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해마다 연초가 되면 교역자 수양회를 가진다.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을 공유하고, 성도들과 함께 한뜻,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사역을 정렬하기 위해서다. 다음은 부교역자들이 묻고 내가 답한 것인데, 지면의 부족으로 부분 발췌했다. 이를 통해 오늘날 젊은 사역자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에 대해 선배 목사로서 무엇을 염려하고 기대하며 당부하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Q. 마음이 맞는 세 사람이 함께하면 한 나라도 능히 세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세 사람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좋은 교회 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좋은 동역자가 있어야 한다. 비전을 공유하는 동역자가 최소한 세 사람 있어야 한다. 사역적 측면과, 인간적 측면에서 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민족적 상황에서 세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교단을 위해 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세 사람으로 계속 있으면 의미가 없다. 세 사람이 열두 명이 되고, 70명 전도대가 돼야 하며, 120 문도가 돼야 한다. 확장성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서 세 사람은 의미가 없다.
Q. 지금 시대에 교회를 개척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 개척에는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람이 있다. 부친과 나, 그리고 아들 3대가 교회를 개척했기에 교회 개척에 대해서는 나름의 통찰이 있다. 교회 개척은 어려운 일이다. 사탄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일을 극히 방해할 것이며, 인간적으로 감내해야 할 어려운 일도 많다.
개척을 생각하는 교역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한다. 돈 없어도 사역할 수 있는가? 불철주야(不撤晝夜) 애쓰는 것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뛸 수 있는가? 교회 개척은 이런 각오는 물론이요, 개척의 은사도 있어야 한다. 이것은 지난 40여 년 사역 가운데, 교회 개척과 세 번의 교회 건축 경험, 그리고 주변의 숱한 개척을 보면서 깊이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개척에 은사가 있는 사람은 청빙을 받아 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교회를 개척하는 현실은 사역의 아이러니이고, 목회적 딜레마이기도 하다.
Q. 젊은 사역자들의 자기 관리에 관해 가장 전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자기 관리의 핵심은 제자훈련이다. 십여 명의 훈련생과 몇 달간 훈련을 진행하면, 담당 사역자가 자기 관리가 된 사람인지, 말씀 앞에 깨어진 사람인지, 자기 고집만 강한 사람인지를 훈련생들도 알게 된다. 그래서 제자훈련을 제대로 인도하려면, 사역자가 성경 암송도 더 잘해야 하고, 큐티도 잘해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자기 관리를 잘하게 된다. 더구나 훈련하느라 밤 10시,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게 되니 잡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내가 30대 때에 선배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오 목사, 나는 지긋지긋한 40대가 지나갔다.” 왜 이렇게 말씀하셨겠는가? 40대는 세상의 욕망에 노출되는 시기다. 요새는 50대도 위험하다. 체격이 좋아서 50대도 예전의 30대 중반의 몸이다. 그러면 유혹과 욕망이 가득한 거리를 어떻게 지나갈 수 있을까? 제자훈련을 통해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목양을 위해 밤낮없이 뛰지 않으면 이겨 낼 수가 없다. 애들이 언제 사고 치는가? 방학 때다. 그러므로 30~40대에는 거룩한 불철주야, 거룩한 전전긍긍(戰戰兢兢), 거룩한 아등바등으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사역자의 자기 관리다.
Q. 시대를 보는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주로 무엇을 하는가?
통찰력은 네 가지를 통해서 얻는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복음이다. 복음의 신선도를 놓쳐서는 안 된다. 둘째는 독서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기에 역사물을 주의 깊게 살피고, 미래 목회의 통찰을 위해 오는 시대를 예측하는 책들을 읽어야 한다. 셋째는 예술이다. 나는 그림이나 도자기를 보면서 통찰력을 얻는다. 특히 전시회 도록이나 연주회 소개 책자를 보면 시대의 신선한 언어들을 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연이다. 인생은 정원에서 돌이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주여, 후배 사역자들이 그야말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무장돼, 회복을 넘어 부흥으로 가는 견인차 역할을 감당하게 하옵소서.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하사 사역의 누수가 없게 하시고, 아직 최선은 오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며 주님을 섬기도록 붙잡아 주옵소서. 가정적으로 우환이 없게 하시어 제자훈련과 영혼을 섬기는 사역에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평탄한 환경을 허락하옵소서. 모두가 사랑의 팀워크를 이루고 거룩한 신선도를 유지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