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우은진 기자
‘목자의 심장’으로, 영적 동지들과 제자훈련 사역에 목숨을 걸라
지난 5월 7일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열린 미주 18기 CAL세미나에서는 주강사인 오정현 목사와 참석자들 간의 대담 시간이 열려 주목을 받았다. 제자훈련에 대한 열망을 갖고 찾아온 참석자들은 제자훈련 사역에 대해 여러 궁금한 점들을 질문했고, 오정현 목사는 자신의 30년 제자훈련 목회 노하우를 진솔하게 나눠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개척 당시 첫 남자, 여자 제자반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고 싶다.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알고 싶다.
1987년 사랑의교회 협동목사를 마치고 미국에 들어왔을 당시, 나를 기다려 준 젊은이들과 성도 가정이 있었다. 우리는 예배보다 제자훈련을 먼저 시작했다. 피아노 가게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는데, 제자훈련에 대한 소망이 있었던 이들과 시작한 제자훈련이라 첫 번째 제자반 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중요한 점은 담임목사가 개척 교회 제자훈련에 대한 분명한 목회철학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제자훈련 해야 한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처음에 부부가 같이 훈련을 시작했는데 실패했다. 부부가 같이 하면 내밀한 이야기를 못 나누기 때문이다. 남녀 제자반을 나눈 다음에야 제자훈련이 집중력 있게 강화되었다.
그러나 기성 교회에서 제자훈련 하시는 분들은 첫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 나이 많은 분, 당회 그룹, 교회 중직자 그룹 등이 부담이 될 것이다. 이들을 제쳐놓고 마음이 통하는 젊은이들과 제자훈련 하다가는 교회가 양분된다. 힘들더라도 교회 중직 멤버들을 잘 이해시켜 제자훈련 해야 한다. 송태근 목사도 강남교회 부임 당시, 칼이 오갈 정도로 거친 당회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부임 후, 매주 토요일 장로들과 함께 산기도를 하며 1년 정도 설득했고, 결국 장로들이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되어 오늘날의 강남교회를 만들었다. 기성 교회는 당회와 중직부터 훈련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남가주사랑의교회를 개척하고 나서의 어려움은 말도 못할 정도였다. 처음 4월에 교회를 개척하고, 연말이 되니 104명의 교인들이 모였다. 나는 주님께 기도할 때 예배 좀 제대로 드리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인 숫자가 20명 정도로 작으니까 찬양을 해도 힘이 없었다. 그래서 100명 정도 모이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니, 정말 연말에 104명이 모였다. 진짜 심방을 열심히 했다. 합심기도도 하고, 우리 목사님이 나를 위해 이 말씀을 준비해 왔구나 하는 감동을 성도들에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한마디로 ‘목자의 심장’을 그들에게 보여 줘야 한다. 제자훈련 하는 목회자는 사역 초기 교인들의 의지에 의해 끌려가는 목회가 아니라 제자훈련 목회철학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거기에 목숨 걸고 집중해야만 제자훈련 사역의 성패가 갈린다.
제자훈련 방법론에 있어 현 제자훈련을 영어권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리가 없는가?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제자훈련은 단순히 이론이나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 철저히 검증된 임상에서 나온 것이다. 과거 한 목회자가 옥한흠 목사님에게 인천 달동네에서도 제자훈련이 가능하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강남처럼 지적수준이 높은 곳에서만 제자훈련이 통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옥 목사님은 “제가 인천 달동네에 가면 제자훈련 하겠습니까, 안 하겠습니까”하고 반문했다. 당연히 하셨을 것이고, 제자훈련은 어디에서도 통한다. 그러니 이민 교회나 영어권에서도 역시 통한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이지만, 전달하는 용어 등 지금 시대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인도한다면 더 좋은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제자훈련을 하다 포기하고 싶은 때는 어떻게 극복했는가?
솔직히 나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없었다. 나는 죽어도 이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어려움은 많았다.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나이가 50세가 넘으면 목회관성이 생기는데, 이 목회관성을 바꾸려고 하는 게 어렵다. 훈련 사역에 집중하는 게 어렵게 된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목숨을 걸면 좌절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다.
