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캐나다 밴쿠버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인 스탠리 팍(Stanley Park)은 지난 겨울 혹독한 시련을 경험했다. 경관이 좋기로 유명한 이곳은 작년 12월 서해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급의 엄청난 폭풍으로 인해 공원 안에 있던 1천여 그루의 나무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혔다. 쓰러진 나무 대부분은 10미터 이상 높이 자란 북아메리카산 솔송나무였다. 겉보기에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여기 저기 쓰러져 있었고, 이 중에는 2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던 나무도 있었다.
그런데 이 나무들의 밑동을 자세히 살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뿌리가 별로 없었다. 뿌리가 깊지 않았고, 넓게 뻗지도 않았다. 이런 뿌리를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큰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왜소한 뿌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혹은 보여줘서는 안될 부분이 드러난 것처럼 부끄럽게 쓰러져 있었다.
스탠리 팍의 땅은 나무가 땅에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아도 될 만큼 비옥하다. 아마도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편안한 환경이 나무로 하여금 뿌리를 깊게 내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웬만한 바람이라면 끄덕 없었는데 이번에 불어 닥친 시속 100km나 되는 폭풍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풍요로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깊은 영적인 뿌리를 가지고 있을까? 스탠리 팍의 솔송나무처럼 뿌리는 얇고 왜소한데 겉으로만 화려한 성공으로 치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이런 판단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한국 교회에서 도입하고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보라. 이런 프로그램들이 인스턴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고 편안함을 제공해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근본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성경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도외시한 채, 해 보니 좋더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지금까지 배워온 신학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뿌리가 없는 목회를 하다 보면 조금만 강한 바람이 불어와도 휘청거리게 된다. 이단들이 잠입해 들어와도 대책 없이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목회자가 동성애와 마약 스캔들로 무너져 버렸다. 뉴욕의 한 이민 교회 목회자도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공개적으로 고백해 충격을 주고 있다. 뿌리가 깊지 못한 우리의 모습은 뉴스에서도 많이 보인다. TV에서는 잊어버릴만하면 한번씩 누구나 알만한 분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성장기조에 있었던 한국 교회는 뿌리가 깊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어떤 목회자는 이렇게만 해도 목회가 잘되는데 왜 어렵게 목회를 하느냐고 자신의 성공담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있는 시대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시대가 아니다. 그 어떤 시대보다 더 많은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향하여 교회는 뿌리깊은 영성으로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포스트모던이라 이름하는 우리시대는 허리케인을 넘어선 영적 폭풍의 시기다. 인터넷이나 동영상과 같은 첨단기술을 사용한다고 능력이 있는 게 아니다. 동성애, 혼전성관계, 타종교 등의 모든 문제에 대해서 포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교회가 수용한다고 세상이 우리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초대 교회의 시대처럼 세상을 향하여 보다 확실한 우리의 가치를 확립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전투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색깔이 선명하고 모양새가 반듯하고 맛이 확실한 우리의 모습을 가질 때에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얄팍한 상술이나 눈물을 자아내는 그런 감성적인 기독교로는 부족하다. 본질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뿌리깊은 영성을 세워가는 치열한 영적 싸움이 필요하다. 피와 땀과 눈물이 있는 훈련이 요구된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은 올해, 이런 저런 행사도 많았지만 우리에게 정말 부흥이 다시 경험되고 있는가? 부흥은 행사로 오는 게 아니다. 말씀을 통해 뿌리를 깊게 내리고 영적 동지들끼리 뿌리를 엮어감으로 서로를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영적 공동체를 형성할 때 비로소 폭풍 속에서도 굳건히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