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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혀도 또 뭉치는 가족의 비밀 <남매의 여름밤>(2020)

2020년 11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이삿짐이 실린 아빠의 봉고차에 몸을 실은 중학생 옥주와 남동생 동주는 할아버지 댁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할아버지의 병색이 짙어졌다는 소식에 남매의 고모 미정도 들어온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다섯 명은 무더운 여름을 함께 보내게 된다. 
2015년 영화 <불꽃놀이>를 연출하고, <남매의 여름밤>으로 첫 장편 데뷔를 한 윤단비 감독에게는, 평범한 일상에서 감지되는 작은 변화를 깊이 들여다보는 특별한 눈이 있다. 병기는 낮잠 자는 아들을 보고 어렸을 적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장난과 같은 장난을 치고, 배우자와의 불화로 힘들어하는 동생 미정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 준다. 미정은 옥주와 남자를 보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고, 옥주는 아빠가 파는 짝퉁 운동화를 몰래 거래하다가 들킨다. 관객들은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 속에서, 어린 남매와 어른 남매의 교차되는 추억을 관조하게 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채워 주는 이 가족 관계 속에 단 하나의 부재가 있는데, 그것은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려운 엄마의 자리다. 동주는 헤어진 엄마와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선물도 받아 오지만, 옥주는 “자존심도 없냐”라며 동주를 타박한다. 어느 날 밤, 옥주는 할아버지가 혼자 듣고 계신 트로트 노래 “미련”을 몰래 같이 듣는다. 미정에게 “고모도 엄마가 보고 싶으냐” 하고 물었던 옥주는 “미련”을 들으면서 엄마를 떠올렸을까?
이제 겨우 친근해진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자, 옥주는 말없이 장례식장을 지키다 잠이 든다. 장례식장에 찾아온 엄마와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식사하는 꿈을 꾸다가 눈을 뜨고, 그 사이 엄마가 왔다 간 것을 알게 된다. 옥주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하고서야 비로소 엄마가 보고 싶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옥주와 동주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가정이 아니라, 그저 보고 싶을 때 서로를 볼 수 있는 가정이었다.
“날 때와 죽을 때, 울 때와 웃을 때, 슬퍼할 때와 춤출 때가 있다”라는 전도서의 말씀처럼 동주, 옥주, 미경, 병기는 각자의 때에 맞게 만남과 다툼, 웃음과 헤어짐을 경험하면서 한여름 햇볕을 받은 식물같이 한 뼘 더 성장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딪힘 가운데서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시 뭉치고 위로하는 가족의 비밀을, 영화를 통해 느껴 보길 바란다.


Vol.190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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