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8년 05월

특집 ① 77기 CAL세미나 결산 | 돌산신기교회 양규태 목사의 CAL세미나 4박 5일 체험기

특집 디사이플

올해 41세인 돌산신기교회 양규태 목사는 새벽예배를 마치고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국제제자훈련원 홈페이지 앞에서 9시 정각에 CAL세미나 등록신청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미나를 마치고 돌아온 지 한 달이 넘어서고 있다. CAL세미나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정작 직접 문을 두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CAL세미나 참석을 위해 몇 년씩 재수를 하며 신청의 고배를 마신 주위 동료들의 이야기도 들은 터라 첫 신청을 위해 주님께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이번에 꼭 CAL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고. 그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양 목사는 첫 신청을 하자마자 국제제자훈련원의 친절한 자매로부터 77기 CAL세미나에 신청이 됐다는 반가운 전화를 받게 됐다.

 

 

설교만으로는 사람이 쉽게 변화지 않더라!
‘그래, 이제야 비로소 제자훈련의 실체를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구나!’ 그는 그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경험하고, 신학교 시절부터 멀리서나마 존경하던 옥한흠 목사의 강의를 직접 듣게 된다는 기대감에 밤잠을 설쳤다.
장신대 신대원 시절부터 CAL세미나를 받고 싶었다. 평소 청교도 서적에 관심이 많았고, 복음의 순수성을 지닌 목회자들의 저서들을 섭렵했다. 그중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고 감명 받았던 그는, 옥한흠 목사가 어떤 목회자인지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부교역자는 담임목회자가 먼저 CAL세미나를 수료하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그 기다림은 좀 더 길어졌다.
부교역자 시절을 거치면서 그가 느낀 것은 설교만 가지고는 성도들의 신앙이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교회 학교 교사나 각 부서에서 임직자들과 함께 사역하면서 신앙이 바르게 세워지지 않고, 또 쉽게 변화되지 못한 성도들로 인해 훈련 목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온누리교회의 일대일양육과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에 관심이 많았고, 그동안 이 둘을 비교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4년 전 돌산신기교회 담임목회자로 부임하게 됐다. 그러나 신기교회는 당시 교회 건축을 계획 중이었기에 제자훈련 이야기를 장로들에게 할 수가 없었다. 건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작년에 드디어 장로들에게 이야기하고, CAL세미나에 참석하려 했으나 장례가 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봄, 7년간 기다려온 CAL세미나에 참석하며 비로소 그 긴 목마름을 해갈할 수 있게 되었다.

 

 

