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블라인드 스팟』의 저자 매들린 반 헤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블라인드 스팟, 즉 맹점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맹점들이 각자의 삶과 공동체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지적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백미러에 보이지 않던 차들이 갑자기 나타나 핸들을 꺾게 되는 경험을 한다. 이렇게 우리 시야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을 가리켜 사각지대, 맹점이라고 말한다. 헤케는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세 가지 맹점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체를 놓치고 부분만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자신의 결점은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볼 수 없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잘 살펴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모습을 살피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농구의 황제라 불렸던 마이클 조던도 자신을 전담하는 코치를 두고 도움을 받았다. 코치들이 조던보다 농구를 더 잘한다고 할 수 없지만 선수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살펴보고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1만 8천 명이 넘는 목회자들이 CAL세미나를 거쳐 갔다. 설문 결과를 보면 이들 중 절반은 어떤 형태로든 각자의 목회 현장에서 제자 삼는 사역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로부터 한결같이 듣는 말이 있다. 자신들이 제자훈련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CAL세미나를 통해서 제자훈련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사역을 하다 보면 종종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지난 가을에 열렸던 86기 CAL세미나에는 대전 지역에서 제자훈련 목회를 잘하고 있는 목회자 부부가 세미나를 다시 찾았다. 15년 전에 세미나에 참석했던 그는 제자훈련을 통해 멋진 평신도 사역자들을 발굴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힘 있게 사역하고 있는 건강한 교회의 담임목사다. 그는 지금까지 해온 제자훈련 사역을 평가해보고 싶기도 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고자 다시 찾았다며, 두 번째 듣는 CAL세미나가 자신의 제자훈련 목회에 있어 ‘내비게이션과 같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자동차마다 내비게이션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의 IT 기술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첨단을 자랑한다. 내비게이션에서 가르쳐준 대로 길을 찾아가다가 운전자가 실수로 길을 놓치는 경우, 이 기계는 여지없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바른 길을 찾아가도록 안내해 준다. 감사한 것은 운전자가 아무리 실수를 해도 이 기계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제자훈련 사역이 본질에서 벗어났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본질을 붙잡고 씨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얄팍한 프로그램이나 교재를 가지고 논하지 말고, 제자도의 본질을 놓고 그 잣대로 우리의 사역을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인지 확신을 얻게 된다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소신 있게 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무늬만 제자훈련이지 실상은 본질을 상실한 유사 프로그램을 붙들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블라인드 스팟에서 빠져 나오기 원한다면, 1년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새해 사역을 준비하는 바쁜 시기이지만, 특별히 시간을 따로 떼어내어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를 정독하면서 자신의 목회를 평가해 보면 어떨까? 아니면 큰맘 먹고 CAL세미나에 다시 한 번 참석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시간에 맞춰 세미나에 등록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혹시 아는가? 이 세미나가 내비게이션이 되어 나의 제자훈련 목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다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