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2014년 05월

빌 헐 목사 & 오정현 목사

대담 우은진 편집장

“제자도의 본질을 확고히 하고, 기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

 

일시: 2014년 4월 3일
장소: 사랑의교회 접견실
인도: 오정현 목사(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정리: 우은진 편집장(월간 <디사이플>)
사진: 김도태 작가


빌 헐 목사는 오랄 로버츠대학교에 재학 중일 때 그리스도께 헌신했고, 제자 양육자로 인생의 항로를 바꾸었다. 이후 농구선수로 몇 년을 보낸 뒤 탈봇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부터는 제자훈련에 관한 전권을 시리즈로 출간했고, 복음자유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기도 했다. 현재는 빌 헐 미니스트리 대표와 탈봇신학교 교수로 강의와 저술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령의 능력에 관한 솔직한 대화』, 『온전한 제자도』(이상 국제제자훈련원), 『제자 삼는 예수 그리스도』(요단) 등이 있다.

 


내 삶의 주제는 제자 삼는 것
오정현 목사 : <디사이플>에 빌 헐 목사님을 모시고, 제자훈련을 주제로 대담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목사님께서 언제, 어떤 계기로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빌 헐 목사 : 저희 집안에서 외할머니가 그리스도인이셨습니다. 외할머니는 어머니와 저를 위해 기도하셨는데, 어머니가 먼저 믿게 되셨습니다. 이후 저는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복음을 들었습니다. 어머니와 대화를 끝내고, 금식기도 하며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라디오 설교를 들었는데, 그 말씀을 들으며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그 후 그리스도인 친구를 만나 성경공부와 기도를 하며 믿는 자로서 살게 됐습니다. 또 아내 제인이 그리스도인이었는데, 아내를 통해서도 복음과 예수님에 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에서 농구선수로 뛰고 있었습니다. 제 키가 2m가 넘고 열정이 있어 한창 농구선수로서 활약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3, 4학년 때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로 선교를 갔는데, 그때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한테 설교하라고 해서 어설프게 설교를 했는데, 그만 마을 사람 전체가 예수를 믿기로 작정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상황 자체가 제게 충격을 줬고, 결국 4학년 졸업반 때 프로 농구선수로 전향할 것인지, 목회자가 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게 됐습니다. 어떻게 해야 목회자가 되는지도 몰랐지만, 기독교 사역에 헌신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습니다. 그게 바로 하나님께서 저를 부르신 일이었습니다.

 

오정현 목사 : 목사님께서 제자훈련 사역에 헌신하게 된 배경과 목회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빌 헐 목사 : 제가 처음 그리스도인이 됐을 때가 대학생 시절이었는데, 교회 안의 다른 부서에 소속된 게 아니라 주일예배만 드리며 성경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대위임 명령’이 나온 부분이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제자 삼아야 한다는 말씀이 제 마음을 쳤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핵심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후 왜 교회는 제자 삼아야 한다는 성경의 대위임 명령을 실행하지 않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교회는 제자 삼는 사역을 하지 않고, 교회 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신학교에 다닐 때도 이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설교하고, 성도들을 가르쳐야 할지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제자 삼는 사역은 제 삶에서 점점 강력한 의문으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목회자가 된 이후에 쓴 첫 번째 책의 내용은 “제자 삼는 사역(disciple making)을 하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책과 기사를 쓰고, 나중에 신학교에서 강의도 하면서 제자 사역에 대해 저를 도전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제자 삼는 사역에 대한 확신은 더욱 강건해졌고,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주님의 대위임 명령이 진리임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정현 목사 : 고(故) 옥한흠 목사님이 마치 광인(狂人)처럼 한국 교회 안에 제자훈련 사역의 이론과 목회 방법을 뿌리내렸듯이, 빌 헐 목사님께서도 미국 교회 안에서 그동안 수많은 제자훈련 관련 저서들을 출판하시면서 학자적인 면모가 강해지셨던 것 같습니다. 제자 삼는 사역이 목사님의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빌 헐 목사 : 제 삶의 주제는 제자를 만들고, 그에 대해 쓰는 것이 전부입니다. 68세인 지금도 저는 많이 읽고, 쓰고, 가르치는 사역에 전념합니다. 옥한흠 목사님과도 책을 통해 알게 됐고, 옥 목사님께서 15년 전 제 책을 읽고, 초청해 주셔서 1999년에 사랑의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제자훈련에 대한 옥 목사님의 관심과 열정이 태평양 건너에서 제자훈련에 집중하던 저를 한국 교회로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자훈련 사역을 확장 중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 삶의 핵심이기에 그것이 삶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이번 97기 CAL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들에게도 “목회자가 먼저 예수님을 닮아, 흉내를 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자훈련과 관련된 저서 집필과 강의 사역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제자훈련과 관련된 신학적 교리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를 믿게 되면 제자가 되는 게 당연한 건지, 아니면 제자는 믿은 이후 더 배워야 하는 과정 중 하나인지, 그냥 믿기만 하는 사람과 제자로서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차이는 어디서, 왜 나는지, 제자를 삼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등 이런 부분에 대해 성경이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그것에 대해 연구하며 책을 쓰고 싶습니다.

