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편집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한다. 여러 명이 모여 하나 된 공동체성을 드러내려 할 때 연약한 인간의 죄성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인도자인 목회자와 훈련생이 함께하는 제자훈련 항해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예수님을 닮고자 영적 긴장감을 바짝 조이는 훈련에는 사탄이 틈타기 쉽다. 이에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목회자 3명의 인터뷰를 통해, 제자반 안에서 인간관계 갈등이 일어나도 제자훈련이 좌초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들어 봤다.
<편집자 주>
“관계 갈등은 영적 시험임을 깨닫고 잘 대처해야”
방병만 목사_ 당진제일교회
제자반에서 훈련생과의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인도자와 훈련생과의 갈등은 반드시 존재한다. 제자훈련 오리엔테이션 양식에 보면 훈련 시에 영적 시험이 발생하며, 이것을 사전에 알고 잘 대처해야 하며, 기도 후원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훈련생만이 아니라, 인도자에게도 해당한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면서, 훈련생과 갈등이 발생한 적이 종종 있었다. 한번은 어느 훈련생이 제자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만두겠다고 연락이 왔다. 표면상의 이유는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 같아서 심층 면담을 했는데, 나의 교수법이 그 훈련생에게 상처가 됐다고 했다. 인도자로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기 때문에 일단 사과를 했고,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감사해했다. 이렇듯 인간관계 갈등을 제자반에 대한 영적인 시험으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훈련생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
갈등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소극적 중재와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 중재다. 적극적인 중재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자칫 어느 한편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나서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으로 끝을 내야 한다.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공감하며 경청만 하는 것이다. 훈련생들이 인도자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훈련생이 자발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용납하는 것으로 유도하는 것이 좋다. 소극적인 중재는 훈련생이 제자반에서 이탈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중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방치가 아니라 성령께 기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자반 안에서 해결되도록 이끄는 것이다.
제자반 안에서 갈등을 줄이기 위한 원칙이 있는가?
가능한 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다. 초기에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제자반 내에서의 갈등이 영적인 시험임을 주지시키고, 실제 사례를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첫 시간부터 자리를 매주 바꿔 앉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자리 배치를 유심히 관찰하면, 관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과제로 전화 교제를 제시한다. 제자반 수업이 끝난 이후, 그날 제자반에서 상대방에게 들었던 내용 중에 은혜가 되거나, 도전이 되거나, 공감이 됐던 것을 전화로 고백하게 한다. 조금 번거롭지만, 초기에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빼놓지 않고 실행한다. 또한 훈련 과정에서 인도자의 편애가 갈등의 요소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도자의 편애는 매우 사소한 것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면, 훈련생이 질문에 대해 대답할 때 인도자의 반응이다. 어느 특정인에게 유별나게 반응하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훈련생들은 다른 훈련생이 대답할 때 중간에 끼어들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주의시킨다. 인간관계의 갈등은 초기의 선입견에 의해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훈련생들에게 관계의 갈등을 줄이면서 온전한 제자로 서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갈등은 서로 간에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훈련할 때, 인도자는 훈련생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는 것이다. 그에 비해 훈련생은 때로 다른 목적이 앞설 때가 있다. 이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서로 목적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다시 본래의 목적에 방향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과정을 재수정하는 것이다. 갈등의 원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목적(방향)과 과정(속도)로 이해하는 것이다. 끝으로 교회는 관계이고, 관계가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이다. 관계의 갈등이 생기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더 나은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백지희 기자>
“불평보다는 품을 수 있는 사랑의 용량을 키우게 하라”
나길수 목사_ 대전 혜성교회
인도자로서 제자반 안에서 훈련생과 인간관계의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사례를 나눠 달라
훈련생들 중 막상 제자훈련에 참여해 보니 훈련의 내용이 ‘힘들다, 어렵다’라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훈련생들에 비해 성경 지식 등 역량이 현저하게 부족한 경우, 처음에는 지도 교역자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가 나중에는 교역자와 어색해지거나 불편한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것을 경험했다. 결국 개인적인 상담을 통해 그들의 상황을 고려해 훈련의 수준을 다소 낮췄고, 같은 제자반 지체들도 배려하고 도와줘서 훈련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훈련생 선발에 대해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도자가 급하다고 훈련생이 부족해 무조건 훈련에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받을 만한 기초 양육 등응ㄹ 보게 됐다. 또 나는 각 훈련생의 제자훈련에 대한 의지와 열정 그리고 가정과 직장의 여건 등에 대해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됐다.
훈련생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을 때 인도자로서 어떻게 중재하는가?
서로의 기질과 인격적 미숙함 등으로 훈련생들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상대편에 대한 자기중심적인 판단을 중지하게 하고, 사랑의 용량을 키우도록 권면한다. 누구와 부딪히더라도, 누구라도 품을 수 있는 인격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주님께서 우리 자신을 용납하고 받아 주신 것을 묵상하게 하고, 서로의 모습을 인정하도록 지도한다. 훈련을 통해 내가 먼저 변화돼야 함을 가르친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훈련의 과정에서 인간관계, 건강, 물질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하며 각오하고, 인내하며 훈련해야 함을 강조한다.
