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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목사님께서는 사역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요?”
이 질문의 바탕에는 아래와 같은 겹겹의 물음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지난 40여 년의 목회를 결정짓게 한 초석이 된 것은 무엇인가? 사역을 돌아보며 심중에 가장 깊이 박혀 있는 것은 무엇인가? 목회 후배들에게, 그리고 교회를 섬기는 평신도들에게 가슴을 열어 격정적으로 토설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내 경우 청년 시기의 ‘만남’이 지난 40여 년의 사역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만남의 축복을 가장 많이 누렸던 수혜자로 생각한다. 동시에 후배 세대에게 만남의 시혜자가 돼 줘야 한다는 채무 의식이 있다. 옥한흠 목사님, 박희천 목사님, 김동명 목사님, 안이숙 사모님, R.A 토레이 원장님, 박윤선 목사님, 명향식 원장님 등 한국 교회의 별 같은 분들을 청년 시기에 만났다. 단지 만난 것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이분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형성된 목회적, 신학적, 선교적 시각이 사역의 중추를 이뤘다. 목회에는 결코 독불장군이 있을 수가 없다. 선대의 헌신 위에 쌓이는 것이 목회 사역이다.
인생길은 때로 여리고로 가다가 강도 만난 자처럼 되기도 하는, 치열한 도상 위의 삶이다. 어떻게 하면 여리고로 가는 인생길을 조금이라도 은혜의 편에 서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을 소원하는 것은 목자의 심정을 가진 모든 목회자의 자연스러운 목양적 발로일 것이다. 그래서 만남에 대해서 교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있다. 여기에는 지나온 일생을 보며 손주에게 주는 할아버지의 간절한 마음, 자녀를 향한 아버지의 심정이 담겨 있다.
먼저 인생의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 다섯 부류의 사람을 만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첫째, 악한 사람(오염된 자들)이다. 둘째, 욕심과 탐욕이 많은 사람이다. 셋째, 거짓말하는 사람이다. 넷째, 마음이 꼬인 사람이다. 다섯째, 어리석은 사람이다.
대신, 이런 다섯 부류의 사람을 만나기를 기도한다.
첫째, 악하지 않고 착한 목자다. 둘째, 욕심이 아니라 감사가 있는 사람이다. 셋째, 거짓이 없는 정직한 사람이다. 넷째, 꼬인 마음 대신에 순전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다섯째,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은 사명의 사람이다. 삼국지에서 제일 힘센 사람이 여포다. 그러나 여포는 머리 좋은 조조를 못 당했고, 조조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마음 넓은 유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넓게 쓰는 사람이라도, 사명이 있는 사람을 못 당해 낸다. 부디 사명의 사람이 돼, 몸 쓰는 사람, 머리 쓰는 사람, 마음 쓰는 사람보다도 더 귀하게 새 시대를 향해 쓰임받는 시대의 리더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