 

달라스 윌라드, 미국 교회의 마틴 루터
오정현 목사 : 한국 교회에는 옥한흠 목사님과 사랑의교회를 중심으로 제자훈련이 이제 목회의 본질이자, 목회 철학으로 확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자 삼는 수많은 사역이 한국 교회 각지에서 일어나 지역마다 제자훈련 모델 교회들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미국 교회 내에서는 제자훈련에 대한 관심과 현황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빌 헐 목사 : 사실 제가 목사로 사역을 시작할 때 미국 교회는 별로 제자훈련에 대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미국 교회 안에서 복음주의가 강해지고, 강해 설교가 인기를 얻으면서 큰 교회 목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제자 삼는 사역을 꼭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만, 그 외 교회 사역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 예를 들면, 설교, 전도, 선교 등에 의해 뒤로 밀렸습니다. 복음주의 목회자들 역시 제자 삼는 사역에 대해 강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사역을 교회에 적용하며 목회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저는 성경을 읽으면서 제자 삼는 사역을 목회의 본질로 확신했지만, 『온전한 제자도』라는 책을 쓰면서 제자 삼는 사역을 목회와 연결해 써야 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 당시 네비게이토와 CCC 등 관계자들은 제자훈련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제자 사역이 신학교와 교단을 뚫고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미국의 대형 교회도 이 점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윌로크릭교회를 통해 구도자와 제자도라는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빌 하이벨스 목사는 윌로크릭교회 사역의 결과 보고서를 냈는데, 그들이 했던 방법이 영적으로 자라도록 하는 데 도움은 됐지만, 제자도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의 솔직한 고백은 칭찬을 받았습니다. 2002년 달라스 윌라드는 제게 큰 격려를 해줬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모략』이라는 책을 출판해서 제자도의 개념을 미국 교회에 전파했던 것입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도 굉장히 많이 팔렸습니다. 그래서 이 책 출판 이후 지난 10년 동안 지역 목회자들 사이에서 제자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저는 달라스 윌라드가 미국 교회에서 마치 마틴 루터의 역할을 감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미국 남침례교회에서도 제자훈련에 관심을 두고 있고, 제자훈련에 관한 크고 작은 콘퍼런스와 포럼들도 많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도 한 미국 기독교기관의 콘퍼런스 테마가 “제자훈련 시프트”였습니다. 이처럼 미국 교회 내에서 젊고 영향력 있는 목회자들의 제자훈련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6~7일에는 새들백교회에서 제자훈련 콘퍼런스가 열립니다. 제자 삼는 사역이 점점 세계화되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에는 사랑의교회 같은 제자훈련을 모태로 성장한 교회가 많이 없는데, 이 사역에 국제적으로 함께 협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정현 목사 : 목사님께서 지난 40년 동안 제자훈련 사역을 해 오면서 배출한 제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누구입니까?


