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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스승의 날 즈음해서 내수동교회 출신 목회자들과 함께 박희천 목사님을 모시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 목사님은 1927년생으로 올해 96세이다. 백수(白壽)에 가까운 연세에도 뵐 때마다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라는 말씀을 반추하게 된다. 연로한 목사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품고 여전히 하루에 몇 시간씩 성경을 연구하시는 모습은 후배 목회자들에게 늘 귀감이 된다.
목사님께서는 사랑하는 후배 목회자들의 눈을 마주하며, 깊은 감회 속에서 두 가지를 말씀하셨다. 첫 번째로 목사님은 “신학교가 라마 나욧처럼 되기를 바라는 꿈이 있다”라고 하셨다.
라마 나욧은 사무엘이 제자들을 양성하던 선지 학교로, 말씀과 성령의 기름부음이 충만한 곳이다. 다윗을 찾으러 그곳에 갔던 사자(使者)들마다 예언을 했고, 심지어 사울조차 하나님의 신이 임해 라마 나욧에 이르기까지 예언을 했다(삼상 19:23). “신학교가 라마 나욧처럼 되면 좋겠다”라는 목사님의 간절한 바람은 새로운 총장을 맞이하는 총신대학교가 말씀과 기름부음으로 더욱 튼실히 세워지기를 소망하며 하신 말씀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사역의 좋은 마무리(Finishing Well)를 위한 부탁이었다. 목사님은 평양신학교를 다니시다가 남한으로 내려온 후 고려신학교를 다니셨는데, 학교에서 아침마다 하는 경건회에서 많이 우셨다. 특별히 고(故) 박윤선 목사님이 인도하신 경건회에서 흘린 눈물은 이후 목사님의 사역에 메마르지 않는 샘이 됐다고 한다.
내 목회 여정을 돌아보면 기름부음이 있는 사역, 메마르지 않는 목양의 물줄기의 근원은 ‘하나님의 영광’이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달려갈 길을 가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선한 싸움을 싸우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믿음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지 않는다면 살 가치가 없다. 하지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삶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울처럼 죽을 고생을 하고, 온갖 종류의 간난신고(艱難辛苦)가 따르는 것이다.
최근 모친상을 당했지만, 자신이 맡은 사역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 장례식을 일주일 정도 미루고 조용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부교역자가 있었다. 결국 장의(葬儀)는 그렇게 진행됐다.
어떤 이는 이런 말을 들으면 “아무리 교회 사역이 중요해도 어떻게 상을 미룰 수가 있는가?”라고 비판적인 반응이나 목소리를 높일지 모른다. 그러나 머리로, 논리로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은 천금을 준다 해도 하나님의 영광에 시선을 두는 교회 사랑의 눈물과 뜨거움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라마 나욧처럼 찾아갈 수 있는 말씀과 기름부음이 임하는 자리가 있는가? 우리에게는 목회가 메마르고 고단할 때 다시금 목양의 물줄기를 여는 샘이 있는가?
참 스승이신 박희천 목사님께서 주신 애절한 교훈을 사랑하는 동역자들과 함께 나누게 된 것이 내게는 감사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