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박주성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
평신도에게 말씀 사역을 위임하는 것은 지역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에게는 고민거리다. 성경은 분명히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라”(골 3:16)고 말한다. 가르치고 권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우리 속에 풍성히 거하고, 지혜가 뒷받침돼야 한다. 평신도에게 말씀 사역을 위임하기로 결정한 목회자는 평신도지도자들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도록 그들을 준비시키고 도와줘야 한다.
말씀 사역 위임 전후 평신도지도자 돕기
목회자가 평신도지도자를 돕는 일은 말씀 사역 위임 이전의 일과, 위임 이후의 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말씀 사역 위임 전에 평신도지도자들을 돕는 것은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목회자들은 제자훈련을 통해서 평신도지도자들이 제자로서의 삶의 기초를 다지고, 구원 교리에 대해 알게 해야 한다. 나아가 그들이 그리스도를 닮은 온전한 인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영향력 있는 평신도지도자가 될 수 있다.
사역훈련을 통해서는 목회자의 목회 철학을 이해하고, 목회자와 목회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소그룹 인도법을 가르쳐야 한다. 왜 소그룹이라는 환경을 고집하는지, 귀납적으로 성경을 연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소그룹 안에서 순원들과 어떻게 영적 교훈을 나누고 성장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씀 사역을 위임하기 전에 교육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옥한흠 목사는 『평신도를 깨운다』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평신도가 모든 훈련의 과정을 마치고 실제로 사역에 뛰어들면 그들의 영적 요구가 점점 더 왕성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점에서는 훈련을 시키기 전보다 목회자는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그들이 사역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계속 필요한 자료를 공급해 줘야 한다. 영적으로 필요한 은혜를 끊임없이 보충해 주어야 한다.”
옥한흠 목사의 지적처럼 목회자는 말씀 사역을 위임받아 파송된 평신도지도자에게 계속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공급해 줘야 한다. 더불어 필요한 은혜도 보충해 줘야 한다.
<디사이플>에서는 목회자가 평신도지도자에게 계속해서 필요한 자료를 공급해 주는 부분과 관련해 ‘어떻게 평신도의 소그룹 성경공부 예습과 인도를 돕는 자료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지’를 나누고자 한다.
순장 교육, 졸업이 없는 평생 교육
제자훈련을 통해 인격이 다듬어지고, 사역훈련으로 순장으로서의 역량을 갖췄다 하더라도 수료할 때의 상태에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능력 있는 말씀 사역자로서 교회를 섬기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목회자는 계속해서 평신도지도자의 인격과 역량을 점검하고, 그것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또한, 목회자는 평신도지도자가 자신의 소그룹 안에서 ‘귀납적 소그룹 성경연구’를 함으로써, 소그룹이 영적으로 풍성해질 수 있도록 장을 열어 줘야 한다.
모든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는 귀납적인 개인 성경연구를 통해 얻어 낸 영적 교훈을 일정한 기준을 통해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로 인코딩(encording)한다. 이렇게 인코딩 된 교재는 귀납적 소그룹 성경연구를 예습하는 순장과 순원을 통해서 디코딩(decording)돼야 한다.
순장과 순원들 개개인은 모두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의 질문을 따라 예습하면서,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를 인코딩한 저자가 발견한 영적 교훈을 개인적으로 발견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런 다음 개인적으로 발견한 영적 교훈을 한 광주리씩 안고 소그룹에 모여 질문과 경청을 통해 서로 발견한 영적 교훈을 나누며, 모두가 스승이 되고 모두가 학생이 되는 배움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이렇게 영적 교훈을 공유하다 보면 한 광주리의 영적 교훈을 들고 소그룹에 참여했음에도, 집에 돌아갈 때는 순원의 수만큼의 광주리를 들고 가는 영적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다. 이것은 연역적으로 전달되는 일반적인 강의를 통해서는 기대할 수 없는 혜택이다.
연역적으로 전달되는 일방적인 강의에서는 한 명의 강사가 준비한 콘텐츠를 강의에 참여한 순원들이 한 광주리씩 안고 돌아간다. 그러나 귀납적인 소그룹 성경연구에서는 참여한 순원들 각자가 준비해 온 한 광주리씩의 은혜를 소그룹에 참여한 모든 순원들이 다 나누고도 더 안고 돌아가는 기적이 일어난다. 일곱 명이 참여한 소그룹은 일곱 광주리를 안고 돌아가는 것이다.
