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디사이플
“미국 전통 교회에서 제자훈련 도입해 배가 성장, 이민 교회에 제자훈련을 도전하다”
국제제자훈련원은 그동안 미국 이민 교회 내의 제자훈련 정착을 도와왔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개척 교회에서는 제자훈련의 성과가 나타나 열매 맺는 사례가 있었지만, 전통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도입해 정착시켜 교회성장까지 이룬 사례는 드물었다. 그런데 미국 동부도 아닌 서부지역에 위치한, 전형적인 전통 교회였던 LA 세리토스장로교회가 그 일을 해냈다. 제자훈련을 도입해 소그룹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고, 교회도 배가 성장하며 지역사회에 건강한 교회로 입소문이 난 것이다. 이에 국제제자훈련원 옥한흠 목사는 LA 세리토스장로교회 김한요 목사를 통해 이 놀라운 사역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을 듣고, 미국 이민 교회에서도 제자훈련을 통해 충분히 건강한 교회로 성장할 수 있음을 도전하고자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날 짜 : 2009년 7월 23일
•장 소 : 국제제자훈련원
•진 행 : 옥한흠 목사(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정 리 : 우은진 편집장(월간 <디사이플>)
김한요 목사
미국 Eastern University 철학과와 웨스트민스터신학교(M.Div.)를 졸업했다.
이후 매사추세츠 앰허스트한인교회와 하트포드제일장로교회 담임목사를 거처,
2005년부터 세리토스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제자훈련에 관심이 있어서 미주 CAL세미나를 수료하고
32년 된 세리토스장로교회에 부임 후, 제자훈련을 통해 배로 부흥시켰다.
강해설교와 소그룹 사역에 관심이 많으며, 조나단 에드워즈를 가장 존경하여
옛 청교도들이 뉴잉글랜드에서 이룩하였던 영적대각성운동을
이 시대에 재현하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민 교회 전통목회에도 제자훈련으로 변화 가능하다
옥한흠 목사| 그동안 한국 교회를 살리고 부흥시키는 데 전통 교회가 많은 기여를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미국 이민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히 세리토스장로교회도 원로목사님이 전통목회의 고수로, 그분의 평생을 바친 교회입니다. 그런데 그런 교회 문화에서 제자훈련의 싹이 나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김한요 목사님이 부임한 지 4년 만에 제자훈련을 통해 당회부터 모두 오픈하고, 교회 리더들이 하나 되며, 공동체 시스템에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원로목사님이 수용하였고, 제자훈련을 열심히 한 결과 교인이 1,000여 명이 모이던 교회가 4년 만에 2,000명으로 늘어나는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세리토스장로교회에서의 제자훈련 정착은 오랜 전통목회스타일에 익숙한 미국 서부지역 한인 목회자들에게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미국 이민 교회에서 제자훈련 정착을 기대했다가 무너진 교회가 많았고, 성공한 사례로는 남가주 사랑의교회 외에는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남가주 사랑의교회는 개척 교회라 제자훈련 정착이 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전통 교회인 세리토스장로교회에서 제자훈련의 정착은 ‘평범한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미국 이민 교회 내 제자훈련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됩니다. 세리토스장로교회의 성장과 변화추세를 보면, 앞으로 한인 목회자들에게 제자훈련을 도전하기에 충분한 목회 현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김한요 목사님에 대해 같은 웨스트민스터신학교를 다닌 것과 오정현 목사님이 남가주 사랑의교회를 떠나면서 후임 담임목사로 추천했다는 것 외에는 별로 연결고리가 없었습니다. 오늘 김 목사님을 만나 척박한 미국 이민 교회, 그것도 전통 교회에서 어떻게 제자훈련을 통한 건강한 변화와 교회성장이 가능했는지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듣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은 ‘언제부터 제자훈련에 관심을 가졌는가’입니다.
