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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 뒤에 흔들리는 가상과 현실 <소셜포비아>(2014)

2019년 10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경찰 지망생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은 한 군인의 자살 기사에 악플을 달아 수많은 네티즌의 분노를 샀던 인물 레나를 처단하려는 모임에 참여한다. 그들은 실시간 방송까지 진행하며 레나의 집에 쳐들어가지만 레나는 이미 싸늘하게 죽은 채로 발견된다. 경찰 시험을 준비하던 지웅은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용민과 함께 레나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한다.
<소셜포비아>는 올림픽 결승에서 패배한 선수의 SNS에 악플을 남긴 여성에 분노한 몇몇 남성들이 그녀의 집 근처에 모였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 가상의 공간뿐만 아니라 현실마저 파괴되는 현대 사회의 서늘한 단면을 그린 영화다. 스릴러 형식의 긴장감에서 발생하는 영화적 묘미를 발판 삼아 청년들의 불안과 더불어 소셜 네트워크의 익명성이 비추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 진지하게 다가간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자신의 정체뿐 아니라 실수조차 없었던 것 마냥 ‘리셋’할 수 있다. 반면 이런 익명성의 그늘에 안주하며 익숙해지는 순간 죄의식은 하염없이 둔감해진다. 단순하게 즐기기 위해 혹은 관심받기 위해 악의 없이 했던 행동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흉기로 변해 버리는 곳, 바로 그늘진 온라인 세계가 아닐까.
이렇듯 <소셜포비아>는 익명성 뒤에 감춰진 폭력이란 이름을 ‘마녀사냥’, 혹은 ‘현피’라는 소재를 사용해 현실 세계로 넘어오게 한다. 영화는 온라인상에서 가상으로 시작된 폭력이 현실의 물리적 폭력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극 중 레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지웅은 쓸쓸히 고백한다. “그런데 현실도 똑같았다는 거잖아.”
어쩌면 이 대사에는 온라인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의 거울일지도 모른다’라는 감독의 고민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든 가상의 세계는 끊임없이 투쟁하는 현실과 닮아 있고, 현실은 점점 익명성과 거짓을 뒤집어 쓴 온라인의 모습과 닮아 간다. 결국 공포에 휩싸인 지웅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더 이상 구분이 불가능해진 온라인 세계와 현실 세계에 대한 혼란 그 자체를 대면하게 한다.


Vol.177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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