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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감상

주여, 제 영혼을 받아 주소서

2014년 08월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신앙인이 주님께 드릴 수 있는 최고의 헌신은 무엇일까? 내 생명은 주님께 있음을 고백하며, 그분께 다시 내 생명을 돌려 드릴 수 있는 믿음이 아닐까? 목숨까지도 다 드려 그분께 충성하는 것은 그야말로 온전히 모든 것을 드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 시대에 극심한 탄압에 저항해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은 빛도 들어오지 않는 카타콤의 지하 동굴에서 평생을 살았으며, 때로는 붙잡혀 십자가에 달려 죽거나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사자의 밥이 되기도 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굶주린 사자에게 찢긴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런 고통과 두려움을 그림으로 그린 사람들이 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장 레옹 제롬(Jean-Leon Gerome, 1824~1904)은 신고전주의 화가이면서 살롱에 출품해 인기를 얻은 오리엔탈리즘을 추구했던 화가다. 터키, 이집트,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러 번 여행하며 본 이국적인 풍물을 에로티시즘과 결합해 표현함으로써 유럽인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인상주의나 사실주의를 따르지 않고, 신고전주의 화풍을 선호하면서 평생 자신만의 화풍을 유지시켜 나갔다.
제롬은 <기독교 순교자들의 마지막 기도>에서 경기장 안에 모여 앉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신자들을 애처롭게 묘사하고 있다. 신자들을 멀리 보이게 배치하고, 가까이에는 사나운 사자를 부각시키고 있어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 멀리는 이미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사람들로 인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 뒷 배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게임을 즐기듯 바라보는 구경꾼의 모습으로 대비되고 있어 인간의 잔인함과 가학성을 그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는 같은 주제를 다른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표현주의를 표방해 강렬한 색채 사용과 심하게 변형한 인물 묘사로 사실적인 제롬의 그림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후에는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를 여행했는데, 우리나라에도 들러 한국인을 그린 작품들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의 작품 <순교자>에서는 이미 신자들이 사자에게 물려 피를 흘리고 있으며, 활처럼 휘어진 몸은 체념의 상태를 보여 준다. 잔인한 표정의 사자들과 그 뒤로 멀리 보이는 관객들은 마치 작은 악마들처럼 이 장면을 즐기고 있다. 또한 신자들이 흘리는 붉은 피와 배경에 보이는 붉은 긴 띠가 조응해 인간 죄악의 무거움과 격렬함을 드러내고 있다. 에밀 놀데는 사물들을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으나 그 강렬한 색채와 거친 필선이 오히려 현장의 잔혹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순교 또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로마 시대 이래로 계속된 박해는 오히려 더 많은 신자를 낳게 했으며, 마침내 오늘과 같은 신앙 자유의 시기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서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박해가 이어지고 삶의 순교 또한 요구되는 이때에 우리는 각자의 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 jungheehans@hanmail.net


장 레옹 제롬, <기독교 순교자들의 마지막 기도>, 1883, The Walters Art Museum

에밀 놀데, <순교자>, 1921, 에밀 놀데 재단, 독일

 

Vol.115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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