빌 헐 목사 :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 여러 명 있는데, 그중에 데이비드 애버렛 선교사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는 지금 캄보디아에 사는 선교사로서, 저는 그가 사업가일 때 만났습니다. 당시 교인이 50~60명 정도 모이는 개척 교회를 할 때였습니다. 저는 그에게 복음을 전했고 그는 교회에 등록했는데, 당시 그리스도인의 삶과 복음, 교회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었습니다. 그와 그의 아내는 저에게 제자훈련을 받았는데, 25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리더십이 두드러졌습니다. 이후 그는 우리 교회 스태프를 거쳐 중등부 목회자가 됐고, 수많은 아이를 주님께 돌아오게 했습니다. 나중에는 아이들의 부모님도 교회로 데려왔고, 결국 그는 선교사로 헌신해 나중에는 아예 캄보디아로 이주해서, 수도 프놈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수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도 지었습니다. 또 한 명은 롱비치에 사는 변호사입니다. 그는 제자훈련을 받은 이후 법정에 들어갈 때마다 배심원들과 판사를 위해 기도하며, 자신의 사무실 직원들을 데리고 성경공부를 진행하는 열정을 지니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통해 가장 선하고 정의로운 판결이 이뤄지길 기도하며, 실천하는 제자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선교사가 돼 직접 복음의 불모지에서 사역하는 제자도 있고, 직업을 통해 느리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자들도 있습니다. 모두 소중한 주님의 제자들이며, 저는 그들을 사랑합니다.


제자훈련의 기준을 낮춰서는 안된다
오정현 목사 : 옥한흠 목사님이 사역하셨던 70, 80년대 한국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지나던, 절대적 진리가 아직 통하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SNS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개인주의와 상대적 진리만이 통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 제자훈련이 어떤 식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할지 목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빌 헐 목사 : 저는 제자훈련의 메시지에는 물을 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극심해도 제자도에서 헌신을 빼면 안 됩니다. 기준을 낮춰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패턴과 방법은 좀 달라져야 합니다. 제자훈련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제자훈련에서 사랑을 많이 강조해야 합니다. 사랑은 관계를 잘 만들고, 유지해 나가도록 돕습니다. 제자훈련을 너무 딱딱하고 형식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관계성을 강조하는 도구들입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질문을 다양하게 던지거나, 관계성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변화들을 추구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20년 전 교인들에게 지옥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잘못된 질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반은 지옥이 있다, 반은 잘 모른다고 답합니다. 달라스 윌라드는 우리가 지금 도덕적 명확성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미 도덕적 가치를 가르쳐 줬는데, 이제는 대학교도 신학교도 그 소중한 가치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사람들은 성경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렸고, 도덕적 가치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도덕적 가치가 한국보다는 미국이, 미국보다는 서유럽이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태복음 9장에서 예수님께서는 무리를 일컬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군중들의 모습과도 같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제자도의 본질을 확고히 하고, 기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강하게 붙들어야 합니다.

 

오정현 목사 : 한국 교회는 성도가 예수님을 닮은 존재(the being)라는 것과 함께, 예수님을 닮은 사람이 어떻게 살 것인지(doing)를 강조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도 디사이플 메이킹 처치(disciple making church)에서 디사이플 메이킹 미션 처치(disciple making mission church)로 한 단계 올라서야 할 때입니다. 다시 말해 제자훈련 1.0시대에서 제자훈련 2.0시대로 올라가야 합니다. 저의 다음세대는 제자훈련 3.0시대로 가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빌 헐 목사 : 제자훈련 1.0에서 2.0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말은 시기적절한 말씀입니다. 사용되지 않는 지식이 있다면 위험하고, 머리만 키우게 됩니다. 제자로 훈련을 받았는데, 그것을 쓸 수 없고 분출할 수 없으면 안에서 폭발해 버립니다. 이것은 큰 문제입니다. 제자로 사는 삶은 사회적 정의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가난한 사람과 부한 사람,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들을 모두 돌보는 것으로도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제자라면 사회와 세상을 향해 헌신과 종, 섬김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또 한편으로 우리는 교회 안의 가난한 자들뿐 아니라 돈이 많은 부자도 섬겨야 합니다. 뜻밖에 그들은 외롭고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합니다. 그 사람들을 위한 창의적 아웃리치도 필요합니다. 부자를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상류층,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제자의 삶을 제대로 가르치고 섬길 때, 그들의 영향력이 사회와 세상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창의적인 섬김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자훈련 하는 교회들이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통해 섬김의 다양한 훈련 그룹들을 많이 만들기를 기대합니다.

