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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말씀

하나님의 백성이 사는 법

2018년 09월 조철민 목사(<날샘> 디렉터)
본문 : 레위기 10장 1절~16장 34절

 레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결과 거룩함에 대한 개념을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론에게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며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고”(레 10:10)라고 말씀하시면서, 거룩함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거룩함이란 정결보다도 상위 개념으로, 정결과 부정의 문제는 거룩함으로 귀결됩니다. 9월에 묵상할 레위기 10~16장의 정결 규정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거룩함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기록해 놓은 부분입니다. <날마다 솟는 샘물>을 통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거룩함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거룩함을 훼손한 결과(10장)
9장까지의 이야기는 명령 후 명령의 성취가 이어지는 ‘명령-순종’이라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10장에서 이 규칙이 어그러집니다. 제사장 아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는 ‘여호와께서 명령하시지 아니하신 다른 불’을 하나님께 드려 명령 불복종의 결과가 ‘심판’(죽음)임을 보여 줍니다(1~2절).
이렇게 하나님께서 명령 불복종의 결과를 보여 주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가까이하는 자에게 ‘거룩함’(카다쉬)을 나타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과 가까이하는 제사장은 하나님의 거룩함을 닮아야 하며, 온 백성 앞에서 하나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것이 영광(카보드)된 일임을 알리시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아론이 회막에 들어갈 때 규례를 주셨습니다.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며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라는 규례에는 하나님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10절). 여기에 제시된 ‘정결’과 ‘거룩함’에 대한 이해는 11~15장에 있는 정결 규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중요한 틀이 됩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을 애도하지 말라는 명령에 순종했고(6절), 속죄제물도 먹지 않고 모두 태워 하나님께 대한 경외를 표현합니다(16~20절). 이처럼 거룩함을 훼손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자녀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죄로, 실수로라도 잘못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행동해야 합니다.


무엇을 먹어야 했는가(11장)
11~15장은 앞서 10장 10절에서 언급한 ‘거룩함-속됨’, ‘정결-부정’을 확장 설명한 장으로, 16장으로 이어지기 위해 반드시 살펴봐야 할 규정들이 제시돼 있습니다.
이 같은 규정을 주신 이유에 대해 학자마다 견해 차이가 있지만, 거룩함을 온전한 것으로 여기고, 정결한 것은 정상, 부정한 것은 비정상으로 여겨 혈통적으로 이교도와 혼합되는 것을 차단하며, 거룩함을 가르치기 위해 하나님께서 제시하신 것으로 보는 견해가 타당합니다.
이 관점을 토대로 11장에 제시된 음식과 관련된 규정을 살펴보면, 정결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을 구별하는 규정(1~23절)과 길짐승의 사체 접촉과 관련된 규정(24~47절)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정결한 동물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육지 짐승의 경우는 굽이 갈라지고 새김질을 해야 합니다(3절).
물고기의 경우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했으며(9절), 새는 특별한 기준 없이 스무 종류의 부정한 새들에 대한 목록이 제시됐습니다(13~19절). 곤충은 날개가 있고, 다리에 관절이 있어 땅에서 뛰는 것이 가능할 때 정결하다고 했습니다(20~23절).
동물의 사체 접촉과 관련된 규정의 경우, 부정한 짐승의 사체를 만졌을 때는 저녁까지 부정하지만, 짐승의 사체를 옮긴 경우는 만진 것에 비해 심각한 것으로 간주돼 옷을 빨고 저녁까지 기다려야 부정이 해결됐습니다(24~28절).
길짐승의 사체가 나무 그릇이나 의복, 가죽에 떨어진 경우 그 물건은 물로 씻고, 질그릇에 떨어진 경우는 깨뜨려 부정을 해결해야 했습니다(32~33절). 또한 정결한 짐승의 사체를 만졌을 경우에도 저녁까지 부정하며, 사체를 먹거나 옮기는 경우에는 옷을 빨아야 했고 저녁까지 부정했습니다(39~40절).
이 규정들은 하나님의 거룩함이란 속성을 백성이 깨닫도록 제시됐습니다. 정결하지 않은 상태가 죄는 아니지만 온전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부정을 해결하려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방법대로 결단하며 늘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구별되고 거룩한 삶을 계승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피 흘림이란(12장)
12장은 출산으로 인한 부정(1~5절)과 이후에 드리는 제사로 구분됩니다(6~8절). 여인은 아기를 출산하면 부정하게 돼 성소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남자아이를 낳으면 7일 동안(33일 이후 정결), 여자아이를 낳으면 14일 동안 부정하다 했습니다(66일 후 정결).
물론 하나님께서는 생육하고 번성하는 일(창 1:26~28)을 가장 큰 복으로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두신 이유는 출산 때 흘린 피라 해도 규정된 제물의 피를 제외하고는 성소 안으로 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소에는 오직 제물의 피만, 규정된 사람만이 확정된 제사 방식을 통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산모는 정해진 기간 이후에 번제를 위해 일 년 된 어린양을, 속죄제를 위해 집비둘기 새끼나 산비둘기를 여호와께 드려야 했습니다(6절). 이처럼 하나님과 교제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정결함을 통한 온전함이 회복돼야 했습니다.    
 