김한요 목사| 제자훈련은 제가 1992년 캠퍼스 사역을 하면서부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만 30세였고, 제가 있던 매사추세츠 주에는 5개 대학이 모여 있었는데 그곳 유학생들과 한인 2세들을 대상으로 함께 사역할 목회자가 필요했었습니다. 저는 전통적인 교회에서 자라온 배경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사실 곧바로 이민 교회에서 목회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전혀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유학생들에게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2세들에게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캠퍼스 사역자가 필요했는데, 제가 적임자였는지 하나님께서는 교회보다 먼저 캠퍼스 사역 쪽으로 저를 훈련시키셨습니다. 바로 거기서 제자훈련을 만난 것입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배만 드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은 예배가 끝나면 질문과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또 초신자들도 많아 기도와 성경공부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적인 필요에 의해 혼자 여기저기 뒤지다 보니 결국 만난 것이 제자훈련이었고, 교재를 수집해 1992년부터 나름대로 제자훈련을 했습니다. 전통 교회에서 자라온 저로서는 제자훈련을 배운 적도 없었고, 순전히 목회현장의 필요성 때문에 하게 됐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것이 제자훈련이었던 것입니다. 유학생들의 경우 4, 5년이 지나면 졸업하고 떠나기 때문에 커리큘럼을 유학생 용과 한인 2세 용으로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4년간 캠퍼스사역을 하다가 하트포드제일장로교회에서 담임목사 제의를 받게 됐습니다. 12년 된 전통 교회인 하트포드제일장로교회는 다른 교회에서 분립해 나온 골이 깊은 교회로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당시 34세였던 저는 이미 캠퍼스 사역을 하면서 리더훈련과 소그룹을 통해 교회를 세우는 것을 목회철학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하트포드제일장로교회가 있는 지역은 20, 30년 동안 유입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으로, 2, 3개 정도의 한인 교회만이 있고 교포들의 이동도 거의 없었던 정체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인 대부분이 젊은 층으로서 전문직과 박사과정에 있는 고학력자가 많았던 점이 희망적이었습니다. 제자훈련을 해야겠다는 저의 제안을 젊은 교인들이 잘 받아줬던 것입니다. 가장 먼저 장로님들이 해야 한다, 안하면 평신도 리더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말에 장로님들이 선뜻 제자훈련에 참여했습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리더를 배출하고 소그룹모임을 가졌는데, 당시 코이노니아 모임(지금의 다락방 모임)을 한 달에 한 번 모이다가 매주 모이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그 다음 5년은 재미있게 목회를 하면서, 정식으로 제자훈련 하는 사랑의교회는 어떻게 하는지 엿보기만 하다가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미주 CAL세미나에 참여했던 것입니다. 옥한흠 목사님의 ‘광인론’ 강의를 들으며 심지에 불붙듯이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어린 목사가 뭣 모르고 제자훈련을 했는데,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CAL세미나였습니다. 너무 감사했고, 그 당시 제가 갖고 있었던 훈련받은 사람들의 인력활용에 대한 고민을 사랑의교회도 같이 갖고 있구나 하는 동질감도 얻었습니다.
그러다가 세리토스장로교회 부흥회를 인도하게 됐는데, 원로목사님이 청빙제의를 하셨던 것입니다. 그분은 자신도 전도집회와 제자훈련을 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못했다며, 김 목사가 와서 우리 교회를 한번 활성화시켜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고민 끝에 세리토스장로교회에 부임한 저는 워낙 오래된 교회라 한 3년간은 아무것도 안 바꾸려했지만, 전통스타일에 굳어버린 구역예배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식당에서 밥 먹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원색적으로 복음을 도전하며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던 저로서는 복음의 영향력을 나눌 수 없는 수박 겉핥기식 전통 목회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해 연말 ‘제자훈련 목회를 하기 위해 왔는데, 더 이상 기다릴게 아니구나’를 깨달았습니다. 구역을 동산으로 바꾸고, 리더 양성을 위해 제자훈련을 할 테니 장로님들에게 훈련에 들어와 달라고 부탁하며, 30주 과정의 제자훈련 4개반을 혼자 인도했습니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 이민 교회에는 소망이 없다
옥한흠 목사| 김 목사님은 캠퍼스 사역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자훈련을 만나고, 하트포드제일장로교회에서 제자훈련이 목회철학으로 정립된 것 같습니다. 이 교회에는 30대의 젊은 엘리트교인들이 많았고, 전통목회에서의 영적 갈급함으로 인해 제자훈련이 쉽게 정착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세리토스장로교회에서는 처음부터 원로목사님이 제자훈련을 오픈하고 받아들인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전통목회가 이민 교회에 기여한 점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 시대에 하나님이 주신 은혜가 분명 있습니다. 김 목사님께서는 이민 교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전통목회스타일이 현재 1세대가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민 교회에 희망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전통 교회가 이제는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한요 목사| 솔직히 저는 이미 너무 맛있는 음식을 맛봐서 그런지 다른 음식점에는 못 가겠습니다. 