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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이 된 관계의 끝 <결혼 이야기>(2019)

2020년 05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결혼 이야기>(2019)는 뛰어난 배우들의 역량과 조합으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오징어와 고래>, <마고 앳 더 웨딩>, <위아영>,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등을 통해 가족 간의 미묘한 갈등과 복잡한 감정에 대해 다뤄 온 노아 바움백 감독의 최신작이다.
LA 출신 배우인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극단을 운영하는 연출가 찰리(애던 드라이버)과 함께 아들 헨리를 키우며 뉴욕에서 산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TV 출연도 거절하고 남편의 극단에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지가 커지고 명성을 얻는 남편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가 답답하기만 하다.
니콜은 배우의 역할 그리고 남편과 아이, 가정을 챙기는 아내의 역할이 뒤섞여 혼란을 겪던 와중에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다. 그후 그녀는 TV 출연을 수락하고 사라진 자신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원만한 이혼을 바랐던 이들 부부는 아들의 양육권을 두고 법정 소송을 하면서 치졸하고도 처절하게 싸운다. 이혼 과정을 그리는 이 영화의 제목이 왜 ‘결혼’ 이야기일까?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급급했던 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둘의 역학 관계를 결혼의 끝자락에 와서야 되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 말미에 찰리는 니콜이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썼던 글을 우연히 읽게 된다. 찰리는 이혼을 준비하는 중에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는 니콜의 마음을 확인한다. 그녀는 다만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찰리의 보조역을 그만두려는 것이었다.
모든 인간관계에 존재하는 주도권은 특히 부부 관계에서 고착되기 쉽다. 니콜처럼 확신이 서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은 주로 양보하고, 찰리처럼 원하는 게 확실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 결정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결혼은 기한에 정함이 없는 생활이다. 오랜 기간 용납받던 관성에 취한 찰리의 불찰이 결혼의 마침표를 찍게 했다. 그는 이혼하고 나서야 뮤지컬 <Company>의 ‘Being Alive’를 부르며 비로소 결혼 생활이 무엇인지 절감한다.
영화 <결혼 이야기>는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결혼 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혼 후에도 여전히 함께 결정해야 할 여러 사안과 복잡한 감정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면서….

Vol.184 202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