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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기다리는 12년의 비극 <노예 12년>(2013)

2018년 01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1841년 뉴욕. 노예 제도가 폐지된 미국 북부에 거주하던 흑인 음악가 솔로몬(치웨텔 에지오포)은 어느 날 납치돼 남부로 팔려 간다. 자유인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그는 노예 신분의 ‘플랫’으로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끔찍한 삶을 살게 된다. 
영화는 실제로 남부인들에게 납치됐던 솔로몬 노섭의 자서전 『노예 12년』을 원작으로 한다. 이 책은 노섭이 자유를 다시 찾은 지 1년 후인 1853년에 집필한 작품으로, 지옥 같던 노예 생활을 매우 상세하고 대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감독 스티브 맥퀸은 서인도제도 출신의 흑인이다. 어릴 적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해서 자란 그는 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디아스포라’로 칭한다. 이것은 이동된 민족적 정체성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함을 인정한 것이다.
이 영화는 노예 제도라는 소재, 즉 폭력이나 참담함 등의 극적인 상황과 감정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차분하며 정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한다. 벌거벗긴 채 가격 흥정하기, 채찍질과 성폭행 등 끔찍한 일들이 매일 평온함 가운데 흘러간다. 누군가 매를 맞고 추행을 당해도 다른 노예들은 매미 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목화를 따고 빨래를 한다.
심지어 솔로몬이 나무에 목이 매달린 장면에서는 그 고통의 시간만큼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뛰어 놀고 노예들은 각자의 일에 묵묵히 임한다. 이런 절제된 연출이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생생하고 끈질긴 공포와 수모, 그리고 극대화된 체념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또한 극적 대비로도 끔찍한 역사적 폭력을 재현한다. 과거 자유롭고 행복했던 솔로몬의 모습과 노예로서 모든 것을 잃은 플랫의 모습은 수시로 교차되는데, 이는 현재 비극의 크기를  극대화시킨다. 성경의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더 가혹한 고통을 주는 주인이나, 솔로몬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서로 헤어져야 하는 노예 엄마와 딸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이런 상황들을 통해 관객에게 노예 제도의 참담함과 부당함을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영화 <노예 12년>은 ‘노예 제도’라는 잔혹한 역사의 치부를 드러내며 우리로 하여금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의 말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흑인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자유를 위한 투쟁이 시작된다.”


Vol.156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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