음식 맛이 내가 먹었던 맛있는 집보다 못하면 가자고 권해도 안 가게 됩니다. 정말 배고프면 먹을 수는 있지만, 내가 정말 맛있게 먹는 음식은 이것인데 맛없는 집에 가서 무엇을 먹겠습니까? 제게 제자훈련은 그런 음식과 같습니다. 진짜 목회는 바로 제자훈련인데, 다른 데 눈 돌릴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사실 저는 전통 교회의 수혜자입니다. 아버지는 동도교회 장로님이셨고, 미국에 와서 오래 다닌 필라델피아 영생교회도 예배 중심의 전통 교회였습니다. 옥 목사님의 지적대로 학원 사역을 하면서 현장에 부딪히며 훈련목회를 터득했습니다. 목회는 예배만 드리고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강단에서 던진 메시지가 교인들의 삶 속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소그룹에서 사람을 키워야 했습니다.
평신도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이민 교회는 소망이 없습니다. 생명력을 절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원리원칙의 전통 보수였던 세리토스장로교회가 4년이 지난 지금, 훈련하는 교회로 소문이 나면서 하나의 롤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의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교회가 “그 교회는 너무 큰데 어떻게 쫓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으로 세리토스장로교회가 제자훈련 모델로서 좋은 샘플로 커나간다면 다른 이민 교회들도 제자훈련에 도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민 교회 제자훈련, 1.5세대 목회자에게 달렸다
옥한흠 목사| 미주에서도 CAL세미나를 열어 해외 목회자들에게 제자훈련의 열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남가주 사랑의교회가 감당하고 있는데, 이 교회에 부임한 김승욱 목사는 처음부터 제자훈련을 하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제자훈련 마니아가 됐습니다. 남가주 사랑의교회 담임목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담임목사가 없는 1년여의 기간에도 교회가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지요. 또 남가주 사랑의교회 부교역자 출신 목회자들이 개척한 교회들이 제자훈련을 통해 200여 명씩 모이는 등 건강하게 성장하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사랑의교회 역시 교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도 제자훈련으로 세워진 평신도 리더들에 의한 소그룹 시스템으로 교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제자훈련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저는 제자훈련의 원조와 같은 모델 교회들을 통해서 미국 이민 교회에서도 제자훈련이 잘 정착될 수 있음을 도전하고 싶습니다. 미국 동부지역에는 와싱턴중앙장로교회 노창수 목사가, 서부지역에는 세리토스장로교회 김한요 목사가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며, 이민 교회 제자훈련이 1.5세대 목회자들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서부지역이 동부지역보다 영적 상태가 더 열악하지만 전통 교회였던 세리토스장로교회가 제자훈련을 통해 배가 성장한 것은 분명 뉴스거리이며 도전의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전통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도입할 때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났을 것 같은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김한요 목사|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는 설교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자훈련을 설교의 연약함을 메우거나, 교회 성장의 도구로 접근하면 실패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예배에서 설교를 통해 성도가 받은 은혜를 삶 속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살펴보고자 제자훈련과 소그룹 운동을 시작했는데, 설교가 약하면 제자훈련의 동기유발이 안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설교가 살아있으면 성도들이 제자훈련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제자훈련 목회자는 설교 메시지의 힘이 살아나는 게 선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자기계발을 쉬지 않아야 하며, 말씀 안에서 목숨 건 각오가 있어야 제자훈련과 연결되어 교인들의 삶이 살아나고, 교회가 살아나게 됩니다.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강단에서 목숨을 걸라
옥한흠 목사| 김 목사님께서 핵심적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제자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은 강단 사역입니다. 기성 교회든 개척 교회든 제자훈련을 하다가 실패한 원인은 프로그램으로 도입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셀이 그런 식으로 도입하는데, 결과는 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이민 교회에서 제자훈련이 정착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강단의 권위가 너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전통 교회든 개척 교회든 성도들 간의 인간관계가 서로 부딪히고, 상처를 주고받은 교인들은 강대상에 목회자가 서서 설교를 해도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자훈련이 가능하겠습니까?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는 설교 준비에 목숨 걸고 온 진액을 쏟아서 교인들이 제자의 삶을 살도록 영향력을 미쳐야 합니다.