제자훈련에 몰입하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풀어나갔는가?
옥한흠 목사님 세대는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가정을 포기하면 목회에 실패하게 된다. 가정이 좋은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제자훈련을 하면 오히려 아내와 자녀와의 관계가 공고해진다. 디사이플쉽이 곧 라이플스타일이 된다. 내게 아들이 둘 있다. 첫째는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을 열심히 한다. 독특하게 생겼다. 내가 평생 하고 싶은 것을 첫째 아들이 하고 있는데, 꽁지머리를 하고 있다. 둘째는 의과대학 3학년이다. 두 아들을 교회가 키워줬다. 이민 교회는 상처가 많다. 목사의 아들이 장로의 아들과 교제를 안 하려 한다. 언제 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가주사랑의교회는 끝까지 두 아들을 키워주고 돌봐줬다. 제자훈련 하는 아버지 덕에 두 아들이 10여 년을 특새 개근을 했다. 제자훈련이 오히려 여러분의 가정 사역을 더 강화시킬 것이고,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훈련을 통해 믿음이 성숙해 질 것이다. 이민 교회 2세들의 제일 큰 약점이 단련, 연단이라고 생각한다. 2세들은 뭐든지 잘한다. 스포즈, 외모, 국제적 감각 등. 그러나 단련되고 연단되는 것은 약하다. 제자훈련은 자발적 고난을 감당하기 위한 최고의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평신도 사역자들이 지치지 않고 섬기기 위한 방안은?
사람이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관성으로 섬기게 된다. 즉 매너리즘이 생긴다. 사람이 매너리즘으로 살다보면 올무에 걸린다. 그래서 교회가 굳어지고 화석화되며 상처받게 된다. 나의 초미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신선한 은혜가 공급되게 하는가이다. 내가 살아야 하고,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물댄 동산같이, 주님 앞에 서는 그날까지 날마다 솟는 샘물을 매일 경험하게 하는가? 답이 뭔가? 그것은 제자훈련이다. 제자훈련을 하면 하나님께서 마르지 않는 샘을 주신다. 그리고 단어 하나를 사용할 때도 신선한 단어를 주신다. 주님이 리프래쉬(refresh)한 은혜를 주신다. 요즘 필립 얀시가 쓴 책을 읽고 있는데 ‘은혜의 기습’이라는 단어를 보았다. 갑자기 기습당하는 거다. 하나님께서 훈련 사역을 하다 필요하면 은혜의 기습을 주신다. 하나님은 나에게 단어를 조합하는 은사를 주셨다. 예를 들면 자수성가(自手成家) 아니라 신수성가(神手成家), 은혜의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 신앙의 무승부가 아닌 사역의 쾌거를 경험해야 한다 등이 그것이다. 이것이 훈련사역을 하면서 주님이 주신 조어의 은혜다. 옥 목사님도 제자훈련 사역을 하시면서 하나님이 주신 단어의 은혜가 있었는데, 제자훈련 교재 서론에 써놓은 것을 보면, 정말 탁월하시다. 그래서 나는 영어단어 중 리프레쉬(refresh) 단어를 제일 좋아한다. 제자훈련이 끝까지 불꽃을 피울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제자훈련을 처음으로 당회원들과 시작하려 한다. 네 분의 장로님이 계신데, 그중 한 분의 학력이 중졸이다. 함께 훈련하는 데 차이 많을 것 같은데, 지혜를 달라.
진짜 은혜를 받으면 학력을 극복할 수 있다.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도 대학교 졸업자들이 많았다. 그중 진짜 중졸 출신 장로님이 계셨는데, 이 분이 제자훈련을 하다가 물꼬가 트였다. 작년에 LA에서 기업인 상을 수상했는데, 박사학위 받은 사람보다 낫다. 말없이 교회에 충성하시고 겸손하시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도 못 나온 권사님이 훈련 받고 성경을 많이 읽어 은혜 받으니 지금은 대학 나온 며느리들을 상담하고 있다. 이 모두가 제자훈련을 통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 목회자가 제자훈련 소그룹을 먼저 경험해 볼 수는 없는가? 또 남가주사랑의교회 시절, 파트타임, 풀타임 부교역자들이 제자훈련을 인도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가?
