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교회사

2017년 02월

익투스를 아시나요?

흥미진진 교회사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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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콤 #물고기 #신앙고백


박해의 도시 로마
“이 소문을 막기 위해서 네로는 희생양을 만들어 냈고, 아주 정교하게 계획을 짜서 불량하기로 이름난 그리스도인들을 처벌했다.” - 타키투스, 『로마 연대기』 중


미치광이 황제 네로의 박해로 로마는 공포의 도가니였다. 네로는 로마에 사는 그리스도인들 중 3분의 1을 법정에 세웠고, 믿을 수 없는 가혹한 판결을 내렸다. 역사가 타키투스는 그리스도인에 대한 네로의 박해에 대해 “어떤 이들은 동물의 가죽을 뒤집어 쓴 채로 개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어떤 이들은 십자가에 매달렸으며, 어떤 이들은 산 채로 몸에 불이 붙여졌다.”라고 생생히 기록했다.


순교의 길로 사라진 제자들
열두 제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경에 기록되진 않았지만 고대 문헌에 제자들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는지 남아 있다. 베드로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죽었다고 전해진다. 이는 자신을 붙잡으러 온 로마 병사들에게 예수님처럼 달릴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도마는 인도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했다. 안드레는 소아시아와 흑해의 북부 해안까지 복음을 전하다가 십자가에 X자 모양으로 매달려 순교했다. 한 수도승이 안드레의 뼈를 스코틀랜드로 가져갔다는 기록도 있다. 스코틀랜드 국기에는 X 무늬가 있는데, 이를 ‘안드레의 십자가’라고도 부른다.
다대오는 아프리카에서 순교했고, 빌립과 바돌로매는 소아시아에서 순교했다. 야고보는 에스파냐 산티아고에 자신의 무덤을 남겼다. 지금도 수많은 에스파냐 순례자들이 산티아고 성당이 있는 순례의 길을 걷는다. 로마 시민인 바울은 십자가형을 면했다. 십자가형은 너무 잔인해서 로마 시민에게는 행해지지 않았다. 대신 바울은 참수형을 당했다.


순교자들이 남긴 어록
열두 제자에 이어 교회 지도자들의 순교가 이어졌다. 그들이 남긴 최후의 한마디는 교회 역사의 어록으로 남았다. 젊은 시절에 사도 요한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던 폴리캅은 서머나교회의 존경받는 지도자였다. 80세가 넘은 폴리캅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로마 총독은 로마의 황제와 신들에게 제사하지 않는 폴리캅을 체포했다. 로마 총독은 폴리캅을 회유하려 했다.
“그리스도를 저주하라. 그러면 당장 풀어 주겠다!”
로마 군중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스도를 저주하라! 저주하라!”
그들을 향해 폴리캅은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86년 동안 그리스도를 섬겨 왔지만 그분은 나를 한 번도 버린 일이 없소. 그런데 내가 어떻게 나의 왕을 모욕할 수 있겠소?”
이 말을 남긴 폴리캅은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이그나티우스는 안디옥교회의 명망 있는 지도자였다.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사자 두 마리가 그를 물어뜯는 그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는 사자에 물려 순교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성도들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내가 야수의 밥이 되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야수에게 물려 죽을 때 나는 하나님께 갑니다. 세상이 더 이상 나의 몸을 보지 못할 그때, 나는 진실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것입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던 유스티누스는 그리스 철학으로 성경을 이해해 당시 지성인들에게 기독교를 설명했던 지식인이었다. 165년, 아우렐리우스 마르쿠스 황제는 그에게 참수형을 내린다. 그는 이 말을 남기고 사랑하는 예수님의 품에 안겼다.
“그리스도인은 모두를 사랑하지만, 모두로부터 박해를 받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죽음으로 내몰리지만 생명을 얻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 안에 있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페르페투아의 아버지는 딸에게 신앙을 포기하라고 말하자 그녀는 대답했다.
“아버지 이 그릇을 보세요. 이 물그릇을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요? 저도 저의 이름인 그리스도인 말고 다른 어떤 이름으로 저 자신을 부를 수 없어요.”
이 위대한 신앙의 여전사는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의 검을 맞고 순교했다.
블란디나는 아프리카 출신의 여자 노예였다.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자신의 신앙을 굽히지 않아 체포됐다. 로마 군사는 블란디나를 경기장으로 끌고 가 십자가에 매달고 피부를 벗겨 채찍질했다. 결국에는 경기장에 맹수를 풀어 그녀를 물어뜯게 했고, 성난 황소 우리에 그녀를 내던졌다.
로마 황제는 성경을 불태우고 교회를 파괴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순교의 값진 피를 흘렸다.
박해가 더 심해지자 그리스도인들은 로마 외곽에 있는 지하 무덤으로 모여들었다. 카타콤이라 불리는 이 지하 교회는 땅 위의 어떤 장소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곳이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다.”라고 말한 터툴리안의 말대로, 순교자의 피를 머금은 교회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고 있었다.


박해의 이유
죽은 황제를 신으로 섬기는 로마인의 눈에 황제를 섬기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반역자로 보였다. 기독교는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는 무례한 종교이며, 성전도 없고 신상도 만들지 않는 종교였다. 그리스도인은 빵을 나눠 먹으며 몸을 먹는다고 말하고, 포도주를 마시면서 피를 마신다고 말하는 괴상한 무리였고, 무시당하던 여자를 존중하고 비천한 노예에게 호의를 베풀며 로마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집단이었다.
로마인들에게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나사렛의 목수가 죽었다가 부활했고 곧 재림할 것이라는 미신에 사로잡힌 공동체였다. 그들은 그리스도인의 숫자가 늘어나자 로마의 수호신들이 분노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로마와 교회의 관계는 더할 수 없이 악화됐다.


익투스의 비밀
교회는 시작과 동시에 끝나 버릴 위기에 처했다. 로마 제국의 황제에게 미움을 받는 교회는 태풍 앞의 촛불과 같았다. 신앙을 포기하면 생명을 얻고, 신앙을 지키려면 생명을 포기해야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박해 속에서 신앙의 선배들은 믿음의 피를 흘려 왔다. 그들이 생명을 걸고 지키려 했던 믿음은 무엇이었을까?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 ‘아들’, ‘구원자’. 초대 교회 성도들은 이 다섯 단어만 생각해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다섯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으면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진다. 익투스. 물고기라는 뜻을 가진 이 헬라어는 이 땅에 존재했던 첫 교회, 첫 성도들의 순결하고 고귀한 간증이요, 비밀한 고백이었다.
놀랍게도 교회는 박해를 당할수록 견고해졌고, 고난을 받을수록 더욱 하나가 됐다. 그렇게 교회는 불같은 고난을 통과해 더 강하고 더 빛나는 하나님의 검으로 강력히 연단됐다.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