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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면 지는 거니까 <아이 캔 스피크>(2017)

2021년 04월 박일아(영화 평론가)

옥분(나문희)은 동네 여기저기를 참견하며 불법 행위 신고를 비롯해 무려 8천 건의 민원을 넣어 공무원들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할머니다. 옥분 할머니의 동네에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 주임이 전근을 오면서 두 사람은 신경전을 펼친다. 어느 날, 박 주임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목격한 옥분은 그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고, 결국 그녀는 민원을 넣던 열정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쎄시봉>, <시라노 연애조작단>, <광식이 동생 광태>, 등을 연출했던 김현석 감독의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아이 캔 스피크>는 2007년 미국 의회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김군자 할머니의 실화를 담았다. 영화는 조심스럽고 무거울 수밖에 없는 위안부라는 소재를, 현대의 정서에 맞게 깊은 울림을 주기 위해 영리하게 접근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극성맞은 옥분과 ‘적당하게’를 외치는 공무원들과의 마찰이 익살스럽게 묘사되며 관객을 무장 해제시킨다. 그러나 옥분이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고 싶었던 진짜 이유가 드러나면서, 박 주임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과 관객은 그녀에게 미안해진다.
옥분 할머니가 공무원에게 불법 행위를 단속하라고 호통치고 작은 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던 이유는, 위안부를 비롯한 국민을 지켜 주지 못했던 나라를 향한 고발이자 지적이 아니었을까. 나아가 영화는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정작 자신들의 영어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절차와 법규를 공부해 공무원이 된 젊은이들은 과연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되돌아보게 한다.
위안부 과거를 숨겨 왔던 옥분은 위안부 시절, 자살하려는 자신을 살게 한 친구 정심이 죽자 60년간의 침묵을 깬다. 즉 자신이 정심을 대신해 일본군 위안부 청문회에서 증언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미국이라는 낯선 공간과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외국인들 앞에서, 누구도 진실을 왜곡할 수 없도록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옥분의 모습은 모두를 숙연하게 한다.
우리도 성경에 기록된 말씀을 통해 죄의 종이었던 치욕의 시절을, 불순종을 통해 겪은 수모의 역사를 기억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옥분처럼 당당히 전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Vol.195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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