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오정현 목사 _ 사랑의교회 담임
-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 20주년을 감사하며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주제로 한 지역 교회에서 시작된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가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국내외에서 이처럼 꾸준히 성장한 것은 세계 교회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첫째 하나님의 은혜요, 둘째 시대의 요청이며, 셋째 옥한흠 목사님의 전적 헌신을 비롯한 사랑의교회의 수고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CAL세미나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제자훈련에 대한 정제된 몇 가지 감회를 나누려고 한다.
첫째, CAL세미나는 건강한 목회철학을 공유함으로 목회자의 인격을 강화시켰고, 인격의 용량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목회자의 인격은 건강한 목회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목회자의 인격의 용량이 중요한 것은 목회사역의 진폭이나 목양하는 성도의 질적 수준이 목회자의 인격의 용량과 거의 같이 가기 때문이다. 목회인격의 뼈대가 되는 목회철학은 목회자의 신념과 확신의 뿌리이다. 사역자의 목회철학이 세상의 거센 폭풍우와 세속의 넘실대는 창수에도 흔들림이 없다면, 섬기는 교회 역시 세상의 풍파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사명을 흐트러짐 없이 수행할 수 있다. CAL세미나는 목회자에게 목회인격의 기본 틀인 건강한 목회철학을 가지도록 강력한 모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둘째, CAL세미나는 교회의 힘과 용량을 강화시켰다. 교회의 용량은 교인수가 얼마나 많은가보다는 훈련된 평신도 지도자들이 얼마나 많은가로 결정된다. 즉 교회 내에서 부수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 다수의 사람보다는 교회의 본질에 집중하는 소수의 사람이 교회의 실제적인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바로 소수의 헌신된 평신도 지도자를 양육하는 일에 힘을 집중시켜 이들로 하여금 다수의 사람들을 같은 방향으로 인도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80대 20의 파레토(Pareto)의 법칙인데, 목회자의 에너지 80%를 제자훈련의 본질인 사람을 양육하는 일에 투자하고, 남은 20%를 나머지 80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교회를 가장 효율적인 재생산 구조로 탈바꿈시키기 때문이다. 교회가 재생산 구조로 정착되면, 교회의 가장 쓴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관료주의가 발붙일 수가 없다. CAL세미나를 통한 제자훈련은 교회를 재생산구조로 탈바꿈시켜 교회 내에서 관료주의 색채를 혁파함으로 교회의 힘과 용량을 크게 강화시키는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CAL세미나의 제자훈련 정신은 가치 전도된 교회의 문화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문화가 대접받는 문화, 권위적인 문화로 변색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교회의 권위는 주어진 권위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안수를 받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권위도 같이 부여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일반 교회의 문화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어진 권위가 아니라 획득된 권위의 시대가 되었다. 이것은 어떤 형식에 따라 안수를 받으면 저절로 주어지는 권위가 아니라 섬김을 통해서, 사랑의 수고를 통해서 얻어진 권위를 말한다. 이러한 섬김의 문화를 교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한 사람을 양육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진액을 쏟는 CAL세미나의 제자훈련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오래 전 대학부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만해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전부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예수님께서 유언처럼 말씀하신 지상명령이었고, 또 생명을 낳는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사역으로 생각하였기에 따랐을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순종하는 자의 겨자씨만한 믿음을 통해 산을 옮기고, 작은 자로 천을 이루며 약한 자로 강국을 이루시는 데 전문가가 아니신가! 지금까지 제자훈련 사역의 30년은 내 목회를 인도하는 나침반이었고, 사랑의교회를 섬기는 내 목회생명의 깊이와 넓이를 결정하였던 모판이었다. 아무쪼록 이제 청년기에 들어선 제자훈련 세미나가 지역과 교단을 넘어 주님의 몸된 전세계 교회를 세우는 일에 가면 갈수록 더 크게 쓰임 받는 연부역강(年富力强)의 은혜를 날마다 덧입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