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9년 01월

기획 4 - 목회 본질을 붙잡으면 위기에서 벗어난다

기획 한상윤 목사_ 한뜻교회

과거 어떤 시대를 불문하고 목회가 쉬운 시대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직면한 이 시대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목회자로서 버거운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사람들은 오늘 이 시대를 일컬어 여러 가지 수사로 정의한다. 다원화되고 다변화된 시대, 지식 정보화 시대, 속도 경쟁의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부른다.

21세기와 더불어 목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시대적 화두와 함께 다양한 목회적 이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무겁게 침잠해 가는 듯한 안타까움을 갖게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목회의 현실이다. 특히 오늘의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는 ‘포스트모던주의’는 반기독교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 오늘의 목회 현실을 이중으로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신앙 열기가 이렇게까지 급격히 식을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도저히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기 어려웠던 중세 시대에도 종교 개혁가들이 붙잡은 것은 신앙의 본질이었다.

그렇다면 이렇듯 간단치 않은 위기의 시대에서 무엇으로 목회 현장의 공기를 새롭게 하고, 목회 방향을 재정립할 수 있을까?

내가 섬기는 한뜻교회의 개척 당시를 돌아보면서 시대적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나눠 보고자 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다 30대 후반에 목회자로 부름받았는데, 당시 소명을 받았을 때만 해도 한국 교회는 오순절파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성령받고, 능력받아, 충성하자’라는 식의 단순하고 획일화된 분위기 속에서 신대원을 졸업하고, 졸업과 함께 목회자로 강단에 섰다.


비전을 이뤄 가는 것이 중요하다

열정 하나로 시작한 목회의 첫 자리는 ‘사역의 무지와 목마름’을 깨닫게 해 줬다. 강단에서 한뜻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선포했는데, 답답하게도 그것은 막연한 비전이었다. 총론과 추상적인 덩어리 비전만 있을 뿐 그 비전을 어떻게 이뤄 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이 없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사역의 목마름이 느껴졌다. 그 목마름은 사역의 무지에서 온 것이었다.

목회 리더십에 있어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교회에 대한 비전은 리더십의 핵심이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성직자인 조나단 스위프트가 “비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기술”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비전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면, 그 이상 중요한 것은 비전을 어떻게 이뤄 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노하우, 즉 각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의 말은 경청할 만하다. 그는 “교회 성장은 헌신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헌신 이상의 기술(skill)이 있어야 한다”라고 교회에 충고했다.


목회의 목마름, CAL세미나에서 풀다

문제의식이 필요한 것은 바른 문제의식에 바른 해답이 따라오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사역의 무지와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인도해 주신 곳은 당시 사랑의교회와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실시하던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였다. 아직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이 생기기 전이었다.

CAL세미나 등록을 늦게 해 대기자 순번이었던 나는 아예 짐을 싸 들고 당시 숙소였던 교육문화회관 접수대에서 사정이 생겨 불참하는 목사님이 있기를 기다리다 자리가 비어 참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참석하게 된 CAL세미나는 내 무지와 목마름을 해결해 줬다. 그런데 오늘날의 목회 현실은 내가 CAL세미나에 참석했던 당시보다 훨씬 더 어려워져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무지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중세 시대에도 종교 개혁가들이 붙잡은 것이 신앙의 본질이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성경이 들려주는 목회 본질을 붙잡는 것은 당연하고도 가장 옳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성경적 목회 방법은 무엇일까?


바울로부터 배우는 목회의 본질

목회 위기의 시대를 맞아 한국 교회는 성경으로 돌아가 사도 바울로부터 목회의 본질을 배워 보자.

첫째, 복음의 일꾼과 교회의 일꾼으로서 소명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바울은 자신의 영광스러운 부르심에 대한 소명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복음의 일꾼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한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교회의 일꾼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자신이 소명에 대한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목회자는 목회를 통해 성도들에게도 그들이 무엇을 위해 부르심을 받았는지 분명한 소명의식을 심어 줘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복음의 일꾼으로의 부르심을 생략한 채 교회 일꾼이 되었을 때 교회 안에서의 계급주의자나 교권주의자로 잘못 세워질 수 있고, 이는 목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바울은 전도와 훈련 사역의 균형과 목표를 분명히 했다.

우리는 바울의 사역을 특별한 선교 사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복음 전파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물론 바울이 복음 전파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울이 복음 전파 사역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역이 바로 ‘제자 양육’ 이었다.

바울 사역의 핵심은 골로새서 1장 28절에 드러나 있다. “우리가 그를 전파하여 각 사람을 권하고 모든 지혜로 각 사람을 가르침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 함이니.” 이 구절에는 ‘각 사람’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반복된다. 복음전도를 통해 구원받은 한 사람, 그 한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는 사역이야말로 바울 사역의 진수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바울의 사역은 그저 복음 전파로 끝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받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의 완전한 자로 세우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가르치는 사역이었다.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고 권면할 수 있었기에 진정한 치유와 돌봄이 이뤄지고, 성도들의 믿음이 성장할 수 있었다. 목회자에게 설교가 중요한 사역임에 틀림없지만 설교만으로는 사람이 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모든 목회자가 갖는 진솔한 고백이다. 이에 설교 사역과 더불어 반드시 제자훈련 사역을 목회 본질로 삼아야 한다.


한 사람 비전을 갖고 제자 삼는 목회

바울로부터 배우는 디사이플 메이킹(제자 삼는 사역)의 핵심은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지상명령대로 한 사람 비전을 갖고 사역하는 것이다. 바울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 : 19~20)는 예수님의 명령에 가장 헌신된 사역자였다.

신학자 에즈라 바운즈는 “세상은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더 좋은 사람을 찾고 계신다”라고 말한바 있고 “훈련된 한 사람이 훈련되지 않은 한 교회보다 낫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 사람의 가치를 찾는 사역이 제자훈련 사역의 핵심이다. 그 한 사람이 한 교회와 지역, 한 나라와 열국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본질을 붙잡으면 후회가 없다

교회는 제자훈련을 통해 기존의 경험에 기초한 목회 토양을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토양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원칙과 기준이 없는 직분 중심과 계급주의적 목회를 ‘사역 중심적’ 목회로 전환할 수 있다. 성도들로 하여금 심방거리만 가져다주는 어린아이의 신앙에서 훈련되고 성숙한 성도로 바꿀 수 있다.

나아가 성직자가 중심이 돼 움직이는 교회에서 평신도가 목회자의 동역자가 되는 생명력 있는 교회로 변화시킬 수 있다. 성도들을 단순 봉사자에서 ‘훈련된 사역자’ 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제자훈련 사역이다.

오늘 한국 교회 목회 현장은 그 어떤 시대보다 더 버겁고 힘겨운 이중, 삼중의 어려움 속에 놓여 있다. 시대정신 또한 반기독교적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우리를 더 당혹스럽게 한다. 이 같은 목회 현실 속에서도 목회자는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목회본질을 붙잡고 주신 사명을 감당해야만 한다. 예수님과 바울로 이어지는 한 사람 목회철학인 제자훈련을 붙잡고,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기를 바란다.




한상윤 목사는 서양화가로 활동하다 부르심을 받고,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과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에서 구약(Th. M., Ph. D.)을 전공했다. 현재 인천 한뜻교회 담임목사와 인천 CAL-NET 총무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