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백지희 기자
“은혜의 발걸음, 제자 되어 이어가겠습니다”
- 故 옥한흠 목사 2주기를 추모하며
제자 되어 걷는 길에 본보기가 되고, 한국 교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끌어안았던 故 옥한흠 목사. 그의 2주기 추모예배가 지난 9월 3일 오전 11시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열렸다. 사랑의교회가 주최하고, CAL-NET(제자훈련 목회자 네트워크)이 주관한 이번 추모예배에는 옥한흠 목사 유족과 CAL-NET 목회자, 사랑의교회 성도 등 천여 명이 함께했다. 은보를 그리워하며 한 자리에 모인 추모객들은 그의 ‘한 사람 철학’을 되새기며, 한국 교회가 거룩한 하나님의 영광을 회복하기를 소망했다.
한국 교회 갱신을 위한 한 가지, 제자훈련
CAL-NET 전국대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 담임)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예배는 ‘내 평생 사는 동안’ 등 생전에 옥한흠 목사가 좋아했던 찬양들로 시작됐다. 추모영상과 고인을 위한 짧은 묵념이 차례로 있은 후, CAL-NET 자문 박정근 목사(영안침례교회 담임)의 기도가 이어졌다. 그는 “제자 된 사명을 받아든 자들이 모였으니 긍휼을 베풀어 주옵소서”라며 추모예배가 다시 한 번 사역을 향한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했다.
추모예배 설교는 ‘예수님 안에 있는 풍성한 은혜’라는 제목으로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가 전했다. 홍 목사는 사도 바울이 마지막으로 남긴 디모데후서 2장 1~2절의 말씀은 “충성된 사람을 제자 세우고, 그가 또 다른 제자를 키울 수 있도록 하라는 권면이었다”며, “크기만 커진 한국 교회가 한 영혼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을 잊어버렸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홍 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는 옥 목사님이 한 생애를 다 쏟아서 집중했던 이 원리 앞에 다시 서야 한다. 남은 우리는 그분을 넘어서서 제자 세우는 사역을 더 심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 사역이 곳곳에 퍼지게 해야 한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 쏟아 붓는 사랑으로, 오직 은혜로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CAL-NET 지역대표들과 총무들의 ‘우릴 사용하소서’ 특송 순서가 이어진 다음에는 세 명의 추모사가 있었다. 가장 먼저 추모사를 전한 한국교회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 명예회장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담임)는 강단에 서자마자 “옥 목사님, 죄송합니다”라면서 추모사를 시작했다. 손 목사는 “故 옥한흠 목사와 함께 15년간 한국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한국 교회의 가능성을 봤다. 하지만 옥 목사가 떠나고 나자 다시 엉망이 되었다며 사죄하는 마음으로 추모사를 드릴 수밖에 없다”는 통회의 고백을 했다.
두 번째로 이어진 추모사는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가 전했다. 이 목사는 옥한흠 목사를 생각할 때 떠올랐다며 유대인 랍비와 제자가 나눈 대화를 비유로 들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사람이 한 사람을 세우는 목회로 돌아가는 것이 한국 교회의 희망이다”라고 강조했고, 이를 위해 마음을 모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추모사는 교회갱신협의회(이하 교갱협)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서현교회 담임)가 전했다. 그는 “지금 한국 교회에 ‘우리를 살려주옵소서’ 하시던 목사님의 말씀이 없어 더욱 아쉽다”며 “목사님이 시작하신 교회갱신운동에 더 마음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은 한국 교회, 목회자, 교단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에 힘을 모으겠다”고 전했다.
다음 순서로는 인사말씀이 이어졌다. 유족대표로 인사를 전한 김영순 사모는 “오늘은 45년간 목사님과 살았던 과정을 간략히 말씀드리겠다”며 바쁘고 쉴 틈조차 없었던 옥한흠 목사의 사역과 그런 그를 옆에서 바라봤던 안타까운 심정을 나눴다. “돌아보면 가장 행복했던 때는 목사님이 유명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성도교회 부교역자로 일할 때였다”고 회고했다.
김 사모는 아직도 마음이 아파 사랑의교회 강대상을 쳐다볼 수 없다며 눈물을 삼켰다. 이어 고인의 첫째 아들인 옥성호 본부장(국제제자훈련원)은 “아버지를 볼 수 있을 때는 안 그랬는데, 볼 수 없으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살아 있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는 보고 싶어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어 사랑의교회 대표로 인사말씀을 나눈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담임)는 “옥한흠 목사님은 우리 교회만의 소중한 유산이 아니라 한국 교회의 고결하고 귀한 유산”이라며 “CAL-NET, 교갱협, 한목협 전체가 옥 목사님의 귀한 유산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옥 목사님의 사계(四季)’라는 영상 추모시가 이어진 후에는 오정호 목사가 ‘은보기념사업회’의 사역들을 짧게 소개했다. 오 목사는 지난 6월에 한 차례 열린 신학생 CAL세미나를 비롯해 지역교회 발굴과 제자훈련 목회철학 연구, 계승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사역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한목협 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담임)의 축도로 추모예배를 마무리했다.
<백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