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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이 품은 또 다른 모습 <서울역>(2016)

2016년 1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집을 나온 혜선(목소리 심은경)은 자신을 원조교제에 이용해 돈을 벌려는 남자친구 기웅(목소리 이준)과 서울역 근처 허름한 여관에서 지내고 있다. 딸을 찾아 나선 혜선의 아버지 석규(목소리 류승룡)는 서울역까지 오게 되는데, 한 노숙자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가 퍼지며 순식간에 서울역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서울역>은 최근 개봉한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흥행에 성공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연 감독의 작품은 대부분 어른들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까발려 보여 주는 냉소의 현실 그 자체다. 특히 <서울역>은 호러 장르의 주요 소재인 ‘좀비’를 전면에 드러내며 사회 비판적 시선과 결합한 묵시론적 메시지에 가깝다.
<서울역>은 쫓고 쫓기는 단순한 서사구조이지만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관통하는 장소인 서울역이 주는 풍경 그 자체만으로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자본을 상징하는 화려한 건물과 남루한 건물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공간이며, 끊임없이 집회가 열리는 장소이자, 노숙자들이 모여 잠을 청하는 곳이기도 하다. 즉 서울역은 모든 인간 군상이 모인 작은 한국 사회다.
여기서 감독은 좀비를 끌어와 ‘현대 사회의 재난’의 의미로 사용한다. 연 감독은 뱀파이어보다 좀 더 서민적인 느낌이 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라는 설정 자체에 사회적 함의가 들어있다고 생각해 좀비라는 소재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 함의는 바로 ‘사회적 편견 아래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시선일 것이다. 감독은 편견의 시선 속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로 노숙자를 설정하고 좀비가 주는 통설적인 공포를 부여한 후, 서울역이라는 공간에 풀어놓고 “과연 이 작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벌어지는 일들은 예상보다 훨씬 끔찍하고 적나라하다. 역사 직원, 경찰, 전경 등 이 사회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이들은 무력하기 그지없고, 사람들은 철저한 개인의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오히려 남을 돕기 위해 나서는 이들은 허무하게 희생된다. 그렇기에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혹은 어떠했는지를 묻는다. 어쩌면 그동안 외면하고자 했던 우리의 끔찍한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것, 그것이 진짜 지옥일지도 모르겠다.

Vol.143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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