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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작에서 만난 ‘삶’이라는 빛 <밤의 문이 열린다>(2019)

2020년 0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공장과 오래된 다세대 주택 단지를 오가며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는 혜정(한해인). 동료의 사랑 고백도 사치로 여길 만큼 혜정에게 삶은 무의미한 시간이다. 이상한 기운과 함께 잠든 혜정이 다음날 마주하게 된 것은 자신의 싸늘한 시신. 죽음의 원인도 모른 채 유령이 돼 떠돌던 혜정은 하루하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죽음과 관련된 사건들을 하나둘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옆방에 사는 효연(전소니)이 그 의혹 한가운데 있음을 알게 되고, 문득 그녀가 사채로 힘들어하고 있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오히려 삶을 이해하고자 한 것일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각자의 사연에 따라 맞닿아 있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뒤엉킨 시간 속에 맞닿아 있는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는 삶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이 영화는 호러,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특히 죽음과 함께 ‘유령’의 시간을 영화 전 무대에 등장시키고, 긴장감이 도는 사운드나 삐걱거리는 문, 깜빡이는 형광등의 이미지 등 호러 영화의 주요 관습을 대거 등장시킨다. 이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이, 방심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호러 영화의 특징과 너무도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
영화는 오프닝과 동시에 유령의 시간을 언급한다. 인간이었을 때 오히려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던 혜정은 유령이 되고 나서야 소멸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이는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살아 있음에 대한 갈망의 움직임이다. 그 간절한 모습 때문에 오히려 인간이었을 때의 삶이 죽은 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과거를 돌아보는 유령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 있는 지금 얼마든지 과거를 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과거로 이행하며 주변을 다시금 돌아보고, 지나치던 것들을 되새기며 타인을 이해할 수 있었던 혜정처럼 말이다. 사랑이 의미 없다고 말하던 혜정은 영화 후반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무엇이 혜정을 변화시켰을까.
나 또한 오늘을 돌아보고 기억해 본다. 항상 곁에서 힘이 돼 주는 누군가를 기억하고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그리고 또 다음 삶을 살아가기 위해.


Vol.181 2020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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