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날마다 솟는 샘물 나눔터 문화읽기

문화읽기

‘영화가 사랑한 영화’를 위해 <카사블랑카>(1948)

2019년 02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약 1년 전 미국 댈러스 경매장에서 영화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남은 이탈리아어 포스터가 경매됐다. 영화 포스터로는 사상 최고 금액인 47만 8,000달러(약 5억 400만 원)에 낙찰됐는데, 이는 <런던 애프터 미드나잇>이 2014년 경매에서 낙찰된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라 한다. 영화의 화제성이나 포스터 자체의 희귀함, 그 위에 대중의 변치 않는 사랑을 한 겹 더 입은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개봉 당시 <카사블랑카>는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국제 정서가 가져온 시대의 서늘함과 그 안에 담긴 애절하고도 안타까운 사랑이 갈수록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주옥같은 명대사도 마찬가지다. <카사블랑카>의 각본은 미국 작가조합이 뽑은 훌륭한 각본 101편 중 1위를 차지했다. 또 지금도 회자되는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Here’s looking at you, kid)이라는 대사는 미국 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미국 영화 100대 명대사 중 하나다.
이처럼 모두가 <카사블랑카>를 사랑하지만, 이 영화의 영향력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은 무엇보다도 영화계다. 지금도 수많은 영화들이 <카사블랑카>가 보여 준 다양한 장치들을 모티브로 삼는다. 특히 이별 장면은 수많은 사랑 영화의 밑바탕이 됐다. <라라랜드>(2016), <얼라이드>(2016)의 두 남녀가 재회해 과거를 추억하는 장면이나 이국적인 장면 역시 그 근간에는 <카사블랑카>의 주인공 릭과 일사가 어려 있다.
<카사블랑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엔딩 신이다. 시대 배경은 2차 세계 대전 중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해 미국이 일본에 선전 포고를 했던 1941년이다. 그 시기 신념과 사랑의 엇갈림 속에서 서로를 애처롭게 놓아주는 두 남녀의 마음을 먹먹한 안개로 표현한 이 장면만큼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는 앞으로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카사블랑카>는 아마도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흑백 질감이 주는 섬세함만큼 우리의 삶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한 편의 고전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다. 영화 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리뷰는 이 영화를 가장 적절히 표현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보고 또 보아도 언제나 새로움을 주는 영화이자, 좋아하는 노래는 매번 들어도 새로운 것처럼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영화, 카사블랑카.”


Vol.169 2019년 2월호

한줄나눔
  • 한줄나눔 :
    * 로그인 하셔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