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날마다 솟는 샘물 나눔터 문화읽기

문화읽기

역으로 다가온 디지털의 공포 <블랙 미러 시즌4 : 아크 엔젤>(2017)

2018년 08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블랙 미러>는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인간의 어긋난 욕망이라는 소재를 다소 어둡고 기괴하게 풀어낸 영국의 판타지 드라마다. TV 칼럼니스트 찰리 브루커의 기획으로 2011년 시즌1이 방영됐고, 현재 시즌4까지 제작된 상태다. 각 시즌은 3~6부작 정도의 한 시간 남짓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며 조 라이트, 댄 트랙턴버그, 조디 포스터 같은 실력파 감독들이 대거 투입돼 작품성과 완성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중 시즌4의 에피소드인 <아크 엔젤>은 ‘감시’라는 소재로 디지털 시대가 가진 침범과 권력의 단면을 다룬다. 하나뿐인 딸 사라(브레나 하딩)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엄마 마리(로즈마리 드윗)는 최첨단 디지털 기계를 사라의 머리에 삽입한다. 이는 시신경을 장악해 사라가 보는 것을 마리가 원격 랩톱을 통해 확인하고, 필터 기능을 통해 잔인하거나 외설적인 이미지가 사라에게 노출되지 않게 한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사라는 친구들이 말하는 공포와 잔인함을 이해할 수 없어 자해까지 시도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필터 처리된 붉은 픽셀들뿐이다. 사라는 자신이 감시받고 있음을 눈치채고, 극도로 엄마를 거부하다가 결국 엄마를 향해 광적으로 랩톱을 휘두른다.
사실 <아크 엔젤>은 디지털 진보 그 너머의 것을 들춘다. 바로 진화된 기술의 심연에 존재하는 인간의 어긋난 욕망이다. 마리는 딸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딸의 삶을 본인의 의지대로 결정하려 한다. 이때 기술이라는 정밀화된 도구는 감시 체계를 거머쥐려는 인간 내면을 들춰내게 된다.
우리 또한 디지털 세계에 살면서 내 의지와는 달리 침범, 혹은 침해를 경험하곤 한다. 스마트폰 위치 정보 서비스, 디지털화된 개인 고유 식별 번호, CCTV 혹은 차량용 블랙박스 등은 편의를 위한 도구지만, 이를 어떤 의도로 쓰느냐에 따라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특히 ‘죄성’이라는 인류 최초의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찬란한 기계 문명은 천천히 균열을 일으키며 역으로 인간 삶의 흥망을 결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 미러> 시리즈는 머지않아 만날 현실에 대한 섬뜩한 예고이자, 인간 죄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는 경고의 목소리다.


Vol.163 2018년 8월호

한줄나눔
  • 한줄나눔 :
    * 로그인 하셔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