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최홍준 목사 _ 부산 호산나교회
24년 전, 나는 한국 최초 원로 부목사를 꿈꿀 만큼 기쁨과 보람을 만끽하며 사랑의교회를 섬기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나를 부산새중앙교회(현, 호산나교회)라는 전통 교회의 담임목사로 이끄셨다. 그리고 전통 교회에서도 제자훈련을 접목할 수 있는 지를 가늠해보는 시험장소가 되도록 하셨다. 호산나교회는 지난 23년 동안 제자훈련을 통해 부흥과 성숙을 경험했다. 본질을 붙잡을 때 주시는 하나님의 축복을 경험한 것이다.
장로, 목양 사역하며 교인들과 담 허물다
이러한 축복을 경험한 이후 요즈음 나는 제자훈련의 정점은 ‘목양장로 사역’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일이면 호산나교회에는 다른 교회들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 성도가 단정한 양복 차림으로 여기저기서 허리를 굽혀 성도들을 맞이하는 풍경이다. 이분들은 교역자가 아니다. 장로의 본질이 목양에 있음을 알고 섬기고 있는 목양장로들이다.
목양장로들은 단순히 성도와 인사를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평일에 미리 약속한 성도와 만나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기쁨을 나누거나 권면하거나 기도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바로 주일에 장로들이 목양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목양장로 사역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교회의 행정 업무에 충실한 것이 모범된 장로의 모습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성도들을 돌보는 목양사역이야 말로 장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_ 이○○ 장로
“목양장로 사역으로 인해 교회 분위기가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예전에 행정을 주로 했을 때는 성도와 장로 사이에 높은 벽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벽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성도들도 부담 없이 대하고 우리 장로들도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_ 김○○ 장로
“목양장로 사역은 교회 본질을 회복시키는 사역입니다. 장로의 특권의식에서 벗어나 성도를 섬기게 된 것이 큰 변화인데, 목양장로는 수평적 관계로의 변화를 가져와 교회 공동체가 하나 되는 데 큰 동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_ 김○○ 장로
특권과 권위의식을 버린 목양장로
성경에서 우리는 장로의 본질이 목양에 있음을 발견한다. 목양이란 ‘양무리를 치며’(포아마이노) 먹이고 돌보는 행위를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베드로에게 “내 양을 치라”(요 21:6)고 명령하셨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명령을 받은 그대로 다른 장로들에게 명령을 한다. “너희 중에 있는 양무리를 치라”(벧전 5:2). 뿐만 아니라 바울도 밀레도에서 에베소의 장로들에게 말한다.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또는 온 양떼를 위하여 삼가라 성령이 저들 가운데 너희로 감독자를 삼고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치게 하셨느니라”(행 20:28).
장로와 함께 본질을 추구하며 동행하는 행복은 참으로 귀하다. 목양장로와의 행복한 동행은 교회의 행복이요, 성도의 행복이요, 하나님의 행복인줄 믿는다. 삼겹줄은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영혼을 목양할 때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목양장로, 교구 교역자, 순장이 사겹줄이 되어 돌볼 때, 교회는 분명히 건강해지고 더욱 든든하게 서가는 것이다.
한 불신 남편이 호산나교회의 목양장로를 만난 후 아내에게 한 말이다.
“사실 내가 교회에 안 나가는 이유가 장로들 때문이었거든. 나도 어렸을 때는 교회에 다녔는데, 어찌나 장로들이 교회의 왕이던지…. 그때 내가 장로 아들하고 친하게 지냈었는데 교회 사람들이 그 애가 장로 아들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못하는 거야. 그리고 그 아버지도 교회에 헌금을 얼마 했네 하면서 권위적인 모습이셨고, 보통 장로들이 다 그런 모습이더라고. 나는 뭐 우리 아버지가 교회 다니는 것도 아니고, 달랑 나 혼자 교회에 나갔었는데 그런 모습 보기 싫어서 안 나가게 됐지. 그런데 오늘 그 장로님은 안 그러시더라고. 정말 좋으시던데. 그래서 한번 교회에 나가보기로 했어.”
이 형제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특권의식과 권위적인 현대의 장로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장로가 자신의 위치를 찾을 때, 참으로 놀라운 역사가 나타났다. 한 영혼의 회복과 구원의 역사이다. 이러한 회복의 역사가 이 땅에 절실하다.
