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백지희 기자
어슴푸레한 새벽하늘을 가르는 해돋이, 파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밤하늘을 수놓은 듯 반짝이는 은하수. 이런 풍경들을 보면 “정말 장관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이런 장관을 매주 하늘 위에서 보고 계시다는 박래백 기장님!“아무리 비가 오고 날씨가 안 좋아도 구름 위로 올라가면 정말 평온하고 맑아요. 그럴 때면 온 우주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게 되죠!” 교회에서도 오랫동안 소그룹(가정교회) 리더로 섬기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멋진 기장님의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박래백 기장은 전주고등학교 52회, 공군사관학교 27기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전투기 조종사(공군 중령)을 거쳐 1994년부터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 수석기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국토부 위촉 운항자격 심사관이다. 또한 현재 화평교회(담임:최상태 목사) 시무장로이자 17년째 가정교회 평신도 지도자로도 섬기고 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시아나항공에서 B777 항공기 수석기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그리고 교회에서는 햇빛 가정교회 리더이자, 가정에서는 아내와 딸, 아들을 둔 가장이죠. 저는 기장으로서 제가 운항하는 모든 노선에서 승객을 태우고 화물을 실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항하는 임무를 맡고 있죠. B777은 제가 운항하는 보잉사 항공기 기종인데요. 이 항공기의 시스템과 노선을 훈련해서 기종한정자격(Type-rating)을 받아야 기장으로 일할 수 있어요. 기장은 운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최종 책임자여서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답니다.
어떻게 항공기 기장으로 일하게 되셨나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초등학교 때는 큰누님 부부가, 중고등학교 때는 큰형님 부부가 저를 키워 주셨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교회 대항 축구시합에 참여하면서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됐고, 수련회에서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죠.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공군사관학교에 가면 국비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학비 부담을 덜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진로를 선택하게 됐어요. 당시엔 정말 조종사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막연한 동경만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졸업 이후 2년 동안 초등, 중등, 고등과정의 장기훈련을 받고 전투기 조종사로 16년 가까이 일했어요. 그리고 2년 동안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교에서 안전경영학 석사과정을 공부한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시아나항공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죠. 그리고 4년간 부기장 생활을 거쳐 1994년부터 기장으로 일하게 됐어요.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과 힘든 순간은 각각 언제인가요?
가장 감사한 순간은 비행기가 무사히 목적지에 안착할 때예요. 항공기 한 대에 약 2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데요. 그 엄청난 가치를 안고 300명의 승객들과 함께 무사히 도착할 때 가장 기뻐요. 반면, 모든 운항의 최종 책임을 갖고 있기에 늘 긴장을 해야 하죠. 항공기는 10km 상공에서 비행하는데, 압력을 지상처럼 유지시키는 압력기가 고장 나거나 기내에 환자가 발생하거나 불이 나면, 비행기를 빨리 착륙시켜야 하죠. 기상 환경이 나쁠 때는 악조건 속에서 착륙을 해야 하고, 산악지대라면 착륙 루트를 찾아야 하기도 해요. 이런 상황들을 미리 생각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게 기장으로서 힘든 점이에요.
돌발 상황들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한번은 어린아이와 함께 탄 엄마가 비행 도중 급작스럽게 간질 증세를 보였어요. 비행기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제일 가까운 공항에 내려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데, 비행하는 동안에도 의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죠. 그런데 마침 그 비행기 안에 그 분야 전문의가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아이 엄마는 기내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고, 결국 비상착륙 없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죠. 아이 엄마가 치료를 받고나서도 아이를 향한 모성애 때문에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9.11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조종석을 승객들에게 개방했는데, 교회에서 싱가포르로 비전트립을 떠나는 청년들과 일정을 맞춰서 함께 비행하며 일출을 보고 기장실을 소개해 줬던 일도 기억에 남네요.
기장이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장은 항공사 소속이긴 하지만, 비행을 마치고 나면 임무가 모두 끝난다는 점에서 자유로워요. 그리고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며 미리 좋은 곳을 알아본 후,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가서 가이드 해줄 수 있는 점도 좋아요~^^ 또 기장이라는 직업에 사람들이 호감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과 비교적 쉽게 가까워질 수 있고 예수님을 전할 수 있죠. 연봉도 높은 편이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물질을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점도 기쁨이에요! 그렇지만 보통 비행을 밤에 하다 보니 밤낮이 바뀌고 시차 적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요. 매주 교회에서 리더로 섬기기 위해서는 더더욱 몸 관리를 잘해야 하죠. 그리고 기량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요. 6개월에 한 번씩 시뮬레이션 심사와 훈련, 이론 교육을 받고, 1년에 한 번씩 노선 심사와 정밀 건강검진도 받죠. 이런 반복적인 교육이 힘들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 충전이 되는 것 같아요.
기장이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기장이 되는 길은 여러 방법이 있어요. 저처럼 공군사관학교에서 조종사 경력을 쌓고 민간항공사에 경력 조종사로 취업할 수 있고, 항공사에 신입사원으로 선발돼 비행학교에서 훈련을 받은 뒤 조종사로 일하는 경우도 있어요. 또 처음부터 비행학교에서 교육을 받아 일정 비행시간을 채운 뒤 상업용 비행기 조종 자격(Commercial Airline Pilot License), 기장 운송 자격(Air Transportation Pilot License)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죠. 앞으로도 조종사는 많이 필요할 거예요. 그러니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또 자신에게 은사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꼭 도전해 보세요! 참, 그리고 항공용어가 다 영어기 때문에, 영어 공부도 필수예요.
기장님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하나님께서 때마다 제게 지혜를 주셔서 여기까지 인도해 주심에 먼저 감사해요. 앞으로도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교회에서 리더로 섬긴 것처럼, 앞으로는 많은 나라를 경험한 직장인 선교사로서 살아갔으면 해요. 복음을 전하기 어렵고 선교사들이 가기 어려운 나라에도, 저는 기장으로서 갈 수 있으니 그곳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들을 전도하며 곳곳에 건강한 공동체를 세워가고 싶어요.Q
Pilot
항공기조종사
하는 일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을 조종
업무 수행 능력
시력, 움직임 통제, 반응시간과 속도, 조작 및 통제, 청력
되는 길
민간항공사에서 선발하는 신입 조종훈련생으로 선발돼 훈련을 이수하거나 공군 조종사로 근무
지식
지리, 안전과 보안, 통신, 물리, 영어
관련학과
지상교통공학과, 항공학과
관련 자격증
항공기 운송용·사업용·자가용조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