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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감상

He Qi (何琦)의 중국식 성화

2014년 03월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요즘은 중국에서도 기독교 미술로 전시회가 가끔 열리지만 이전에는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삼자교회라고 정부에서 허락한 공식적인 교회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기독교 신앙은 여전히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불모지에 He Qi와 같은 기독교 미술 작가가 나타나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하겠다.
He Qi는 1950년에 남경에서 출생했다.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지방에 내려가 노역에 종사하면서 모택동의 초상을 그리기도 했는데, 1988년에 처음으로 주님을 만나 기독교 주제의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1992년에는 중국 본토에서 최초로 기독교 미술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후에는 남경의 신학대학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현재 미국 거주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He Qi의 성화 속 인물들은 대개 중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자연이나 풍물이 배경이 아니라 중국의 자연과 풍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이색적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강렬한 붉은 색을 즐겨 사용했으며, 인물에는 약간의 변형을 가해 코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국의 인물들로 자국의 풍물 속에서 기독교 주제의 그림을 그리는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 기독교 미술에서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여기서는 가나의 혼인잔치와 부활 이후에 무덤 앞에 이른 세 여인을 그린 두 점만 보고자 한다. <가나의 혼인잔치>는 이전에 유럽에서 많이 그려지던 주제인데, 여기서는 마치 중국인 집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표현돼 있다. 앞에는 두 남녀가 술통에 술을 붓고 있는데, 술독에 주(酒)라는 한자가 쓰여 있다. 위에는 신랑과 신부가 함께 술잔을 들고 있는데 위스키 잔을 들고 있는 것이 코믹하다. 신부 오른쪽에는 희(囍)라는 한자가 쓰여 있고, 왼쪽에는 중국식 등이 달려 있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이 오래된 주제를 완전히 중국식으로 바꿨는데, 인물 하나하나와 사물들을 밝고 화려한 채색으로 처리했다. 특히 인물들은 발갛게 홍조를 띈 앙증맞은 모습으로 묘사해 매우 귀엽게 느껴진다.
한편 <무덤에 도착한 세 여인>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처음으로 무덤을 찾은 세 명의 여인 즉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또는 요안나)를 그린 것이다. 이들에 의해 예수님의 부활하심이 제자들에게 알려지게 됐으므로 중요한 순간을 그린 그림이다(막 16:1; 눅 24:10).
작가는 세 여인이 무덤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으로 표현했는데, 나란히 달음박질하는 모습이라 적극적인 태도와 사모하는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는 전체가 푸른색을 주조로 하고 있으며, 세 여인이 쓴 예쁜 모자의 장식과 백합과 나비가 눈길을 끈다.
세 여인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작가는 운동감이 넘치면서도 모자와 의상 그리고 신발 등을 통해 중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으며, 나아가 동양적인 미를 화면 가득히 발산하고 있다. 기독교 불모지인 중국 땅에도 He Qi를 통해 중국적인 성화들이 등장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보이게 됐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 jungheehans@hanmail.net


<가나의 혼인잔치>, He Qi, 2001, 작가 소장

<무덤에 도착한 세 여인>, He Qi, 2001, 작가 소장

 

 

 

Vol.110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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