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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영선 사모_ 화평교회
흔들리는 사모의 정체성
“네 화평교회입니다.” “어? 사모님이세요? 사모님이 사무실에는 웬일이세요?” “이 시간에 교회 가세요?” “어머! 사무실에 사모님도 계셨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회 차 안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사모님은 댁에 내려 드리면 되지요?” 또는 믿음 좋은 친한 친구조차도 “무슨 교회 일을 그렇게 많이 해? 건강 좀 챙겨라!” 어떨 때는 우리 아이도 “엄마가 굳이 그렇게 출퇴근하면서까지 교회 일을 해야 하나?”라고 의문을 표할 때가 있다. 또 말하지는 않아도 은연중에 부교역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주님만 바라보게 된다.
“내 하나님이여 내 영혼이 내 속에서 낙심이 되므로 내가 요단땅과 헤르몬과 미살산에서 주를 기억하나이다”(시 42:6).
35년 전 남편이 부교역자였을 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익숙했던 가족, 친정 교회, 회사를 떠나 낯선 교회에 와서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하나님께 헌신된 마음이 있음에도 사역의 장이 주어지지 않아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는 ‘교역자와 결혼하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내 위치는 어디일까?’,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나도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나도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몇 년 후 교회 개척과 더불어 그런 갈등과 어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가르치는 일은 물론 찬양대, 밥하는 일, 교회 청소, 화장실 청소, 심방, 전도, 간사 일까지 일인 다역을 해야 했다.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