한국 뿐 아니라 미주지역 CAL-NET이 있다. 이 제자훈련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제자훈련을 시작하려는 사역자들끼리 먼저 제자훈련을 경험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움이 있다면 국제제자훈련원에 문의하라. 제자훈련 체험학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볼 때 캠퍼스 사역단체인 미국 IVP, CCC, 네비게이토 등 역동성과 변화의 메카니즘이 있는 소그룹에서 미리 훈련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사역할 때 부교역자들의 경우, 파트타임은 하프타임처럼, 하프타임은 풀타임처럼, 풀타임은 더블타임이라 생각하고 훈련에 집중했기 때문에 부교역자가 훈련을 인도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간에 제자훈련 목회철학이 공유되고 있는가이다.
제자훈련을 할 때 이상적인 팀워크 관계는?
제자훈련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동지애가 생겨 팀워크가 이뤄진다. 옥한흠 목사님은 순장들을 ‘작은 목자’라 불렀고, 나는 부교역자들과 순장들을 ‘영적 동지’로 부른다. 옥 목사님은 ‘한 사람 철학’을 말씀하셨고, 나는 ‘목자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함께 사역하다 보면 목자의 심정과 동지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제자훈련은 어디에서 하는 게 효과적인가?
제자훈련은 교회에서 수업하듯이 훈련하면 안 된다고 본다. 집을 오픈하고 삶을 나누면서 훈련해야 한다. 교회가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집을 찾아가지 않고, 교회에서만 고정적으로 하면 안 된다. 가능하면 삶을 나누고 속을 보여줄 수 있는 제자훈련이 되어야 한다. 제자훈련의 컨셉이 자꾸 지식을 넣어주고 인식론적으로 접근하려 하는데, 관계적, 정서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제자훈련이 이뤄진다면 그런 갈등들은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민사회에서는 이 부분이 이상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다. 많은 부부들이 맞벌이 부부다 보니 가정을 개방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이민 교회에서는 교회에서 많이 훈련을 한다. 그만큼 이민 교회는 여유가 없다. 집에서 제자훈련하는 게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제자훈련을 못하면 안 된다. 나는 남가주사랑의교회 시절 그런 문제 때문에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많이 했다.
영적 리더의 비전을 전달받은 평신도가 제자훈련의 인도자가 되면 안 되는가?
왜 제자훈련을 목회자에게 받아야 하는지는 이미 사역훈련에 나와 있다. 목회자와 동질감을 갖기 위하여, 어느 정도 영적 권위 때문에, 같은 목회철학을 위하여 등등. 그러나 어느 시점에는 목회자가 인도해야 하고, 또 어느 시기에는 사모가 동참하면 좋다. 사랑의교회는 실버 제자훈련이 잘되고 있다. 포에버 제자훈련이라고 하는데, 70세 넘은 장로님들이 인도한다. 30대 목회자가 70대 평신도를 제자훈련 하는 것은 삶이 다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그러니 같은 나이대인 장로님들이 인도하면 더 훈련의 효과가 크다. 평신도지만 너무 열심히 하셔서 내게도 큰 도전이 된다.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이후, 선교훈련으로 이어지는 커리큘럼을 개발할 의향은 없는가?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안에 선교훈련이 다 포함되어 있다. 세상을 향해 보냄 받은 소명자가 되기 위해 “아버지가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너희도 나를 보내노라”(요한복음 20:21)는 말씀보다 더 강력한 선교훈련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의교회 선교부에서는 전문인 선교학교 심화과정이라 해서 제자훈련에 입각한 선교훈련을 하고 있다. 1년에 2차례 훈련하는데, 전문적이고 강력한 프로그램이다. 제자훈련과 사역훈련 이후, 이런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좀 더 전문적인 선교훈련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