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요즘 인기 TV 드라마 중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하도 소문이 자자해 보기 시작했다가 아예 못 본 회의 드라마 분량은 돈을 내고 챙겨 봤다. 미생(未生)의 의미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이 되는 바둑에서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완전히 죽은 돌인 사석(死石)과 달리, 미생에는 완생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뜻한다. 즉 이 드라마는, 주인공 장그래가 바둑에서 실패한 것이 인생 전체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생(未生)이라는 함축적 제목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CAL세미나나 지역 CAL-NET 모임을 취재하다 보면, 아직 제자훈련을 시작하지 않은 목회자와 이미 제자훈련을 했다가 실패의 경험을 맛본 목회자 두 유형을 만나게 된다. 첫 번째 유형은 아직 제자훈련을 시작하지 않은 목회자들로, 궁금한 게 참 많다. 먼저 1기 훈련은 누구를 데리고 시작해야 하느냐, 사모하고는 속까지 다 아는데 어떻게 함께 훈련하느냐, 1년 제자훈련 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느냐, 제자훈련 동기부여 설교는 어떻게 하느냐, 엠티 가기 좋은 장소는 어디냐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구체적으로 알기를 원한다. 그래서 제자훈련 고수들이 듣기에는 유치한 질문도 참 많다. 아무리 목회 철학과 기본이 중요하다고 얘기해도 그건 이미 아니까, 방법만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며 재차 묻는다.
그런데 두 번째 유형은 이미 해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제자훈련의 실패를 맛본 목회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 제자훈련 고수들에게 질문한다. 귀납법이 아닌 설교식 강의를 했다던가, 중직자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훈련생들을 데리고 했다든가, 자기 준 비가 부족했다든가 등 실패한 그 순간에 멈춰 서서 다시 질문한다. 이들은 고수들이 방법론이 아닌 목회 철학과 기본을 답해주면 대체로 수긍하고 확신한다. 방법보다는 이 길이 옳다는 기본을 다시 듣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바둑에서 하나의 수는 그 직전 수가 원인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수가 왜 놓여 있는지 이해하려면 그전 수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제자훈련에 한번 실패한 사람은 그때의 실패 원인을 되짚어 보고 제자훈련만이 대안임을 듣고 싶어 한다.
사실 어떤 일에 실패를 맛본 사람들 대부분은 그 일의 곁에 가까이 가기를 꺼린다. 특히 제자훈련에 실패한 사람들은 셀이나 알파 등 다른 목회 방법론으로 재빨리 갈아타기 일쑤다. 그런데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 다시 CAL-NET 지역모임에 오고, 혼자 하다 안 되니까 CAL세미나에 와서 제대로 배우고 가겠다고 참가한다. 때론 지역 제자훈련 모델 교회 목회자에게 한 수 배우고자 찾아오기도 한다. 바로 이들은 미생(未生), 아직 제자훈련에서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완전히 실패한 자도 아닌,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람을 세우는 한 영혼 철학이야말로 자신의 목회 인생을 걸기에 충분한 대안이라고 믿는다.
<미생>의 주인공은 이런 말을 한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다.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자훈련에 한번 실패했지만, 제자훈련의 길을 완전히 포기하지 말고, 예수님께서 하신 진실한 이 길에 들어서서 걸어가는 목회자들이 내년에는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한 해가 가는 마지막 달에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