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박지연 기자
“눈물의 경고” 메시지 통해 한국 교회 모습 각성케 하다
지난 9월 2일 故 은보 옥한흠 목사 3주기 추모예배와 제1회 은보상 수상식이 안성수양관에서 열렸다. 한평생을 제자훈련의 광인으로 살았던 옥한흠 목사. 올해로 세 번째 열린 이 추모예배의 자리에는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한 지도자를 기리며 진행된 이 추모예배에서는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안타까운 심정이 흘렀다.
먼저 한인권 장로(은보 옥한흠 목사 기념사업회 상임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예배는 묵도와 함께 찬양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부르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날 한기수 장로(사랑의교회)는 교회의 어려운 상황을 두고 회개하며, 진정한 이웃사랑의 정신이 회복되기를 눈물로 기도했다.
특히 박정근 목사(부산 영안교회)는 “말씀을 전파하라”(딤후 4:1~2)는 주제 설교를 통해 생전 옥한흠 목사와 설교를 주제로 대담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옥 목사가 얼마나 설교 준비에 있어 진지한 지도자였는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늘 제가 설교를 하기보다는, 평생 진액을 짜내며 설교하신 옥 목사님의 설교를 서론으로 소개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영상으로 옥한흠 목사의 설교가 시작됐는데, 빌립보서 3장 17절에서 21절까지의 말씀을 바탕으로 한 <눈물의 경고> 설교였다.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의 일화를 배경으로 시작된 이 설교는 옥한흠 목사조차도 결코 설교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할 만큼, 무겁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 설교는 빌립보교회 안에 바른 신앙을 가진 교인들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교인들을 설득하고 있는 바울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또 지금 자신이 십자가의 원수는 아닌지, 철저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외침을 담고 있다. 비록 몇 년이 지난 설교이지만, 이 영상 속의 메시지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각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영상설교가 마치자, 박정근 목사는 “십자가의 원수 된 부분이 있다면, 성령의 은혜로 이 시간 불태워달라”며 기도로 마무리했다.
이어 김효은 장로(사랑의교회 은퇴장로)와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의 추모사도 진행됐다. 먼저 김효은 장로의 추모사에는 교회를 사랑했던 옥한흠 목사를 기리고, 흠이 있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려고 했던 그의 겸손함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또한 이찬수 목사는 옥한흠 목사님께서 생전 자신에게 항상 당부하셨던 목회자의 건강과 자녀 양육 부분을 언급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 다시 옥한흠 목사님을 30대 시절로 되돌려주신다 해도 옥 목사님은 자신의 건강과 가정을 챙기며 사역하지는 못하셨을 것 같다”며 “결국 모든 것을 쏟아 사역하는 길이 제자훈련 목회자들이 걸어가야 하는 길인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김영순 사모는 3주기 예배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사랑의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옥 목사님을 위해서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지도자가 되게 해달라고 했는데, 지금 이 순간 하나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는 열매보다 하나님 앞에 상이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던 옥 목사의 삶을 나누며, 우리도 항상 하나님 앞에 어떤 상이 있을지를 고민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특히 이번 추모예배에서는 제1회 은보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최상태 목사(화평교회, 심사위원장)는 시상에 있어 많은 고민을 거쳤으며, 제자훈련 정신과 한 사람 철학을 가지고 얼마나 집중해서 세상 속에 영향력을 주고, 열매를 맺었는지를 중점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도시, 중소도시, 지방 등 지역적인 특성과 전통 교회, 개척 교회, 농어촌 교회 등의 교회적 특성을 고려해 심사했노라고 전했다. 이어서 은보상 수상자로 이권희 목사(신일교회), 반기성 목사(꿈이있는교회), 오석준 목사(한우리교회)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나눴다.
시상식이 끝난 후, 찬송 ‘인생길 험하고’를 옥한흠 목사의 영상과 추모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이 번갈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으며, 김원배 목사(꿈동산교회, 한목협 공동회장)의 축도로 모든 순서가 끝났다.
매년 열리는 추모예배의 자리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서 이번 예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겸손하게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 제자로 살았던 한 사람을 기억하고, 그 삶을 닮고자 애쓰는 것이야말로 남겨진 자들의 몫일 것이다. 이번 추모예배가 한국 교회의 갱신과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박지연 기자>
은보상 수상자 소감
“기쁨보다는 부담이 되는 은보상”
이권희 목사(신일교회)
먼저 부족한 저와 신일교회가 제1회 ‘은보상’을 받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더불어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평생을 ‘제자훈련 목회’에 전념하시고 하늘나라에 계신 故 옥한흠 목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옥한흠 목사님에게 큰 은혜를 받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국제제자훈련원에서 근무하며 옥 목사님 옆에서 그분을 뵙고 미력하나마 도울 수 있었던 것은 평생의 축복이자 은혜였다. 신일교회에 부임한 후, 옥 목사님의 ‘한 영혼 철학’이 목회의 근간이 되었으며, 옥한흠 목사님을 늘 마음에 담고, 그를 닮으려고 노력해 왔다.
