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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피어나는 감미로운 블루 <본 투 비 블루>(2016)

2017년 10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한때 웨스트코스트 쿨 재즈로 명성을 날렸던 쳇 베이커(에단 호크)는 현재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술가로서의 고독과 갈증은 끊임없이 그의 영혼을 좀먹었지만, 그런 그의 곁을 지키는 제인(카르멘 에조고)의 노력으로 재기의 길에 오르게 된다.
<본 투 비 블루>는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1960년대 삶을 중심으로 성공과 몰락의 시기를 함께 넘나들며 재기를 노리는 그의 열정에 주목한다. 동시에 예술가로서 끝없이 채우고자 했던 심연의 공허함과 원초적인 우울함의 정서 또한 재즈의 선율로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재즈에 심취한 청소년기를 보낸 로버트 뷔드로 감독은 2009년 『쳇 베이커의 죽음』이라는 단편을 완성했을 정도로 쳇 베이커에 주목해 왔다.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는 1929년 오클라호마 태생으로, 1952년 찰리 파커의 오디션에 발탁돼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약물에 의존해 1988년 암스테르담에서 추락사한다. 당시 쳇 베이커가 주목받은 이유는 출중한 외모 덕이기도 했지만, 흑인의 전유물로 여겨진 재즈계에서 백인 연주자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그가 느꼈을 열등감과 두려움 또한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본 투 비 블루>는 상당수 허구로 구성돼 있다. 실존 인물을 다룰 때면 당연시되는 일대기 형식을 감독은 왜 거부한 것일까. 쳇 베이커의 생애는 다큐멘터리 <렛츠 겟 러스트>로도 다뤄진 바 있다. 하지만 그 작품은 실제 쳇 베이커의 삶을 왜곡 혹은 미화했다는 혹평을 들었다. 그에 비해 <본 투 비 블루>는 당시 쳇 베이커가 느꼈을 예술가로서의 고민의 흔적을 상상하고 재조립하는 가운데,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진짜 내면의 삶을 꺼내 볼 수 있게 한다.
감독 역시 쳇 베이커의 음악과 정체성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밝힌 바 있다. 기록된 외면의 이야기가 새로운 상상과 맞물려, 과거의 영광과 현실의 웅덩이 속에서 끊임없이 예술을 갈구했던 쳇 베이커의 내면을 흐릿하게나마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본 투 비 블루>는 그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사랑의 흔적과 블루(우울)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는 극 중 가상 인물인 제인과의 사랑을 통해 만들어 가는 감정으로 승화되고, 사랑과 위안 또한 예술가의 고독과 두려움의 선율이 돼 영화를 감미롭게 채워 간다.

Vol.153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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