 

한미 교회간 제자 사역에 협력 기대
오정현 목사 : 저는 제자훈련의 정신을 바탕으로 꿈꾸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믿음의 세대계승과 복음적 평화통일 그리고 대형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은 제자훈련의 국제화입니다. 전 세계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소명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주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국제화의 끈으로 연결됐으면 합니다. 마치 마태복음 28장에 나오는 “가서 가르치고 세례를 주는” 제자훈련에 대한 방향성이 결국 제자훈련의 국제화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즉, 모든 민족이 제자 삼는 같은 꿈과 비전을 소유한다면 하나님 나라가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사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빌 헐 목사 : 개인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우선 사랑의교회는 현실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교회 크기와 문화적 중요성 그리고 영향력입니다. 제자훈련 하는 교회들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면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제자 삼는 사역을 사랑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제자의 재생산을 기뻐하시고, 사랑의교회가 그 메시지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메시지는 미국 교회에도 필요합니다. 제자훈련에 대해 강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명확한 훈련과 시스템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사람들은 단순하게 좋은 TV나 몇 대 선물해서 좋은 소리 듣기를 원하지만, 제자 삼는 사역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부족하지만 저 역시 제자훈련의 국제화를 위한 파트너가 돼서 사랑의교회와 협력하길 원합니다. 미국에 여러 제자훈련 관련 포럼과 사역들이 있는데, 사랑의교회가 전면에 나서서 주도해 주면 좋겠습니다.

 

오정현 목사 : 사랑의교회는 3,000여 명의 소그룹 리더가 생겨날 정도로 소그룹이 많아졌습니다. 35년간 제자훈련 사역을 해 오다 보니, 소그룹에 강력한 교회가 됐습니다. 그러나 제자훈련 사역을 하면서 생긴 고민 중에 하나가 소그룹 리더의 확신이 소명으로 갈 때는 인격적 위탁자, 증인, 종, 성품을 닮은 자라는 제자도의 4요소가 잘 균형을 이루게 되지만, 자칫 확신이 프라이드로 가다 보면 엘리트적이고, 율법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자훈련으로 탄생한 소그룹 리더지만, 오래되면 관성화되거나 까칠한 인격으로 변모해 다른 사람들에게 본이 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제자훈련 받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주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성숙한 인격으로 자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빌 헐 목사 : 제자의 삶과 인격은 계속 진행 중이어야 합니다. 물론 이 땅에서는 완성된 제자의 모습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예수님의 성품을 닮고자, 제자의 모습을 닮고자 계속해서 자신을 죽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에게 사역을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그룹을 인도하는 리더라는 직분에서는 더 이상 겸손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도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식은 늘어나고, 자존감은 커지니 처음처럼 겸손하기 어려워집니다. 여러 사역을 찾아 그들이 더욱더 겸손해질 수 있는 사역을 위임해야 합니다. 평안한 곳으로부터 나와서 정말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핍박이 오고, 하나님을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과 사역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해답입니다. 능동적인 제자훈련이 되기 위해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더욱더 겸손해질 수 있는 사역들을 맡겨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겸손한 모습을 볼 때, 겸손을 본받게 됩니다. 목회자든, 평신도 리더든 더 겸손해질 수 있는 사역을 많이 만들고, 실제로 해 보면서 주님을 더 많이 의지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목회자가 먼저 제자가 돼야 한다
오정현 목사 : 이번 CAL세미나에서 나눈 내용 중에 다시 한 번 <디사이플>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빌 헐 목사 : 이번 CAL세미나 강의를 통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여러 단계를 거쳐 제자화하는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그것은 첫 번째 “와서 보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1장에서 제자들을 초대하시면서 “내가 누구인지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 제자들부터 사마리아 여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예수님의 성품과 사역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메시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교회 안에 “와서 보라”고 요청하는 사역들이 있습니다. 바로 공예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와서 보는 단계가 끝나면 다음 단계는 “나를 따르라”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제자로 훈련시켜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어부가 되기보다 제자가 되길 바라셨습니다. 제자가 되는 훈련은 마치 유산소운동과 같습니다. 11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제자로서 필요한 덕목들을 훈련합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공적 사역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입니다. 공관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밤새 기도하신 후 수백 명 중에 딱 12명만 제자로 선택하셔서 자신의 사역을 승계하신 후 승천하셨습니다. 마지막 단계가 “나와 함께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목자 없는 양같이 혼란스러워하고 무력한 사람들을 안타까워하셨고,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고 한탄하셨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서 보라”, “나를 따르라” 외치고, 재생산하면서 사역할 수 있도록 사회에 영향력을 끼쳐야 합니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 삼는 것만 명령하셨습니다. 교회를 지으라, 사람을 모으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제자 삼는 사역을 사역의 본질로 삼되, 그 자신이 먼저 제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지도자의 삶 자체가 능동적으로 예수님을 따라간다면 그를 보기 위해 양 떼들이 모일 것이고, 그를 따를 것이며, 그와 함께 하나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신할 것입니다.

