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바야흐로 봄이다. 집집마다 꽃구경에 들썩인다. 한국 사람만큼 꽃구경하기를 좋아하는 민족도 없을 것 같다. 개나리,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매화꽃 구경부터 벚꽃 구경까지 절정을 이룬다. 유채꽃 구경, 튤립축제, 장미축제에 이르기까지 봄은 바야흐로 꽃구경의 향연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꽃구경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쳐 있다가 꽃을 보면 마음이 순수해지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잠시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지는 마음 때문에 꽃구경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꽃은 피고 진다. 그런데 지지 않고 1년 내내 싱싱하게 살아 있는 꽃도 있다. 다름 아닌 사람이라는 꽃이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들을 유독 좋아하셨고,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들이 당신께 가까이 나아오도록 반기셨다. 예수님 주변에는 부자나 귀부인들, 권세가들, 재능 있는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그런데 유독 예수님께서 가까이 두기 원하신 부류가 있었는데, 바로 어린아이들이었다.
“예수께서 그 어린아이들을 불러 가까이 하시고 이르시되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눅 18:16). 이처럼 예수님께서 어린아이들을 가까이 두신 이유는 아마도 세상의 찌든 때가 묻어 복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른들보다, 어린아이들이 더 순수하게 복음을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예수님 자신도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정직함을 보시고, 스스로 정화되셨는지도 모른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더불어 그 순진무구함에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한번은 둘째 아이가 5살 때 어린이집과 태권도 학원이 끝나 같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후 해가 질 무렵, 아이는 노을이 지는 하늘의 해를 가리키며 “엄마, 해님도 집에 가는가 봐요?” 하고 물었다. 아이의 눈에는 해가 지는 모습이 저녁이 돼 집으로 가는 자신처럼,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해님의 집은 어느 동네야?”라는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제자훈련을 받으면 12명 정도의 다양한 사람들이 소그룹으로 모인다. 성경 말씀을 장절까지 똑똑히 기억하며 줄줄이 꿰시는 집사님, 말투가 유려한 집사님, 화려한 인생 굴곡이 신앙 여정으로 승화된 간증형 집사님 등 말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자반에 모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물론 그중에는 더듬더듬 천천히 말씀하시는 분, 조용하지만 한마디 하실 때 은혜가 전해지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믿음은 말 잘하는 것, 지식이 많은 것, 돈이 많은 것과 상관없다. 순전하게 말씀을 지키고 실천하며, 말씀에 순종하며 사는 게 진짜 믿음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지 않을까 싶다. 이는 어린아이가 하나둘씩 신앙생활과 말씀을 배워가며, 짧고 어눌하지만 순전하게 기도하는 모습과 같다. 가끔은 내 아이처럼 기도하고 싶고, 믿고 싶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린아이의 기도 속에는 욕심도, 야망도, 탐욕도, 이기심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도 아이의 이런 모습을 어여쁘게 생각하는데,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예뻐하실까?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마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