을 비롯해 저택의 모든 것들이 맥심의 죽은 전처 레베카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 근처에서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 저택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게 된다.서스펜스 스릴러 분야의 대작으로 손꼽히는 <레베카>는 인물간의 미묘한 심리 관계, 점층적으로 고조...

음식으로 전하는 화해와 회복 <바베트의 만찬>(1987)

2019년 06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마티나(버짓 페더스피엘)와 필리파(보딜 키에르)는 마을 신앙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자매다. 어느 날 바베트(스테파니 오드런)라는 여인이 찾아와 유명한 오페라 가수 파핀(장 필립 라퐁)의 편지를 전한다. 필리파는 보수적인 청교도 목사였던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파핀을 떠올리며, 바베트를 들이고 그녀와 함께 지내게 된다. 수년 후 큰돈이 생긴 바베트는 자신의 요리 솜씨로 두 자매의 돌아가신 아버지 기일을 챙기겠다고 선언한다.최근 음식과 관련된 영화가 부지기수로 제작되고 있다.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카모메 식당>, <리틀 ...

채플린이 말한 웃음과 희망의 가치 <모던 타임즈>(1936)

2019년 05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하루 종일 공장에서 기계처럼 일하다가 신경 쇠약에 걸린 한 공장 노동자(찰리 채플린)는 파업 시위의 주동자라는 오해를 받아 수감됐다가 모범수로 풀려난다. 그러나 그는 자본가들의 모욕과 생활고에 지쳐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궁리를 한다. 그러던 중 부모를 잃고 굶주린 소녀(파울레트 고다드)를 만나면서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즈> (Modern Times)는 알아도, 그가 산업화가 시작된 미국의 자화상을 누구보다 적나라하게 담아낸 영화감독이었...

소멸하는 것의 쓸쓸함을 담다 <선셋 대로>(1950)

2019년 04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는 무명 시나리오 작가 조 길리스(윌리엄 홀덴)는 압류당할 위기에 놓인 차를 선셋 대로에 주차하다가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를 만난다. 조가 시나리오 작가임을 알게 된 노마는 자신의 전기를 부탁하고, 조는 노마의 저택에 머물게 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연인이 된 두 사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노마가 과거 화려했던 은막의 기억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들 사이에 위기가 찾아온다.무성 영화 배우의 쇠락과 재기를 그린 <아티스트>,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다음 세대에게 내줘야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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