CAL세미나 4박 5일,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고속버스를 타고 5시간 20분이 걸려 여수에서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 도착하자 자원봉사자들의 친절한 미소가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첫날 숙소 배정과 점심식사는 너무 좋았다. 시설이나 음식 등 너무 훌륭해서 마치 호텔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4박 5일간의 CAL세미나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드디어 옥한흠 목사의 그 유명한 ‘광인론’을 들었다.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가끔 날리는 옥한흠 목사의 광인론을 들으면서, 40년 가까이 제자훈련 한 길을 걸어온 광인의 열정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도 ‘나 역시 저렇게 사역해야 된다’는 도전이 강하게 밀려왔다.
이후 은혜로운 찬양과 함께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와 140여 명의 교역자 소개, 대전 새로남교회 오정호 목사의 제자훈련 사역 간증이 이어졌고, 나머지 시간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갖게 됐다. 강의 후 6명이 한방에 함께 지내게 됐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서먹서먹하고 별 이야기 없이 이튿날 강의를 기대하며 잠들었다.
둘째 날 옥한흠 목사의 교회론 강의를 들었다. 세미나 참석 전에 『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고 오라는 말에 이미 숙지가 되어 있어서인지, 옥 목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책 속에서 살아 부흥했다. CAL세미나에 가면 신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목회의 진수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소문 그대로였다.
목회철학, 목회비전, 교회론, 제자도, 설교학 등 목회의 핵심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옥한흠 목사가 강의를 통해 확실히 짚어줬고, 때론 ‘제자훈련이 이렇게 중요하다’고 질책하듯, 또 ‘맞아 이거야’ 하고 마음속에 맞장구를 치면서 강의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됐다. 중간 중간 10분, 20분 쉬는 시간도 아까웠다.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감탄 그 자체였다.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오정현 목사가 인도하는 순장반 모임을 참관했다. 담임목사가 다락방 성경공부의 핵심을 하나하나 본문 중심으로 확실하게 짚어주는 모습이나 비전들을 순장들과 솔직히 나누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다락방 리더인 순장이 담임목사의 목회 파트너로서 교회 구석구석까지 섬길 수 있도록 그들을 소중히 여기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어 소그룹 강의들을 들었는데, 왜 소그룹이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인지하게 됐다. CAL세미나가 77기까지 이어오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100% 느낄 수 있었던 강의들이었다. 오정현 목사의 ‘제자훈련과 성령충만’ 주제 강의도 제자훈련이 말씀 중심의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과 성령의 균형 아래 성령의 충만함이 가득한 훈련임을 재인식하게 됐다.
셋째 날에는 오정현 목사의 ‘제자훈련 시작과 운영’ 방법과 부산 호산나교회 최홍준 목사의 ‘기성 교회의 제자훈련 접목’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제자훈련을 처음 시작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두 강사의 강의는 어떻게 현지 교회 상황에 적용해야 하는지 많은 지혜를 주었다.
오후 시간에는 CAL세미나 참석자들을 위해 사랑의교회 제자훈련반이 직접 수양관에 내려와 세미나 참석자들이 제자훈련을 참관할 수 있었다. 여러 명의 목회자들과 함께 사랑의교회 교역자가 직접 제자훈련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자훈련 인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훈련생들도 마음속 깊은 고민들을 솔직히 나누며 신앙의 소중한 부분들을 수정해 나갔다. 제자훈련 인도자의 적절한 인도와 질문으로 인해 제자반 전체가 눈물을 흘리며 깊은 나눔을 나누는 것을 보면서 귀납적 인도가 왜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솔직히 그동안 귀납적 인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제자반 참관을 통해 훈련생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인도자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귀납적 성경공부에 대해서는 이후 시간의 강의들 즉, 국제제자훈련원 김건우 목사의 ‘제자훈련 교재 가이드’나 태안 사랑의교회 송정헌 목사의 ‘소그룹 귀납적 개인 성경 연구’, 사랑의교회 강명옥 전도사의 ‘귀납적 성경 연구의 실제’ 등의 강의를 통해 더욱더 실감할 수 있었다.
넷째 날,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이 넘도록 옥한흠 목사의 ‘제자도’를 배우며 한 영혼에 목회 생명을 거는 사역이 왜 소중한지, 또 마땅히 왜 그래야 하는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에 대해 나름대로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동료 목회자들과 함께 족구도 하고, 책들도 살펴보면서 필요한 목회 정보도 서로 나누며 친교할 수 있었다. 긴 강의를 듣고 잠깐 쉬고 하는 빡빡한 스케줄로 채워진 CAL세미나에서 나름대로 교제할 수 있는 시간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오후 시간에는 사랑의교회 강명옥 전도사의 ‘훈련 시간 운영의 실제’와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김명호 목사의 ‘접목 과정과 실행지침’ 강의는 실제적인 이야기들이 많아 인상 깊었다. 사랑의교회의 몇 십 년 노하우가 응축된 강의들이라 그런지 군더더기가 없고, 꼭 필요한 말씀만 있었다. 저녁에는 피곤했지만 같은 방에 머무는 40대 목회자들과 함께 훈련 기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자훈련의 기간이 길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참석자들은 기간에 얽매이지 말고, 훈련은 훈련답게 해야 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다락방 참관 실습은 제자훈련의 결정체
