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디사이플> 1월호를 자세히 살펴보면, 서로 비슷한 내용인 것 같은데 서로 다른 두 가지 단어가 나온다. 하나는 신간으로 소개한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성도』라는 책에 나오는 ‘가나안 성도’라는 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회와 제자훈련’ 코너에서 이천신하교회 홍성환 목사가 사용한 ‘경험적 그리스도인’이라는 용어다.
요즘 한국 교회는 이 두 종류의 그리스도인으로 인해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다. 신앙은 갖고 있지만 교회에는 안 나가고 홀로 신앙생활 하는 일명 ‘가나안 성도’와 교회에는 다니지만 구원의 확신이 없는 거듭나지 못한 ‘경험적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것이다.
주일 오전 도심 주변 카페에 들어서면 홀로 성경책을 읽거나 기독교 서적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가나안 성도라 불리는 이들도 있는데, ‘안 나가’를 거꾸로 표현한 것이다. 교회는 안 나가지만 꽤 홀로 신앙을 잘 유지하고 있는 이들로, 이들이 교회를 안 나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성 교회의 답답한 예배 분위기나 권위주의, 교회 분규와 갈등을 겪으며 이 교회 저 교회를 떠돌며 예배를 드리다가 결국 홀로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가나안 성도 중에는 10년 이상 전통 교회에서 봉사도 많이 하고, 신앙훈련도 받은 지적 수준이 높은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홀로 신앙생활은 하지만 아직은 버틸만한 혹은 스스로 다른 대안을 찾으려고 공동체성을 실험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반면, 교회는 다니고 있지만 아직 복음을 제대로 만나지 못해 거듭나지 못한 경험적 그리스도인들도 교회 안에는 의외로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믿음 좋아 보이는 성도인데, 알고 보면 구원의 감격이 없거나 차갑게 식어버린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교회 문화 시스템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교회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보다 때론 방관과 무관심으로, 또 때론 극렬한 비판자로 나서기도 한다.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성도』의 저자 양희송 대표는 이런 현상이 ‘교회론의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문제 제기한다. 그는 한국 교회 안에 제대로 된 교회론이 없다 보니, 교회 성장의 기술로 교회론이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교회 개념이 애초 성경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됐고, 교회 본질은 무엇인지 다시금 한국 교회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성도들에게 바른 교회론을 심어줘야 할 때라는 것이다.
고(故) 옥한흠 목사는 과거 <디사이플>과의 대담에서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책을 쓰면서 교회론에 대해 말했지만, 그때조차도 그 깊은 경지를 깨닫지 못하고 교회론을 터득하는 데 거의 30년 가까이 걸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교회론을 갖고 고민하는 목회자가 몇 명이나 될까 의심스럽다며, 자신에게 교회론은 목회자와 교회가 사는 생명과도 같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교회론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예수님처럼 바로 서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교회라고 강조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은 자신을 닮은 작은 예수이고, 한국 교회 성도들이 작은 예수로서의 모습을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살고 있다면, 어떤 시대와 문제라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교회론의 빈곤이 대두되고 있는 지금, 다시 옥한흠 목사의 교회론을 되새겨 봐야 할 때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