이제 귀납적 소그룹 성경 연구를 준비하는 순장과 순원이 어떻게 교재를 디코딩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도자의 상황과 여건에 맞게 재인코딩해야 하는지, 그 세부적인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소그룹 교재를 디코딩하라
1. D형 큐티를 하라
순장은 매주 진행하는 귀납적 소그룹 성경공부 교재를 예습하기 전에, 그 주 소그룹 시간에 다루게 될 본문으로 D형 큐티를 하는 것이 좋다. D형 큐티는 귀납적 개인 성경연구를 조금 더 간단한 과정으로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말씀 묵상 과정이다.
대부분의 큐티가 느낀 점을 기록하는 ‘느낌 큐티’에 머물지만 D형 큐티는 ‘연구’ 단계를 포함해 묵상하는 단계에만 머물지 않고 연구하도록 한다. 물론 D형 큐티를 하면서 연구에 시간을 과도하게 많이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날 주어지는 하나님 말씀의 원리를 발견해 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큐티 본연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의 본문으로 D형 큐티를 하다 보면 궁금한 부분들이 생기게 된다. 궁금점을 가지고 소그룹 지도자 모임(순장반, 구역장모임)에 참여하면, 동기부여가 된 채로 참여하는 것이기에 순장반에서 어떤 내용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목사님의 도움을 받아야 부분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2. 질문 유형을 분류하라
D형 큐티를 통해 말씀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그 주간 다룰 교재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모든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에는 관찰질문, 해석질문, 적용질문 등의 질문이 포함돼 있다.
내용관찰 질문은 성경을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는 유형의 질문이다. 해석질문은 다시 연구질문과 묵상질문으로 나뉜다. 이것은 옥한흠 목사가 틀을 잡으신 D형 큐티의 정신이기도 하다. 성도들에게 귀납적 성경공부를 익히도록 지도하다 보면 해석단계를 뭉뚱그려 한 단계로 접근해서 본문의 의미를 찾는 것보다는, 해석과 묵상으로 구분해 해석하도록 돕는 것이 훨씬 더 개념 정리가 명확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연구와 묵상 단계를 구분하는 것은 옥한흠 목사와 같은 목회의 거장이 가진 탁월한 목회적 감각일 것이다.
느낌질문은 본문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질문이다. 적용질문은 본문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묵상하고 느끼면서 내 삶에서 결단하고 적용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렇게 질문의 유형을 분류하면 얻게 되는 유익이 있다. 첫째, 시간 사용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 관찰질문은 본문을 읽으면 곧바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유형의 질문이기 때문에 간단히 다루고 넘어가면 된다. 연구질문은 참고 자료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질문해서 정답을 얻기가 어려운 질문일 수 있다. 그러므로 관찰질문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묵상질문이나 느낌질문은 성령께서 각자에게 주시는 깨달음을 통해 묵상하고 느낀 점을 나눠야 하는 질문이므로, 관찰질문보다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적용질문은 삶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며, 서로에게 배우는 영적 장을 열어 주는 시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여유를 가져야 한다.
둘째, 누구에게 질문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다. 관찰질문은 본문을 읽으면 곧바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초신자라도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다. 그러나 연구질문은 성경배경 지식이 없을 경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므로 초신자에게 질문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신앙의 연륜을 갖춘 순원에게 질문하는 것이 좋다. 묵상질문도 신앙적 배경이 없는 순원인 경우, 세상적인 묵상에서 나온 대답을 할 가능성이 많음을 유의해야 한다. 느낌이나 적용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말할 수 있게 인도한다.
이처럼 질문 유형을 분류한 후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질문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질문 유형을 분류하는 것은 귀납적 소그룹 성경공부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인 셈이다.
3. 문단을 구분하라
이렇게 질문 유형을 분류하고 나면 문단을 나눠야 한다.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의 문단은 적용질문을 기준으로 나누면 된다. 성경을 공부하는 것은 성경이 절대 진리이기 때문이며,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계시해 주신 절대 진리의 기준을 연역적 방법을 통해서든, 귀납적 방법을 통해서든 공부한 후에는 각자의 삶에 적용해야 한다.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그날 다룬 본문을 가지고 삶에 적용하는 질문을 던지고 나면 한 문단이 끝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적용질문이 몇 개인지 확인하고 적용질문을 기준으로 문단을 나누면 한 과의 큰 흐름을 잡을 수 있어, 자신이 최종적으로 어떤 목표에 도착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소그룹 교재를 재인코딩하라
1. 소그룹 지도자 모임(순장반, 구역장모임)에 참여하라
소그룹 지도자(순장, 구역장)들은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를 1차로 예습하면서 소그룹 지도자 모임에 참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소그룹 지도자 모임을 준비한 소그룹 지도자들은 지도자 모임에서 어떤 부분에 더 집중해서 들어야하는지, 내가 궁금한 부분에 대해 목사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들으며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2. 보조질문을 통해 빠진 연결고리를 채우라
<날마다 솟는 샘물>을 통해 매일 D형 큐티의 5가지 질문에 답하는 훈련을 하는 순장은 어떤 본문을 보든지, 내용관찰질문, 연구질문, 묵상질문, 느낌질문, 결단과 적용질문 등의 질문을 던질 줄 알게 된다.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는 저자가 본문 속에서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면서 영적 교훈을 발견한 후, 같은 교재로 공부하는 소그룹 지도자들과 순원들도 동일한 영적 발견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일정한 기준으로 배열해 인코딩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지면의 한계상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의 저자가 귀납적 개인성경연구를 하면서 던진 모든 질문을 교재에 넣어 인쇄할 수는 없다.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의 한 과에는 대략적으로 10개 정도의 질문이 있다.
