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6년 05월

예수 공동체의 DNA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사랑의교회에서는 지난 3월부터 부활주일까지 “생캠” 즉, ‘생명의 공동체를 세우는 40일 캠페인’을 가졌다. 생명력 있는 공동체로 거듭나 지역공동체를 섬기고, 나아가 민족공동체를 섬긴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온 교회가 함께 변화를 추구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혈액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섬기기 위한 헌혈에 1,286명,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각막과 시신, 장기기증 등록에는 5,500여명의 성도들이 참여했다. 40일 동안 모은 사랑의 저금통은북한 어린이를 돕는 사역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소그룹의 체질이 강화되는 열매를 얻게 되었다. 새 다락방에 연결된 순장 지원자들은 228명, 순원으로 지원한 성도가 3,503명, 그리고 174개의 다락방이 증가됐다.
암투병을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사람들에게 열어 보이지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한 자매는 이 캠페인을 통해서 소그룹 참여를 결심했다. 가족으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고 연락을 끊고 지내온 한 자매는 소그룹에 참여하면서 언니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간증하면서 소그룹에 참여하는 것이 절망과 패배에 대한 하나님의 해답이란 말씀에 큰 도전이 되었다고 했다.
소그룹에서는 평소 해보지 못했던 섬김의 일들을 실천해보는 기회로 삼았다. 쪽방촌을 방문해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고, 무의탁 노인의 집을 도배해 주고, 보육원에 가서 궂은 일을 돕고, 병원에 찾아가 돕는 손길이 되고, 이곳저곳에서 행복 바이러스로 섬기는 기쁨을 맛봤다.
교회는 일반사회의 질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질서가 지배하는 공동체이다. 세상에는 지배와 통치의 질서가 있다면, 예수님이 요구하는 사회의 실천적 원리는 섬김으로 설명된다. 섬김을 통해서 공동체는 서로를 존중할 수 있게 되고,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교회공동체가 지역공동체를 섬기고 더 나아가 민족공동체를 책임지기 원한다면, 진정한 섬김으로 거듭나는 생명력 있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섬김으로 생명력을 찾은 교회공동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일 것이다.
사실 교회가 한 가족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교회 안에서 실제로 가족과 같은 사랑을 체험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히게 마련이다. 요즘 교회 안에서 서로를 향해 형제, 자매라고 호칭을 사용하지만, 정말 서로를 형제자매로 알고 사랑하며 섬기는 삶을 살고 있는가?
언제부턴가 우리는 교회 안에서의 교제가 커피 한잔에 도너츠 한 두 개를 함께 나누는 정도의 것으로 변질됐다.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수준에서 멈춰 서 그것이 성숙한 신앙인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적인 관계 이면에는 매우 이기적인 우리의 모습이 숨어있다.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자기의 것을 내어놓고 유무상통하던 초대교회의 교제는 사라지고 세속적인 가치관이 교회를 지배하고 말았다.
이러한 진지한 자기반성 속에서 예수공동체의 원형을 찾아가는 노력은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교회가 가족과 같이 개방적이면서도 자발적인 가족 공동체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교제 차원의 모임이나 지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성경공부 수준의 소그룹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정교회나 셀교회 등의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동시에 쓸데없는 기우가 되기를 바라지만, 오히려 이러한 시도들이 예수 공동체의 DNA는 잃어버린 채 변죽만 울리지는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도 있다.
혹시라도 한 영혼을 붙잡고 씨름하는 수고를 외면하고 손쉽게 목회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을 무시하고, 얄팍한 관계의 끈에 기대고 있지는 않은가도 살펴봐야 한다. 또한 반대로 성경적 지식만을 가르치려고 함으로써 교회를 학원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살펴보자. 우리는 예수 공동체의 DNA를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