질병과 감염은 어떻게 다뤘는가(13~14장)
13~14장에서는 사람의 피부에 생긴 나병(짜라아트, 악성 피부병)과 옷이나 집에 생긴 나병(악성 곰팡이)에 대한 진단과 처리 방법, 그리고 정결 의식이 제시돼 있습니다.
먼저 사람에게 피부병이 의심된다면 제사장에게 데려가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 확실하지 않다면 7일간의 격리 조치 후 다시 검사해 문제가 없어 보이면 7일 더 격리시킨 후 다 나았다고 선언합니다(13:4~6). 의복 또는 가죽에 곰팡이가 발생했을 때도 검사를 받는 과정은 이와 유사합니다(13:47~49).
14장에서는 악성 피부병 이후에 행하는 정결 의식이 설명됩니다. 피부병으로 진 밖에 있었던 사람이 제사장을 통해 완치 판정을 받으면, 두 마리의 정결한 새와 백향목 가지, 홍색 실 한 뭉치, 우슬초 한 포기를 가지고 정결 의식을 가집니다. 진 안팎에서 총 두 번의 정결 의식을 행한 후 하나님을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게 됩니다(14:1~20).
이외에도 가난한 사람의 경우 어떻게 정결 의식을 드려야 하는지(14:21~32), 집에 생긴 곰팡이의 진단과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정결 의식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14:33~57)가 제시돼 있습니다. 이런 질병에 걸려 감염이라는 부정을 극복하고 생명력 넘치는 거룩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전체가 질병과 감염된 자를 기다려 주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몸은 어떻게 관리해야 했나(15장)
15장은 하나님의 백성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합니다. 여기서는 거룩함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이 인간의 성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성기의 배출물은 으레 부정하다고 여기지만, 결혼 생활 안에서 이뤄지는 부분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유출도 생명이 빠져 나가는 손실을 상징했기에 하루 동안 성막 출입을 금지시켰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유출은 정상적이든 비정상적이든 제의적인 관점에서 부정하다고 간주됩니다. 또한 부정함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도 함께 제시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생명의 손실로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예배를 원치 않으셨기에 경계 및 보호를 위한 규정을 주셨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온전함을 회복하는 것은 정결함을 회복하는 길이며, 정결한 백성으로 자신의 몸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주님의 뜻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속죄일이 필요했던 이유(16장)
16장은 나답과 아비후가 잘못된 방식으로 다른 불을 드렸다가 죽임당한 사건을 언급합니다. 이 사건은 제사장이라 해도 잘못된 방식을 사용하면 하나님께 죽임당할 수 있음을 알게 합니다(1~2절). 그래서 다시는 이 같은 죄를 짓지 않고, 미해결됐던 죄들을 다 해결하기 위해 속죄일이 주어졌습니다.
아론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수송아지로 속죄제를 드리고(6절), 이후 백성을 위한 속죄를 위해 숫염소 두 마리를 준비해 제비를 뽑은 염소는 하나님께 바치고, 나머지 한 마리는 아사셀을 위해 광야로 보냅니다(7~10절). 이 의식을 통해 성소의 부정이 수송아지와 숫염소의 피에 흡수돼 청소되고, 백성의 죄는 아사셀 염소에게 전가됐습니다. 아사셀 염소의 이 같은 모습은 인류의 죄를 지신 대신 예수님을 기억하게 합니다.

이처럼 구약의 정결 규정은 하나님의 백성이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정함과 부정함의 진단은 제의적·신학적 개념을 토대로 마련된 것으로, 거룩함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님의 경계와 보호 방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같은 구약의 규정들을 완성하시려고 거룩함을 회복시키는 사역을 감당하셨습니다. 대표적으로 부정하게 여겨지는 나병 환자와 혈루증으로 고통받는 여인을 치유하며 구원하신 모습은, 율법적 정결을 추구하면서도 탐욕으로 가득 찼던 바리새인과 대비되는 장면입니다.


이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서 거룩함을 온전히 이루어 육과 영의 온갖 더러운 것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하자”(고후 7:1)는 바울의 고백이 우리의 정체성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온전함을 내 삶 가운데 이루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구별된 삶을 살고, 공동체적으로는 연약한 자를 사랑으로 섬기는 주님의 제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Vol.164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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