교회에서 자라는 우리의 미래인 다음 세대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올바른 장로상을 보며 자라는 축복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중요한 책임이다. 교회의 어른이요, 지도자인 장로가 교회 안에서 행정에만 집중하여 높은 담을 느끼게 하거나 권위주의적이거나 야당 역할만을 한다면, 이런 모습을 보며 자라는 다음세대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목양장로 사역’, 교회 체질을 개선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 교회는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가? 이 시대의 장로상은 어떤가? 장로들이 본질을 추구하여 목양장로의 기쁨을 누리는가? 아니면 행정장로로서의 섬김만을 하고 있는가?
교회의 담임목사와 장로는 한 방향을 향해 행복한 동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외의 많은 담임목사와 장로들은 서로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교회의 중요한 일들을 놓고 발목 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목사들이 장로교 안에 있으면서도 장로 제도를 교회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깊이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우려는 급기야 장로 세우기를 꺼려하는 현상으로까지 나타난다. 그래서 어떤 교회들은 수천 명의 교인으로 성장해도 장로를 아예 세우지 않는다. 그나마 장로를 세워도 그들에게 극히 제한된 일과 권한만을 허용하며 교회를 이끌어가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장로들이 교회에서 문제와 어려움을 일으킨다고 해도 장로를 세워 그 직무를 다하게 하라고 성경은 말한다. 이는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요 명령이다(행 14:23, 딛 1:5).
얼마 전 호산나교회는 교회 옆에 약 4600평의 부지를 구입했다. 사실 부담이 되어 반대했지만 모든 장로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고 나를 설득했다. 장로들이 담임목사와 같은 비전을 나누고 부모의 마음으로 동역하니, 자연스럽게 자녀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예산이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교육 공간 부지를 행복한 마음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보통 장로들은 담임목사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을 하자고 하면 반대부터 한다. 이것은 교회에서 장로가 아니면 담임목사를 막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장로는 담임목사를 막는 사람이 아니다. 담임목사와 함께 교회를 세워가는 사람이다. 교회 가운데 잘못 고착된 장로에 대한 의식이 있다면 바뀌어야 한다. 속히 성경이 말하는 장로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각 교회마다 목양장로 사역이 정착되어야 한다.
목양장로 사역은 단순히 시스템이 아니라 교회 본질의 회복이며, 성도의 본질을 회복하는 사역이다. 목양장로 사역을 하면 교회의 체질이 개선되고 건강해진다. 이것은 호산나교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경으로 돌아갈 때 제자훈련이 교회를 건강하게 하듯, 장로가 성경이 말하는 본질로 돌아갈 때 교회는 더욱 든든히 세워져간다고 믿는다.
목양장로를 세우기 전에 해야 할 일
그러면 목양장로를 세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목양장로 사역을 적용하기 전에 제자훈련이 교회 안에 전반적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제자훈련과 사역훈련까지 받아서 제자를 키워낼 수 있는 사람이 장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장로와 함께 목양사역을 해야 올바른 교회로 성장할 수 있다.
둘째 소그룹 리더활동을 통해서 목양에 대한 노하우를 익혀야 한다. 목양장로 사역은 목양사역이다. 따라서 목양장로로 세워질 사람은 소그룹 리더를 하면서 목양의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익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셋째 담임목사와의 비전을 나누어야 한다. 목양장로가 되기 위해서는 담임목사가 가지고 있는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따라서 담임목사는 늘 장로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신 하나님의 비전을 나누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그룹 리더들과 비전을 나눌 때보다 더 구체적이고 깊은 교제 속에서 나누어야 하는 것이다.
호산나교회는 목양을 할 때 메일이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다. 교구 교역자가 목양 내용을 알게 되면 메일로 담임목사, 목양장로, 목양장로 사역 담당교역자에게 보낸다. 목양 내용을 메일을 통해 공유한다. 담임목사는 목양 내용을 보고 필요시에는 신속히 성도를 돌본다. 적시에 담임목사의 돌봄은 성도에게 감동과 힘이 된다.
목양장로 사역을 하게 되면 담임목사, 목양장로, 담당교역자, 순장 이렇게 사겹줄로 돌보게 된다. 목양장로 사역 담당교역자는 매주 목양사역을 정리하여 담임목사에게 보고하고 교역자들에게 게시한다. 보다 자세한 사역의 흐름은 앞으로 컨퍼런스를 통해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많은 교회는 장로제도의 변화를 목말라하고 있다. 이 시대의 모든 교회가 성경이 말하는 장로의 본질 즉 목양장로 사역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호산나교회만 아니라 많은 교회가 장로와 행복한 동행을 하는 축복이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