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0년 05월

특집3 - 옥한흠 목사와 데이브 도슨 선교사, 제자훈련 고수들의 만남

특집 안소영 기자

지난 3월에 열린 84기 CAL세미나에는 특별한 참가자가 있었다. 바로 52년 동안 제자 삼는 사역을 해왔으며, 네비게이토의 제자훈련 과정인 ETS(Equipping The Saints)를 창시한 데이브 도슨(Dave Dawson) 선교사다. 74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타이트한 스케줄로 유명한 CAL세미나의 전 과정을 끝까지 소화해낸 그를 옥한흠 목사가 만났다. 한 사람은 선교지, 한 사람은 지역 교회라는 각자 다른 사역지지만, 비슷한 연배에 제자훈련이라는 같은 비전을 향해 달려온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오래된 친구 사이와 같은 정겨움이 있던 그 현장을 소개한다.

 


옥한흠 이렇게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제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3개월 동안 미국에서 제자훈련을 하는 여러 단체들과 교회들을 탐방하고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1개월간 콜로라도의 네비게이토 본부에서 머물렀습니다. 참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슨 트로트맨의 전기가 막 나온 때라 그 책도 좀 보았었지요.    
 
데이브 도슨 옥 목사님을 만나 뵙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도슨 트로트맨의 제자들을 통해 제자훈련을 받은 이후, 1981년 봄까지 싱가포르 네비게이토 책임자로 섬기면서 지난 세월 줄곧 선교 현장에서 제자훈련에 전념해 해왔습니다.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으면서 똑같은 성경적 원리로 사랑의교회가 세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고 감동했습니다.
제가 하는 제자훈련 사역은 저에게 주어진 한 사람을 섬기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디모데후서 2장 2절의 말씀처럼, 바울이 디모데를, 디모데가 다른 이들을, 그 다른 이들이 또 다른 이들을 제자로 세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한 사람과 일대일로 만났을 때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에게 영향 받을 세 사람을 놓고 기도합니다. 
제가 가장 고려하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제자들이 정작 나가서 제자를 만들고 이웃을 유익하게 만들고 있느냐입니다. 대사명과 대계명의 균형을 이루게 하려는 것입니다. 실제 그렇게 사역을 하면서 15명에서 1000명까지 부흥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그 후 싱가포르의 감리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접목시키고 싶어 하는 제안을 받아 사람들을 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제자훈련을 어떻게 하면 목회에 접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사역하면서 머릿속에 있었던 것들을 책으로 펴내게 되었습니다. 『Equipping the Saints』라는 책인데, 35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6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몸으로 세워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지요.
이 세미나에 참여하면서도 느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바람(New Wind)이 부는 것 같습니다. 제자훈련의 바람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크리스천들이 종교 활동을 하도록 방치했었다면, 이젠 주님과 친밀한 관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많은 교회가 제자훈련에 관심이 없어 참 힘들기도 했었습니다.

 

제자훈련은 순교자적 열정을 가져야 한다 
  
옥한흠 교인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지도자의 잘못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훈련시켜 좋은 믿음을 갖게 하는 것 하나로 단순화하기가 힘든 것이 목회입니다. 목회자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아요. 아니, 알고 있어도 어렵습니다. 네비게이토에서 말하는 원리와 이론을 아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목회 현장에서는 실천하기가 힘들어요. 제자훈련 원리를 목회에 적용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 경험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수님의 제자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목사님들에게 깨우쳐 주고 그들이 목회하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통해서 좋은 열매를 맺도록 하는 데 기여를 하고 싶어서 책도 좀 쓰고 세미나도 시작했는데, 역시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낍니다.
많은 이들이 CAL세미나에 참석하지만, 그들이 제자훈련 목회에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 1~2년은 80%가 제자훈련을 시작할지라도 3년이 지나면 반 이상이 손을 털고 맙니다. 5년 이상 성실하게 투자해 열매를 따는 경우는 기대처럼 많지 않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결국 그리스도 안에서 각 사람을 온전히 제자로 세우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라는 확신이 철저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생명을 걸 정도로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지상 명령에 담겨 있는 의미와 정신을 순교자적 열정을 가지고 받들지 못하는 미지근한 자세가 문제입니다. 그러나 정말 제자훈련이라는 분명한 목회본질을 붙잡을 경우, 그 영향력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지요. 선교사님께서는 어떻게 제자훈련 사역에 평생을 걸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데이브 도슨 14살에 교회를 떠난 이후 꽤 긴 시간 동안 제 삶에 영향을 미쳐온 기독교적인 원리들을 부수면서 살았습니다. 제 마음엔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허무함이 있었습니다. 삶을 망가뜨리고 더 이상 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군대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그때 배운 것은 기독교가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갖는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제가 맞닥뜨렸던 삶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하셨습니다. 내가 누구며, 내가 왜 여기에 있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때 깨닫게 된 것이 예수님은 나를 제자로 부르셨을 뿐 아니라, 예수께서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명령하신 대로 가서 제자를 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그리스도의 사명 때문임을 깨닫게 된 것이죠.
그 뒤 5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가 매일 생각하는 것은, 하나님이 나를 제자 삼으셨고, “가서 제자 삼으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입니다. 먹고 마실 때는 물론, 꿈까지 꿀 만큼 내 머리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 이것입니다. 예수님이 나에게 보여주신 사랑을 아는데, 어떻게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제자 삼으라는 것은 주님의 마지막 명령이었습니다. 그 명령에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복을 부어주실 뿐만 아니라 직접 일하시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옥 목사님의 순종을 통해 한국 교회에 일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옥 목사님과 같은 분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정말 많이 사랑하셔서 옥 목사님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제자훈련으로 세워진 교회와 사역의 열매들은 옥 목사님께서 하나님께 진정으로 순종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봅니다.