 

오정현 목사 : 인생은 쉽지 않은 여행인 것 같습니다. 시시때때로 어려움이 발생하고, 삶의 고난도 여러 번 경험하게 됩니다. 제자훈련을 하는 교회나 목회자 역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면서 고난을 겪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격려의 말씀 부탁합니다.


빌 헐 목사 : 격려는 하나님께서 하라고 명령하신 것을 우리가 명확히 알고 순종하는 그 순간에 가장 크게 만나게 됩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꼭 드는 사역을 하는 순간, 장애물은 나타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헌신하길 원하십니다. 아마 사탄이 사랑의교회를 가장 많이 공격할 것입니다. 사랑의교회가 제자훈련에 가장 많이 헌신하기 때문입니다. 제자훈련 목회를 하면, 사탄은 그 목회자와 교회의 한가운데를 겨냥할 것입니다. 사탄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영역을 빼앗아 하나님께 돌려놓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사탄은 어떤 사람이 영적으로 한순간에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재생산, 즉 성도들이 제자로 사는 삶을 선택해 다른 사람을 제자 삼게 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땅끝까지 우리와 함께하실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와 교회와도 영원히 함께하시고, 고난을 이기도록 앞서 가셔서 행하실 것이니 그분을 믿고 따르십시오.

 

오정현 목사 : 수많은 목회자가 여러 가지 사역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데, 빌 헐 목사님은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지 알려주십시오.

 
빌 헐 목사 : 현재 저는 교회를 담임하지 않기에 그렇게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고, 몸도 건강합니다. 한창 사역할 때는 저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는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목회자의 모습을 보고 따르는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몇 가지 노하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께 나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받아들이시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 아시는 분이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친히 오셔서 나와 함께 밥을 먹고, 교제를 나누며, 내 모든 것을 받아주십니다. 내 교만을 깎아내길 원하시고, 내 약점을 받아주십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하나님과 같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논하며 기도합니다. 내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십니다. 두 번째는 그동안 여러 가지 힘든 일과 고난을 겪었지만, 지금은 제가 그 고난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에는 그렇게 힘들었던 일들도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곧 잊어버리게 됩니다. 세 번째는 운동을 많이 합니다. 원래 농구선수였던 저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몇 년 전까지는 뛰는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무릎이 안 좋아 아령을 들고 걷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고 탄수화물은 아예 안 먹습니다. 네 번째는 믿을 수 있는 동지들과 스트레스를 나누는 것입니다.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이면 병이 됩니다. 누군가와는 나누고 풀어야 합니다. 그런데 목회자는 그런 마음을 나눌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게 숙제입니다.


제자훈련은 유산소운동과 같다
오정현 목사 : 다시 한 번 이번 97기 CAL세미나에서 강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30년의 노하우를 지닌 CAL세미나는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게 제자훈련이 목회의 본질임을 일깨우는 국제적인 세미나입니다. 실제로 CAL세미나에서 강의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빌 헐 목사 : 제자훈련으로 수많은 제자를 세계 각지에 배출하며 성장한 사랑의교회의 제자훈련 현장을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또한, 아름답게 지어진 사랑의교회 각 건물과 웨스트채플, 예수님의 안아주심이 있는 본당, 광장 조각에 드러난 예수님의 심장, 열방을 섬기는 세계지도 등 각각 의미가 있는 건축물들을 보면서, 건축이 하나님을 위한 사역으로 이뤄지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사랑의교회 토비새에 참석하면서 제자 삼는 세대, 가족을 배려한 예배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CAL세미나에서 제자훈련 목회 철학을 배우려고 온 400여 명의 목회자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자훈련은 교회에 유산소운동과 같습니다. 마치 우리의 몸과 머리, 손발이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심폐운동과 같은 사역입니다. 이 유산소운동이 한국의 많은 교회에 확산돼 주님이 명하신 교회로 세워지기를 바랍니다.

 

오정현 목사 : 긴 시간 동안 귀한 말씀을 전해주신 빌 헐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을 보고 바울이 제자가 됐고, 바울의 모습을 보고 디모데가 예수님의 제자가 된 것처럼, 부족하고 약한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성품을 본받기를 소망하는 제자들이 한국과 미국에 많이 배출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