김한요 목사| 목회자가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강단에 선다면, 성도들이 말씀의 권위에 귀 기울이게 됨을 목격합니다. 복음에 미치고, 한 영혼에 미쳐 그곳에 불꽃이 튄다면, 병들고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되고 하나님이 역사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이민 교회 목회자들이 영적으로 많이 지친 것입니다.
장로 제자훈련, 목회자가 먼저 옷을 벗어라
옥한흠 목사| 전통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장로들을 대상으로 한 제자훈련입니다. 장로 제자훈련을 처음부터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영적 싸움인데,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한요 목사| 장로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 모두 6명이었습니다. 전임 목회자께서 지난 10년 간 장로를 많이 안 세우셨습니다. 작년에야 비로소 장로 12명을 세웠습니다. 솔직히 저는 전통 교회에서 장로 제자훈련을 하면서 다른 교회와 달리, 허니문필드에서 진행한 행운아였습니다. 장로님들이 20, 30년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어 제자훈련을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은퇴 전에 제자훈련에 들어오고 싶어 했습니다.
한 가지 어려운 점은 제자훈련 과정의 나눔 속에서 옷 벗는 일이었습니다. “말씀 속에서 어떤 은혜를 받으셨나요?” 하고 물으면, 자신의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나누는 것 자체를 어색해했습니다. 그러나 훈련이 진행되면서 10주 후에는 중생한 경험도 나누고, 자신의 소소한 생활이야기도 꺼내는 등 예수님을 만나 깨어진 이야기들을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한 장로님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니, 끝내 모두 오픈하게 됐습니다. 이때 사실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솔직하게 오픈 했던 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나 역시 죄인임을 오픈하면서 장로님들과 편안하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됐던 것입니다. 이렇게 제자훈련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혁명이 일어나게 됐습니다. 하트포드제일장로교회에서는 5년 만에 매주 다락방모임을 갖게 된 반면, 세리토스장로교회에서는 3년 만인 올해부터 매주 다락방모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제자훈련으로 훈련된 리더들이 인도하는 다락방 모임에 교인들이 자주 모이는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심지어 방학을 해도 모이고, 70% 정도의 소그룹이 정착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옥한흠 목사| 현재 김 목사님 혼자서 제자훈련 4, 5개반과 순장반을 인도하고 계십니다. 이때부터 중요한 것이 부교역자들과의 팀사역을 하는 것입니다. 이후로 사역훈련도 인도하다 보면 목회자는 영적, 육체적으로 지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혼자 다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부교역자들을 잘 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평신도 리더들이 많이 배출되고 나면, 제자훈련보다 더 무게를 두어서 사역해야 하는 것이 순장반입니다. 교회 내 팀사역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김한요 목사| 현재 4명의 부교역자를 다 제자훈련 시켜서 팀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의 경우, 다락방이라는 말 대신 동산모임으로 소그룹을 운영 중이며, 순장반은 동산지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역훈련은 2010년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목회자는 교회공동체 속에서 은혜를 받아야 한다
옥한흠 목사| LA에 있는 이민 교회 100개 교회만이라도 제자훈련으로 교회를 변화시키면 영적 혁명의 시대가 올 텐데, 왜 그것을 못하는지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좀 전에 제자훈련 목회자는 설교에 심혈을 기울여 은혜를 교인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강단사역에 자신 없는 목회자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목회자가 은혜 받고, 십자가 앞에 거꾸러지면 그의 메시지에도 은혜가 묻어나는 법입니다. 