제자반 안에서 인간관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훈련생 서로 간에 경어(敬語)를 사용하게 한다. 특별히 나이가 많은 훈련생이 어린 훈련생을 향해 경험이나 신앙 연륜 등을 토대로 말하지 않고, 교역자의 인도에 따르도록 한다. 동시에 훈련생 선발에서부터 훈련생들 간의 갈등이 최소화되도록 성격, 관계 면에서 편안한 분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한다. 또한 훈련 초 자신의 단점을 적어오도록 하고, 다른 훈련생의 장점도 적어오도록 한다. 그래서 훈련생들이 자신의 거친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은혜 앞에서 모두가 동일한 자리에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강조한다. 가급적 공동체 안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더 투명하게 보도록 하고, 다른 이들을 대할 때는 성경을 토대로 대하도록 훈련한다. 이렇게 자신의 모습과 다른 훈련생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말씀 앞에서 보게 함으로써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훈련 이후 각자 부름받은 자리에서 제자로 서야 하는 훈련생들이 관계의 갈등을 줄이면서 온전한 제자로 설 수 있도록 조언한다면?
최근 읽은 《쿠션》이라는 책에는 무거운 돌을 물 위에 뜨게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돌은 무조건 가라앉는 법인데, 만약 그 돌을 감당할 만한 배가 있으면 그 돌을 물 위에 뜨게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돌, 내 신앙생활의 돌, 내 사역의 돌에 대해서 왜 돌이 생겼는가, 왜 나는 이런 무거운 돌을 감당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불평보다는 ‘이 돌을 감당할 만한 배를 장만하게 하옵소서’라는 기도를 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이들을 섬길 때에는 배의 크기가 중요하다. 다른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인내와 섬김으로 품을 더 사랑의 큰 배를 만들어야 한다. <박주현 기자>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하라”
김효민 목사_ 봉선중앙교회
인도자로서 제자반 안의 훈련생과 인간관계의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제자훈련은 영혼 사랑의 실천 현장이다. 하나님께서 훈련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으로 섬기라고 보내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기에 십자가 앞에서 몸부림칠 때가 많다. 수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훈련생 한 사람이 내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훈련 시간에는 시간을 피하면서 마음을 열지 않았고, 교회를 오가며 마주칠 때는 고개를 숙이고 지나쳤다. 몇 주가 지나서 은혜를 받고 회복된 후에 그에게서 이유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한 주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겨우 제자훈련에 왔는데, 훈련 인도자가 늘 부담스러운 내용만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점점 미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그때까지 훈련생들을 변화시키려고만 했지, 그들의 형편과 상황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일에는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훈련생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중재하는가?
훈련생들마다 기질과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언제든지 갈등의 소지는 있다. 그러나 그 갈등을 잘 해결하면 건강한 소그룹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갈등을 믿음으로 통과하면서 훈련생들이 훨씬 더 성장해 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갈등의 상황이 벌어지면, 주님께서 하실 일을 기대하면서 간구하게 된다. 한번은 모임 때마다 발언을 많이 하는 훈련생이 있었다. 심지어는 인도자의 발언 중에도 끼어들어 얘기를 하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들어서 다른 훈련생들을 가르치는 일들이 잦았다. 그런데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에 또 다른 훈련생 두 사람이 그에게 문제 제기를 하면서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겼다. 그 소식을 전해준 훈련생은 내게 SOS 신호를 보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 스스로 믿음을 적용해서 해결하게 했다. 그 외에 다양한 갈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웬만하면 개입하지 않고, 주님께 기도한다. 목회자의 개입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자반 안에서 인간관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원칙이 있다면?
훈련생 간의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성장 배경과 형편 등을 알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넓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제자훈련의 개강 첫날은 각자 자신을 소개하고 기도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또한 1박 2일 수련회를 가면 개인의 ‘라이프 스토리’를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하게 하고, 서로 축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각자에게 행복했던 순간뿐만이 아니라, 암울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알게 될 때, 함께 웃고 우는 공감과 추억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훈련생들을 대할 때는 언제나 인도자로서 공평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나눔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주의하고, 그 어느 한 사람이라도 편애하지 않는다. 만일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인도자 때문에 상처받고 서로 간에 위화감이 들게 될 것이다.
각자 부름받은 자리에서 제자로 서야 하는 훈련생들에게 관계 갈등을 줄이면서 온전한 제자로 서기 위한 조언을 해 준다면?
성도들은 훈련을 통해 예수님의 제자로 세워져 가지만, 여전히 연약함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제자훈련 소그룹이나 교회 공동체에서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서로를 품어 주고 세워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 대해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갈등’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관계가 될 것이다. <김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