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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감상

영원으로부터 온 생명

2014년 10월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매우 혼란스럽고 변화가 많으며 각박하다. 주님을 믿는 우리는 그 어려움 속에서도 천국에 대한 소망을 품고, 현실 너머에 있는 영원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생명과 우주에 가득한 하나님의 사랑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대 작가인 안기순은 이런 영원한 생명에 대한 염원을 계란, 즉 알로 표현했다. 알은 생명의 원천이며 끝없이 이어지는 연속성의 상징이다. 균형과 조화의 이미지도 있으며, 영원으로부터 온 생명력을 나타낸다.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은 소우주이며, 후에는 우주가 되기도 한다. 안기순 작가는 알을 통해 영원한 존재에 대한 갈망을 표현했다.
안 작가는 학부에서 한국화와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이후 오랜 기간 디자인 분야에 종사해 왔기에 컴퓨터 그래픽 기법 또한 잘 활용하고 있다. 9개로 나눈 구획 속에 알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화려한 색감에 의해 생명과 영원성에 대한 작가의 갈구가 아름다움과 회화성으로 나타난다.
실제 하얀 벽면에 걸린 이 작품은 세련미와 현대적인 도시의 미를 겸비하고 있다. 차가운 빌딩의 사무실 안에서도 우리 안에 내재하고 있는 생명력과 운동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안기순 작가가 표현의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반복과 모방, 그리고 색의 변화라는 기법은 팝아트라는 양식을 유행시킨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워홀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코카콜라나 캠벨수프와 같은 것을 무한히 반복해 표현함으로써 대중문화나 소비문화가 새로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준 장본인이다.
대중 소비사회의 미학을 드러낸 이 작가도 원래는 가톨릭 신자였다. 매주 교회를 다니는 교인이었지만 기독교 주제를 작품화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아마도 작가로서 기독교 주제를 다루기보다는 현대 대중문화의 본질 표현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여기에 소개한 워홀의 작품 역시 알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1982년 부활절 기념으로 만든 연작물 중 하나다. 워홀은 반복이나 변형의 기법보다는 구성이나 색을 통해 추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상하고 아름다운 알들이 마치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 밖에도 예수상, 마리아, 최후의 만찬 등의 전통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해골까지도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 작품이 최후의 만찬을 주제로 했다는 사실은 그의 의식의 일면을 보여 준다.
두 작가는 모두 이 혼란스런 세상에서도 영원과 생명을 바라보는 희망적인 시각을 견지하고자 했으며, 그것을 팝아트의 반복과 변형의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생명의 기쁨을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통할 수 있는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언어로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현대미술을 연결시켜 새롭게 접목시키고자 했던 두 작가의 시도가 돋보이는 화면들이다.
- jungheehans@hanmail.net


안기순, <Life Force from the Eternity>, 2009

앤디 워홀, <달걀>, 1982, 앤디 워홀 시각예술재단

 

Vol.117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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