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자로 알려진 짐 콜린스가 올해 8월 윌로크릭에서 열린 리더십 서밋에서 “결코 포기하지 마십시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번 강의의 내용은 2009년에 출간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짐 콜린스는 자신의 아내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8월의 어느 날, 아내 조앤과 짐은 콜로라도의 애스펜 외곽에 있는 고개의 오르막길을 달리고 있었다. 3,400미터 고지에서 짐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기 시작했지만, 조앤은 오르막길을 계속 뛰어갔다. 짐은 산등성이를 향해 달리는 조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달 후, 조앤은 유방암으로 양쪽 유방을 절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두 달 전 조앤의 모습은 아름다운 건강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조앤은 이미 암덩어리를 몸에 지니고 있었다.
짐 콜린스는 한때 위대했던 기업들이 실패하는 원인에 대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상당량의 데이터를 분석했고, 그 결과 강한 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을 5단계로 추출해냈다. 1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는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는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 5단계는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다.
위대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휘청거리고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고 다시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몰락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위대한 기업으로 이끄는 리더십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짐 콜린스가 발견한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의 차이를 만드는 리더십의 특징은 어떤 특정한 역량이나 카리스마가 아니었다. 그가 발견한 특징은 놀랍게도 ‘겸손’이었다. 단순히 부드러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의지를 가진, 불타오르는 열정적 비전의 겸손이다. 이런 리더가 없는 공동체는 그동안 이룬 성공에 도취해서 자만심으로 스스로를 격리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높아지려고 발버둥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에게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기보다 섬기는 종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라는 것이다. 앤드류 머레이는 겸손을 “모든 피조물의 가장 높은 차원의 미덕이며, 온갖 미덕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어거스틴은 겸손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 자세”라고 가르쳤다. 자신을 철저히 낮출 수 있는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예수 공동체의 진정한 모습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겸손함의 반대는 교만이다. 교만은 우리가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교만은 지금까지의 지나온 과정에서 오늘의 자신이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을 모두 잊도록 만든다. 인위적인 권위를 만들어 내려고 하다가 무리수를 두게 된다. 이런 면에서 겸손은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정직한 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한국 교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짐 콜린스의 아내처럼 겉으로는 건강하게 보이지만 암덩어리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 회복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보다도 겸손의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교만함을 내려놓을 때,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보일 것이다.
최근 상영된 영화 <도가니>에 나타난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보면서 변명에 급급하기보다는 겸손하게 우리의 현주소를 인정할 수만 있다면 아직 소망이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겸손하려고 애쓸 때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을 수 있다. 하나님은 이 땅에서 이러한 겸손의 영성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간절히 찾고 계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