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입추와 처서(處暑)도 지났다. 9월 8일은 백로다. 백로는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완연한 가을 기운으로 오곡백과가 여무는 데 더없이 좋은 때라고 한다. 이 백로에서 추석(秋夕)까지의 열흘 안팎의 시기를 ‘포도순절’이라고 부르는데, 포도가 제철일 정도로 잘 익는 시기라는 의미다.
그 첫 포도 한 송이를 집안의 맏며느리가 먹으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다산의 시기를 뜻하기도 한다. 또 옛날 사람들은 추석이 다가올 즈음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보낼 때, 첫머리에 “어머님, 아버님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 만강 하옵시고”라는 구절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계절은 어김없이 자신의 차례가 되면 돌아온다. 때에 맞춰 더위가 가고, 열매가 무르익는다. 계절은 거짓이 없다. 하나님께서 어쩜 그리 딱 떨어지게 만드셨는지 매년 감탄이 저절로 나올 뿐이다. 9월은 모름지기 지난 시간의 노력과 헌신에 대한 열매가 무르익는 시기다. 한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교회적으로도 힘차게 한해의 중심을 지나 열심히 달려왔다. 그런데 포도순절처럼, 햇볕을 쪼이고 완연하게 익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한 해의 결실을 풍성히 맺을 수 있다.
훈련의 뜨거운 열정과 재충전의 시간을 지나 이제 다시 한 번 힘차게 하반기 사역과 삶을 향해 집중해서 내달려야 한다. 제자훈련의 성패 또한 하반기 중 9월에 달려 있다. 이 시기에 열심히 훈련 과정에 집중한다면, 상반기에 조금 뒤쳐진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개인의 삶도 연초 목표했던 성경 통독이나 필사, 큐티, 기도 등 이루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재도 전하자. 또 아직 응답받지 못한 다양한 기도제목들이 있다면 포도순절 시기에 다시 한 번 햇볕을 듬뿍 받아 포도 열매를 맺듯이 열매를 맺어 보자.
전도서 3장에는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전도서 3:1~8)라는 말씀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노고(勞苦)를 주사 애쓰며 수고하도록 하셨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지으셨고,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도 주셨다. 그러나 그때가 언제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사람의 생각으로는 측량할 수 없게 하셨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 주신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제자훈련을 열심히 해서 니고데모처럼 변화되고, 향유를 올려 드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자. 주어진 직장 일에 최선을 다하며, 교회의 다양한 섬김에 그루터기처럼 든든한 일꾼이 되고, 가정의 화목을 위해 사랑을 전하며, 이웃에게 선을 행하고, 복음 전하기에 힘쓰자. 이렇게 수고하고도, 먹고 마실 수 있는 은혜를 선물로 주셨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