다섯째 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수양관에 있는 지하 기도실에서 하나님께 이번 CAL세미나에 오게 하신 것에 감사하며, 제자훈련으로 앞으로 돌산신기교회를 변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주님께 기도했다. 아침 식사 후 참석자 두 명씩 한 조가 되어 사랑의교회 다락방 참관을 위해 서울로 떠나는 버스를 탔는데, 서울과 경기도 일대 다락방으로 가기 위해 버스가 출발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말그대로 사랑의교회 다락방 참관과 실습은 이번 CAL세미나 참석의 결정체를 보는 듯했다. 제자훈련의 열매가 바로 다락방과 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CAL세미나 참석인원을 450명으로 한정한 이유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참석자들이 두명씩 나눠 사랑의교회 다락방을 참관하고 실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아파트 앞에 내리니 참관 다락방 순장이 나와서 반갑게 맞아줬다. 순장과 4명의 순원으로 구성된 이 다락방은 신앙생활 한 지 얼마 안 된 순원도 있고, 제자훈련까지 받은 순원도 있었는데, 연령대도 다양했다. 다락방 교재에 맞춰 진행하는 순장의 모습은 철저히 말씀 중심의 귀납적 나눔으로 진행됐다. 다락방이 영적으로 부요해지려면 순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순장은 A+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성경 지식도 해박하며 순원의 마음을 터치하면서 질문했다. 정말이지 잘 훈련된 리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점심을 이 다락방 순원들과 함께 먹으며 교제한 후, 오후 실습 다락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후 다락방은 새신자 순원들도 있었는데, 그의 질문에 대답도 솔직히 잘해줬고, 순장도 따뜻한 마음씨로 순원들을 돌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순장반 참관과 오전 다락방 참관에서 똑같은 교재로 다락방이 진행돼서 실제적인 도움을 이미 받았던 터라, 실제 인도할 때 그리 떨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후 일정으로 인해 다락방 모임 시간이 조금 모자란 것이 아쉬웠다.
이후 수양관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과 교회 성장’ 주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제자훈련으로 당장 교회가 빨리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는 한 영혼에 집중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인지할 수 있었다. 그 후 성장의 축복은 우리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임을 믿으면서 말이다.
수료식 때는 드디어 CAL세미나가 끝났다는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으로 가득찼고, 4박 5일간 그의 가슴속을 가득 채웠던 열정과 도전으로 인해 밤잠을 설쳤다. 다음날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각오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어촌 교회에 주의 제자들이 쏟아지는 비전을 품고
그가 담임하고 있는 돌산 신기교회는 전라남도 여수시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농어촌 교회이다. 평균 연령대가 50대 이상의 성도 130명이 모이고 있다. 교인들 대부분이 문어와 멸치잡이를 하는 어업과 안개꽃, 마늘, 시금치 등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하루도 일손을 쉬는 집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산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교인들이다 보니 주일 오전 예배만 드리고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요즘 설교 때마다 제자훈련의 필요성을 성도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1년간 제자훈련의 터다지기를 하고, 하나님의 도우심 가운데 장로 4명부터 제자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문어 잡이 배에는 베트남 14명, 몽골 8명, 중국 선원 8명 등 시골 교회치고는 외국인들도 제법 있다. 이들에게 ‘사영리’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는데, 주님께서 언젠가 이들에게도 제자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길 기도하고 있다.
4박 5일간의 CAL세미나를 통해 그는 이런 시골 교회에 오히려 제자훈련이 더 필요하고, 훈련을 통해 변화된 일꾼들이 지역과 민족, 세계를 변화시키는 비전을 품게 됐다.
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제자훈련이 왜 필요한지, 왜 제자훈련이 목회철학이 돼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CAL세미나. 한국 교회에 만연한 일회성 세미나가 아닌 목회의 근본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기에 섬겨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며, 그는 무엇보다 CAL세미나에 가게 하셔서 부족한 종에게 제자훈련 목회를 붙들게 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렸다.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