무엇보다 이 영광을 사랑하는 신일교회 성도들과 나누고 싶다. 지난 12년 동안 신일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성도들에게 받은 은혜와 사랑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 영광은 사실 신일교회 성도들에게 돌아가야 함이 마땅하다. 나와 함께 제자훈련을 하면서 씨름했던 수료생들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늘 아버지처럼 기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원로목사님 그리고 장로님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98개 목장의 목자와 목녀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이 상을 받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 상이 기쁨보다는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잘 해야 하고, 그것이 이 상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남보다 부담되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짐이 아니라 사명이다’라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최근 한국 교회를 바라보면서 이구동성으로 ‘옥 목사님이 살아 계셨더라면…’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분은 이미 하늘나라에 가셨고, 계시지 않는다. 그분이 그립지만 그리운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국 교회 현실을 직시하고 ‘과연 주님의 지상명령과 옥 목사님의 그 뜻을 이 땅에 어떻게 심고 열매를 거둘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제자훈련 목회를 하는 이 땅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하나 되어 옥한흠 목사의 ‘한 사람 철학’에 정진하고, 평신도 한 사람을 ‘작은 예수’로 세울 때 그분의 진가가 더욱 빛이 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큰 것보다 작은 것에 충실하면서, 제자훈련 목회와 영혼구원 사역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번 본질에 충실하게 만든 은보상”
반기성 목사(꿈이있는교회)
나는 옥 목사님과 깊은 교제를 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옥 목사님을 생전에 딱 두 번 만났던 것이 전부다. 그러나 옥 목사님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나로 하여금 한 영혼을 위해 살도록 하셨다.
오직 한 영혼을 예수님의 제자로 세우기 위해 제자훈련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목회를 하도록 하셨다. 한 영혼을 위해 부지런히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것이 목회라고 생각하게 하셨다. 그래서 어려운 청소년들을 데리고 제자훈련 목회를 할 수 있었다.
목회의 길을 걷다 보면, 누구의 위로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일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영적 침체기가 올 때, 믿음의 선배로서 목회의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셨던 옥 목사님의 제자훈련 목회 여정을 생각하며, 다시 힘을 얻고 일어설 때가 많았다.
교회가 크든 작든 변함없이 한 영혼 철학을 잊지 않으시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만들기 위해 걸어가셨던 옥한흠 목사님의 모습을 닮아 보려고 애쓰며 목회하고 있다.
그것이 기특해서인지 하나님께서 은보상을 수상하는 축복을 주신 것 같다. 앞으로 나의 목회 결단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했던 마음과 정신을 계속 변질되지 않도록 지속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받은 은혜가 변질되지 않기 위해 더 본질에 충실하며, 신실한 제자가 되도록 마음을 다지겠다.
“하나님의 위로와도 같은 은보상”
오석준 목사(통영 한우리교회)
참으로 크신 은혜다. 여호와께서 크신 일을 행하셨다. 목회를 하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나 싶다. 이런 소도시, 그것도 우상과 기복주의가 심한 지역에서 목회하는 동역자들이 공히 느끼는 것이지만, 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목회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제자훈련을 하는 교회라면 그 한 생명을 양육하고 훈련해 평신도지도자로 서기까지 겪는 눈물과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것을 아셨는지, 이런 큰 은혜를 베풀어주셨다.
수상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대단한 교회, 열매가 많은 교회가 천지인데, 감히 우리 교회 같은 데가 상을 받다니,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니 하나님께서 지난 7년간 몸부림친 것을 불쌍히 여기시고, 이런 큰 상을 주시지 않았나 싶어 한량없는 은혜 앞에 목 놓아 울었다.
제자훈련에 생명을 걸다시피 하는 나나, 동역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姑 옥한흠 목사님이시다. 그런데 이런 상을 받을 자격도, 나타낼 것도 없는 나에게 큰 바위 같은 분의 상을 받았다. 너무나 과분하다.
그러나 이 귀한 은보상을 받고난 후 하나님께서 살아 계심을 경험하게 됐다. 그동안 온 교인들이 한마음으로 달려왔지만, 다른 교회처럼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한 탓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지쳐 갔던 것도 사실이다. 선하신 하나님께서 이런 모습을 보시고 위로해주신 것 같다. 동시에 우리 교회와 성도들에게 힘들지만, 한 길 제자훈련과 한 길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 줬다.
이 귀한 상을 통해 주위에 제자훈련으로 힘들어하는 동역자들에게 저런 교회도 했다면, 우리 교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위로와 조그만 용기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