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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소멸하는 것의 쓸쓸함을 담다 <선셋 대로>(1950)

2019년 04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는 무명 시나리오 작가 조 길리스(윌리엄 홀덴)는 압류당할 위기에 놓인 차를 선셋 대로에 주차하다가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를 만난다. 조가 시나리오 작가임을 알게 된 노마는 자신의 전기를 부탁하고, 조는 노마의 저택에 머물게 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연인이 된 두 사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노마가 과거 화려했던 은막의 기억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들 사이에 위기가 찾아온다.무성 영화 배우의 쇠락과 재기를 그린 <아티스트>,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다음 세대에게 내줘야 하는 ...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안녕하세요>(1959)

2019년 03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아침이 시작되는 일본의 한 마을. 마주 보고 있는 주택 단지의 정겨운 비질 소리, 바쁘게 마을을 통과하는 기차 소리로 일상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방귀 뀌기 장난을 치며 등교하고, 어른들은 언제나 그렇듯 “오하요”(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한다. 평범함이 반복되던 어느 날, 장난꾸러기 형제 미노루와 이사무는 부모님께 TV를 사 달라고 졸랐다가 거절당한 후 침묵으로 반항하고, 마을에는 부녀회 회비를 둘러싼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일본 모더니즘 영화를 대표하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9년 작 <안녕하세요>는 TV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

‘영화가 사랑한 영화’를 위해 <카사블랑카>(1948)

2019년 0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약 1년 전 미국 댈러스 경매장에서 영화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남은 이탈리아어 포스터가 경매됐다. 영화 포스터로는 사상 최고 금액인 47만 8,000달러(약 5억 400만 원)에 낙찰됐는데, 이는 <런던 애프터 미드나잇>이 2014년 경매에서 낙찰된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라 한다. 영화의 화제성이나 포스터 자체의 희귀함, 그 위에 대중의 변치 않는 사랑을 한 겹 더 입은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개봉 당시 <카사블랑카>는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국제 정서가 가져온 시대의 서늘함과 그 안에 담긴 애절하고도 ...

그래도 삶은 희망을 품는다 <자전거 도둑>(1948)

2019년 0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빛바랜 흑백 필름 속, 한 남자가 하염없이 자전거를 찾아 헤맨다. 그를 따라나선 어린 아들은 연신 땀을 닦으면서도 부지런히 아버지의 발걸음을 좇는다. 이들이 그토록 찾고자 하는 것은 낡고 덜그럭대는 중고 자전거지만, 이 자전거를 찾느냐 못 찾느냐의 문제는 곧장 이들 가족의 생사와 연결된다. 그들의 공허한 눈빛은 어느덧 간절한 기도가 되고, 이들의 땀과 뜀박질, 건조한 회색 도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비극의 시기를 마주하게 한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어렵사리 포스터 붙이는 일...

기억 속의 예술과 여정 그리고 사람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8)

2018년 1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벨기에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젊은 사진작가 JR은 포터 트럭을 타고 프랑스 전역을 누비는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역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통해 소환된 사람들의 기억은 영화를 지탱하는 묵직한 스토리가 되고, 그들의 사진은 건축물 위에 아름답게 치장된다. 어느덧 도시는 삶의 회한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생명력 넘치는 갤러리가 된다. 아녜스 바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모두의 이야기를 끌어안는 다큐멘터리스트다. 2000년대 이후 그녀의 작품 <이삭 줍는 사람과 나>(2000...

영화로 만나는 빈센트 반 고흐 <러빙 빈센트>(2017)

2018년 1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아버지의 부탁으로 1년 전 사망한 빈센트 반 고흐의 집을 찾아 나선 아르망(목소리: 더글러스 부스). 아르망은 빈센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와 함께,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비밀을 조심스레 추적해 가다가 마을 구석구석에서 생전의 빈센트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러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빈센트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된다. <러빙 빈센트>는 개봉과 동시에 기술적인 부분으로 주목받았다. 배우의 연기를 촬영한 후, 그림으로 옮기는 로토스코핑(rotoscoping) 기법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인물 동작을 구현해 냈을 뿐만...

그렇게 소녀는 어른이 돼 간다 <레이디 버드>(2018)

2018년 10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자신을 ‘레이디 버드’로 불러 달라는 소녀 크리스틴(시얼샤 로넌). 그녀는 학생 회장 당선보다 선거 준비 과정이 더 즐겁고, 수학 성적은 바닥이지만 수학 올림피아드에는 나가고 싶은, 조금은 독특하고 꿈 많은 소녀다. 그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꿈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나도 크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자신의 꿈을 우습게 여기는 엄마와 지긋지긋한 새크라멘토를 떠나 화려한 뉴욕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프란시스 하>를 통해 가난한 청춘의 삶을 개성 넘치는 유머로 보여 준 배우 그레타 거윅은 첫 연출작 <...

삶은 예술이고, 예술의 완성은 사랑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2011)

2018년 09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바이올리니스트 나세르 알리 칸(마티유 아말릭)은 첫사랑에 대한 지극한 마음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세계적인 뮤지션이다. 그러나 아끼는 바이올린이 부서지던 날, 첫사랑에 대한 아픔과 우울로 인해 죽음을 결심하게 된다. 죽음을 기다리는 하루하루, 그는 지나간 추억과 기억을 만나게 되고, 여섯째 날 인생의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은 삶과 예술,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카툰 작가 및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하는 이란 출신의 마르잔 사트라피는 실사 영화에 만화적 색감을 덧입혀 이란의 이국적 풍경을 아...

역으로 다가온 디지털의 공포 <블랙 미러 시즌4 : 아크 엔젤>(2017)

2018년 08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블랙 미러>는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인간의 어긋난 욕망이라는 소재를 다소 어둡고 기괴하게 풀어낸 영국의 판타지 드라마다. TV 칼럼니스트 찰리 브루커의 기획으로 2011년 시즌1이 방영됐고, 현재 시즌4까지 제작된 상태다. 각 시즌은 3~6부작 정도의 한 시간 남짓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조 라이트, 댄 트랙턴버그, 조디 포스터 같은 실력파 감독들이 대거 투입돼 작품성과 완성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그중 시즌4의 에피소드인 <아크 엔젤>은 ‘감시’라는 소재로 디지털 시대가 가진 침범과 권력의 단면을 다룬다. 하나뿐인 딸 사...

미국을 바라보는 유머러스한 통찰 <다음 침공은 어디?>(2016)

2018년 07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전 세계를 침공해 미국에 필요한 것들을 훔쳐 오는 일명 ‘비밀리에 투입된 전사’(?)다. 그는 교육 수준 1위를 자랑하는 핀란드, 무상 교육을 실시하는 슬로베니아, 미슐랭 3스타급 급식을 제공하는 프랑스, 8주 유급 휴가를 보장하는 이탈리아 등을 돌며 훌륭한 복지, 의료, 교육 제도를 살피고, 이를 약탈해 미국으로 가져가기로 선언한다. 그렇게 9개국을 하나하나 정복해 가던 마이클 무어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다음 침공은 어디?>는 엉뚱한 발상과 위트로 감싼 다큐멘터리다. 감독 마이클 무어는 역동성과 작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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