 

철저히 성경을 근거로 한 교회론이 감동적이다
 
옥한흠 주님께서는 제자훈련을 통해 저의 그릇에 비해 넘치는 사역의 결실을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과 같은 제자훈련의 대가가 왜 CAL세미나에 오셨습니까? 오히려 저보다 훨씬 일찍 제자훈련 사역에 몸담아 오셨는데 말입니다. 제가 가서 배워야 할 입장입니다.  
 
데이브 도슨 9명이 모이던 교회를 몇 만 명이 모이는 큰 교회로 성장시킨 옥 목사님이 저에게 배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어떤 교회보다도 제자훈련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 사랑의교회입니다. 제자훈련이라는 분명한 원리를 통해 교회를 세운 이들에게 배우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교회를 어떻게 섬기고 있는지도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더 놀랐습니다. 저는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했지만 사랑의교회는 교재나 강의 방법론 등 체계적으로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교회론 강의를 들으면서 교회론의 원리와 작은 전략 하나까지도 철저히 성경에 근거함에 감탄했습니다. 말씀 위에 세워진 교회론과 그에 대한 연구들이 참 놀랍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도 가르치고 있는 입장이지만, 그처럼 명확하게 목회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입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사용하고 있지 않았던 제자도와 교회론에 관련된 말씀들도 많이 발견했는데, 돌아가면 그 말씀들을 추가해서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옥한흠 여러 면에서 부족한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항상 배워야 하지요. 제자훈련 목회는 아무리 작아 보이는 자라도 그 한 사람이 예수의 제자로 세워지면, 천을 이루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전에다 에너지의 80퍼센트를 투자합니다. 그러니 교회가 힘을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선교사님께서는 제자훈련의 핵심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데이브 도슨 저는 훈련에는 좋은 툴(Tool)을 갖는 것이 핵심요소라 생각합니다. 좋은 망치와 톱이 있어야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듯이 좋은 제자훈련의 툴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런 툴을 위해 좋은 교재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에 주력해왔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이들과 만나 멘토링을 했습니다. 그렇게 잠비아의 한 목회자와 연결되어 25,000명이 훈련을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목사님과 같이 이렇게 CAL세미나를 열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목회자들을 집요하게 훈련하며 알리는 일은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젊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서, 내가 배웠던 기초부터 시작하도록 그들을 돕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짧은 시간이라도 붙여주시는 사람들에게는 제 자신을 쏟아 헌신하는 것입니다.
옥 목사님을 보면서 저와 같은 은사를 갖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반갑고 좋았습니다. 기구를 만드는 은사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망치를 만들 줄 아는 것은 아닙니다. 목사님도 제자훈련 툴을 만들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가르쳤던 사람이 아닙니까?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본을 보여주는 것 
 
옥한흠 분명 훈련하는 툴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툴이 제자를 만드는 것이 아님을 많은 목회자들과 현장을 보면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자가 되는 사람의 삶과 인격이 어떤 것인가를 실제로 보고 경험하고 따라가는 모범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범을 목회자들이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고민이지요. 그러나 감사하게도 24년간 세미나를 인도하는 동안 생각 외로 하나님이 좋은 열매들을 많이 주셨습니다. 그것을 놓고 하나님께 감사해야지, 더 완벽하게 잘해야 되겠다고 고민하면, 더 이상 계속 못할 것 같아요. 내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제가 자신 있게 대답하기에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집니다. 그러니 점점 자신이 없어지지요.
그러나 제자훈련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좋은 영향력은 아주 평범한 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경험했습니다. 나의 거룩함이나, 목회자의 영적 권위나, 나의 학문적 지식이나 학위를 앞세울 필요는 없었습니다. 다만 필요한 것은 한 영혼을 무척이나 사랑하시는 주님의 마음이었습니다. 함께 은혜 받고자 하는 갈증을 갖고 낮은 자리에 내려 앉아 마음만 비우면, 성령께서 언제나 적절하게 도우셨습니다.      

 

데이브 도슨 말을 한다고 해서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듣는다고 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지요. 정말 본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와 닿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옥 목사님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기쁩니다. CAL세미나는 말로만 하는 강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 참 고무적입니다. 제가 하는 사역은 그렇지 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명령하신 대로 그 말씀에 옥 목사님이 철저히 순종하셨기 때문에 CAL세미나에 이러한 은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선교단체에서 목사님은 지역 교회에서, 평생 제자훈련이라는 일생을 불태운 것 같습니다. 목사님이 더욱 강건하셔서 제자훈련 사역이 주님 뜻대로 펼쳐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 중에서 누가 먼저 주님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함께 주님 앞에 서는 그날 우리에게 뭐라 하실지 궁금합니다. 옥 목사님이 조금 더 건강하셨더라면, 몇 시간이라도 제자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아쉽습니다.  
 
옥한흠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어떻게 그렇게 건강하십니까? 저는 몸이 아파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건강하신 선교사님을 보니 참 부럽습니다. 여기 와서 일주일 동안 내리 철저하게 강의에 집중하시는 것을 보면서 제가 기가 질릴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그날까지 앞으로도 주님께 크게 사용 받으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안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