하지만 소그룹 지도자가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의 저자가 귀납적 개인성경연구를 통해 발견한 영적 교훈을 100% 다 발견하도록 소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는 질문과 질문 사이에 ‘보조질문’을 만들어 넣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빠진 연결고리를 채우는 작업이다.
순장은 관찰보조질문, 연구보조질문, 묵상보조질문, 느낌보조질문, 적용보조질문 등을 만들어 귀납적 성경공부 교재가 담아내고자 한 영적 교훈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작업은 소그룹 지도자 모임을 인도하는 목회자가 도와줘야 할 일이면서, 동시에 소그룹 지도자들이 D형 큐티와 소그룹 지도자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맡아 섬겨야 할 소그룹 모임의 형편에 맞게 준비해가야 할 작업이다.
3. 서론과 결론을 준비하라
똑같은 메인 요리라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풀코스 정찬이 될 수도 있고, 단품 요리가 될 수도 있다. 서론에는 오늘 공부하게 될 귀납적 성경공부 주제에 대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풀코스 정찬을 대접받을 때는 식욕을 돋우는 에피타이저를 먼저 제공받는다.
마찬가지로 귀납적 소그룹 성경공부를 시작할 때는 서론을 읽고 난 후, 도입질문을 통해 그날 배우게 될 주제와 관련해 모든 순원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일반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우리가 영적으로 목마른 존재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부각해야 순원들이 그날 공부할 귀납적 성경공부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말씀 속에서 삶의 원리를 찾아내는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무리할 때는 공부한 성경공부 교재의 내용 가운데 적용질문을 중심으로 한 가지씩 기도제목을 만들어 합심해 기도하면 된다.
4. 큰 그림을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라
이렇게 서론과 결론까지의 풀코스 정찬 메뉴 준비를 마무리한 다음에는, 준비한 내용을 마음에 담고 기도하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한다. 동일한 교사가, 동일한 학생을 대상으로, 동일한 교재를 갖고, 동일한 환경에서 가르쳐도 성령께서 역사해 주시는 모임과 그렇지 않은 모임은 천지차이다.
바울 사도도 이렇게 고백했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나아가 하나님의 증거를 전할 때에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아니하였나니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1~2).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하면 귀납적 소그룹 성경공부가 ‘겉절이’가 아니라 ‘묵은지’를 만들어 제공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순장은 반드시 담임목사가 교육해야
사랑의교회는 담임목사가 직접 집필한 소그룹 성경공부 교재(다락방 교재)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장 교육 시간이 짧아서 좀 더 자상하게 귀납적 방법으로 인도하는 법을 알려 주지 못할 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강해설교를 위해서는 10시간 이상을 투자하면서도, 귀납적 성경연구 모임을 위해서는 질문에서 제시하는 성경구절 정도를 찾아 적어 들어가는 정도로 예습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교회의 강해설교는 상향 평준화 됐다. 그러나 아직 한국 교회의 소그룹 성경공부 인도는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이제 한국 교회가 제대로 된 제2의 종교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씀을 성도들의 손에 들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말씀 사역자들을 길러내고 그들을 통해 귀납적 소그룹 성경공부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옥한흠 목사의 통찰력 있는 도전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순장들은 계속 성장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사역자로서 필요한 영적 권위를 가지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수준에 머물 수 없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평신도를 깨운다』, 311쪽).
박주성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M. Div.)과 달라스신학교(S.T.M. 성경주해전공)를 졸업했다. 이후 1998년부터 2011년까지 국제제자훈련원 사역코디네이터 및 출판디렉터로 섬기다가 현재, 국제제자훈련원 대표총무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