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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클리닉

과거에 붙들려 살지 말라

2018년 01월 4주 (2018-01-28)

 1962년 미국, 정신과 레지던트인 다니엘 오퍼와 동료들은 14세 소년 73명을 모집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부모에 대한 느낌, 부모의 훈육 방법, 가정환경, 성 정체성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인터뷰를 했다. 34년 후에 인터뷰 대상자들이 48세가 됐을 때, 다니엘 오퍼는 그들을 다시 모아서 10대 시절을 기억해 보라고 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는데, 34년 전의 기록과 일치되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현재 회상한 내용을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10대가 외향적이었다고 회상한 사람은 대부분 14세 때는 수줍고 내성적이라고 대답했다. 또 부모와 사이가 매우 좋았다고 기억하는 사람도 10대에는 부모와 갈등이 많다고 대답했다. 사실이 아니라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던 것을 사실처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의 전환기에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과거로부터 탈출이다. 퇴직 이후 남자들은 과거의 포로가 돼 있을 때가 많다. 지나온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의 과거는 성공으로 가득 차 있으며, 아름다운 추억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여기고 싶은 기억들만 편집해서 붙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집단에서도 나타난다. 새로운 리더가 왔을 때 이전의 리더를 기준으로 현재의 리더십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이전 리더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연약함과 실수에 대한 기억들은 잊고 가장 좋은 모습만 기억하기로 한 것이다. ‘기억의 조작’이다.
나이 들수록 과거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포기해야 한다. 기억하고 싶었던 과거의 사건만큼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을 담담하게 꺼내 살펴보며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과거로부터 떠나 자유로울 때 새로운 미래를 전망할 수 있고, 내게 일어나는 변화를 즐겁게 수용할 수 있다.
지나온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이면 족하다. 인생은 과거의 기억을 붙들고 현실을 부정하면서 늑장을 부를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리고 과거에 붙들려 살고 있다면 죽음과 불안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 가운데 나를 상징했던 좋은 기억들은 추억의 상자에 넣어 정리하자. 그리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자.

Vol.156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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