목회자가 은혜를 받는 길은 기도원에 가거나 말씀 묵상을 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지금과 같은 포스트모던시대에 가장 중요한 은혜의 통로는 교회 공동체 나눔을 통해 은혜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목회자는 제자훈련 소그룹이나 순장반의 평신도들로부터 기가 막힌 은혜를 받는데, 그 은혜의 힘으로 설교 메시지를 전달하고, 평신도 역시 목회자의 메시지로부터 은혜를 받는 선순환이 이뤄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제 자신이 지금같이 지쳐버린 원인을 따져보면, 은퇴하면서 훈련 사역을 모두 내려놓으며 공동체모임에 못 들어가다 보니, 소그룹 안에서 누리던 은혜를 맛보는 노른자위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강단 설교는 목회자 자신이 은혜 받는 자리가 아니라, 완전히 피 말리는 무거운 짐을 지는 자리였습니다. 설교 준비하는 데 그만큼 출혈이 컸습니다. 공급만 하다 보면 메말라 버리기 일쑤입니다. 사랑의교회는 옥한흠 목사의 그림자가 짙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 지난 6년 동안 18번 정도만 강단설교를 하고, 아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말이 더 조심스러워졌고, 교역자나 장로, 순장들하고도 만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목회자가 교회 공동체를 통해서 은혜를 받으면, 이 단맛을 알기만 하면, 목회자 자신뿐만 아니라 강단도, 제자훈련도 살아납니다. 피곤해도 제자훈련을 통해 평신도들로부터 은혜 받으면 그게 휴식인 것입니다.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이민 교회가 사는 길은 교인들을 탓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제자훈련에 집중하는 데 있습니다. 김 목사님이 다른 이민 교회 목회자들을 만나서 이 점을 일깨워줬으면 합니다.
김한요 목사| 목사님 말씀 잘 새겨서 듣겠습니다. 제자훈련을 하면서 한 가지 고민은 제자훈련을 통해 배출된 고급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역훈련이 끝나면, 이들을 효과 있게 배치해야 하는데, 휴식순장들을 활용하는 점 등 아직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대각성전도집회 통해 복음의 참맛을 느끼게 하라
옥한흠 목사| 시니어선교회, 이웃사랑선교회, 호스피스선교회 등의 사역으로 그들이 자원해서 스스로 하게 해야지 목회자가 억지로 시킬 수는 없습니다. 장로들로 하여금 시니어 제자훈련을 시키든지, 여러 가지 달란트에 맞는 사역들을 개발하도록 하십시오.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와 성숙을 경험한 평신도 지도자들은 목회자와 목회철학을 공유했기 때문에 생산적 리더로서 자원하여 사역을 해야 합니다. 사역훈련은 받았는데 인격적으로 부족하고, 대인관계에서 병적인 상처를 지닌 사람들은 그에게 맞는 일을 줘서 시험거리가 생기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좋은 인재를 사역에 투입하는 것은 기존의 교인들에게 겸손의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가 복음의 열정을 지니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30년간 대각성전도집회를 빠지지 않고 한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세리토스장로교회에서도 대각성전도집회를 꼭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안 믿는 자를 대상으로 한 전도를 통해 복음 안에서 순수해지고 뜨거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은혜와 열매가 생기게 됩니다. 아무리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된 평신도라 해도 전도를 안 하면 정체되고 굳어져버립니다.
김한요 목사|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세리토스장로교회에 부임해 빨리 제자훈련을 시작한 것은 잘한 것 같습니다. 하프포드제일장로교회에서는 소그룹 사역이 제대로 돌아가는 데 5년이 걸렸는데, 세리토스장로교회에서는 3년 만에 소그룹모임이 활성화됐습니다. 그래서 부임한 지 4년 만에 천 명의 교인이 증가해 2천 여 명의 교인이 됐습니다. 문제는 수평 이동한 교인이 많다는 점입니다. 다른 교회에서 장로로 재직하던 사람이 저희 교회에 와서 “어느 교회 장로출신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고 부끄러워졌습니다. 교회에서 여는 전도집회도 다른 교회에서 수평이동한 사람들로 인해 부흥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교인들은 교회가 부흥하니 안주하게 됩니다. 내년부터는 제자훈련과 함께 대각성전도집회를 시작해 교인들에게 변화된 삶을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장하며 복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옥한흠 목사| 저는 굳은 화석처럼 전통목회에 익숙했던 세리토스장로교회가 제자훈련을 통해 빠른 변화와 성장을 이룬 것을 보면서, 미국 내 다른 이민 교회에서도 제자훈련이 살아날 수 있음을 기대합니다. 그 희망을 갖게 해준 김한요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