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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것의 쓸쓸함을 담다 <선셋 대로>(1950)

2019년 04월 장다나(영화 평론가)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는 무명 시나리오 작가 조 길리스(윌리엄 홀덴)는 압류당할 위기에 놓인 차를 선셋 대로에 주차하다가 노마 데스몬드(글로리아 스완슨)를 만난다. 조가 시나리오 작가임을 알게 된 노마는 자신의 전기를 부탁하고, 조는 노마의 저택에 머물게 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연인이 된 두 사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노마가 과거 화려했던 은막의 기억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들 사이에 위기가 찾아온다.
무성 영화 배우의 쇠락과 재기를 그린 <아티스트>,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다음 세대에게 내줘야 하는 한 배우의 내적 갈등을 그린 <클라우드 오브 실스 마리아>처럼 화려한 과거의 환영과 너무도 변해 버린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배우의 이야기는 제법 익숙한 소재다. 대부분 ‘극복’ 혹은 ‘수긍’으로 인물의 성찰을 보여 주는데, <선셋 대로>는 냉소적인 시선으로 주인공의 몰락에 주목한다.
주인공 노마는 과거의 환상에 빠져 현실을 부정하는 기괴한 캐릭터다. 무성 영화 시절 인기를 누렸던 그녀의 하루 일과는 자신이 등장한 영화와 벽에 걸린 사진을 보며 회상에 빠지는 게 전부다. 때로는 이해 못할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수영장에 빠져 죽은 침팬지에 동화돼 성대한 장례를 치르고, 경찰에 연행될 때도 자신을 향해 들이대는 카메라에 ‘클로즈업’을 요구한다. 이는 감독 빌리 와일더가 냉소적인 시선으로 담고자 한 인간의 광기와 몰락이자, 급변하던 1950년대 할리우드에 대한 풍자와 비유다.
1950년은 할리우드의 황금기였다. 1929년 최초의 유성 영화 <재즈 싱어> 이후 영화 기술은 집약적으로 발전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옛것은 무엇이든 한순간 반짝이고 사라져 버렸다. 지금도 대중은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3D, 4D에 열광하는 지금 이수일과 심순애 곁에서 구수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변사나 채플린의 초기 영화에서 보여 주던 자막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옛것을 그리워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노마는 흘러간 과거의 영화 그 자체가 된다. 자신을 다시 기억해 달라는 그녀의 발악에 던지는 냉소와는 별개로, <선셋 대로>는 무너지고 소멸하는 것들에 대한 쓸쓸함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Vol.171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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