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1년 11월

어미 게의 고민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이솝 우화에 보면 어미 게와 아기 게의 이야기가 있다. 어미 게가 아기 게에게 걸음마를 가르쳐준다. 어미 게가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를 열심히 설명한다. 그리고 아기 게에게 걸어보라고 한다. 아기 게가 열심히 따라한다. “이렇게 걸으면 되나요?” “아니… 그렇게 옆으로 걸으면 어떻게 하니? 똑바로 걸어야지.” “네~ 이렇게 걸으라구요?” “아니, 그게 아니고. 똑바로 걸으란 말이야.” 하지만 아기 게는 옆으로만 걷고 있다. 어미 게가 말한다. “아이구, 답답해. 그럼 엄마가 하는 것을 봐라. 이렇게 걸어야지…” 아기 게는 옆으로 걸으면서 말한다. “어! 엄마도 옆으로 걷고 계시네요?”
소그룹 사역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소그룹 사역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리더 혼자서만 일방적으로 소그룹을 인도하는 것이다. 소그룹이 성경공부 모임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형태의 성경공부를 하려면 소그룹 리더가 그렇게 노력할 것이 없다. 성경을 전문적으로 배운 강사를 모시고 한 200~300명 모아놓고 가르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그룹으로 사람을 나눠주고는 씨름할 이유가 있겠는가? 성경 지식만 가르치는 소그룹은 나중에 비만증에 걸려서 고개만 갸우뚱거리며 실천 없는 이론적인 이야기만 하게 된다.
소그룹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쌍방향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소그룹은 상호학습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그룹에는 모두가 스승이 되고, 모두가 학생이 되어 서로의 삶과 인격에 영향을 끼치는 유익이 있다. 이런 소그룹의 효과를 맛보기 위해서는 소그룹 지도자가 질문과 경청이라는 무기를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그래서 소그룹 리더들에게 소그룹에서는 설교를 하지 말고, 귀납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소그룹 리더는 적절한 질문을 통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구성원이 하는 말을 진지하게 경청함으로써 그들의 내면에 있는 소리를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소그룹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살펴보면 소그룹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순장반이나 목자모임, 혹은 구역장모임이라고 부르는 소그룹 지도자 모임 때문이다. 이런 모임은 대개 담임목사가 많은 소그룹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일방적인 강의를 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소그룹 리더 모임 자체를 이렇게 설교식으로 가르치면서 소그룹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그룹에서 다뤄야 하는 토의문제를 가지고 설교처럼 가르쳐주면 리더들은 그 내용을 달달 외워가지고 똑같이 설교를 할 가능성이 높다.
어미 게가 아기 게에게 아무리 똑바로 걸으라고 한다고 해도 아기 게는 여전히 옆으로 걸을 수밖에 없다. 소그룹 리더는 담임목사의 가르치는 방법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소그룹 리더들의 체질을 바꾸려면 소그룹 리더들의 모임부터 바꿔야 한다. 리더들을 위한 모임에서도 질문과 경청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소그룹 리더들이 영적인 돌봄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때, 그와 같은 동질의 영적 돌봄이 소그룹에서도 이뤄지게 된다. 어미 게와 같은 고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소그룹 지도자 모임의 체질을 바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