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22년 04월

이어령 박사님을 천국으로 떠나보내며

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 세상을 떠났다. 이어령 박사님과는 여러 인연이 있다. 따님이었던 이민아 자매를 28년 전 미국에서 목회할 때 만났다. 자매는 나와 함께 제자훈련을 하고 순장으로, 집사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미국 LA에서 검사로 지역 사회를 섬겼던 자매는 목사안수를 받고, 2011년 사랑의교회에서 대각성전도집회를 인도했는데, 그때 880여 명이 결신하기도 했다. 

특히 고인이 기독교 신앙을 공언한 이후로는 더 깊은 영적인 교류가 있었다. 지난봄 암으로 투병 중에 계신 이 박사님을 김병종 교수님과 함께 만났을 때, 떠날 날을 예감하신 고인이 유언처럼 이야기하신 몇 가지를 소개한다.

“나는 기독교에 진 빚이 있다. 그 부채를 갚고 싶어서 몇 가지를 부탁한다. 첫째, 교회에 처음 온 분들을 위해 USB를 제작해서 선물하면 좋겠다. 기독교에 대한 반사회적 풍조 때문에 믿지 않는 분들이 교회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교회에 처음 온 분들에게 이어령의 무신론자를 위한 기도, 김병종 교수의 글과 그림 등을 넣어 예술 작품이 될 정도의 영상을 담은 USB를 제작해서 선물로 주면 좋겠다.

둘째, 주기도문에 대해 성도들이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안내하면 좋겠다. 일용한 양식만 구하면 ‘돌이 떡이 되게 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성도는 더 높은 것을 구해야 한다. 기독교는 빚진 자를 탕감해 주는 종교다. 주기도문에서 중요한 것은 영광이 아버지께 있다는 것이다. 이 기도를 하면 다른 건 알아서 따라온다.

셋째, 한국 교회가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이 돼야 한다. 아기 안 낳는 것처럼 반기독교가 없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완전히 극복해야 한다. 예전 왕실에는 아기 탯줄을 항아리에 담아 넣어둔 태함(胎函)이 있었다. 우리는 그보다 나아야 한다. 탯줄을 잘 모아 LED로 연결해서 깜깜한 방에 하늘의 별처럼 만들면 좋겠다. 생명의 별이 기록실이 되고, 100여 년 시간이 흐르면 하늘의 별처럼 축복이 될 것이다. 아기 탄생의 기적을 찬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생명 자본이 되면 좋겠다.”

이외에도 이 박사님은 내게 고인의 장례 집례와 이민아 목사 10주년 추모예배를 부탁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죄의 형벌이 아니며 육신의 장막을 벗고 영광의 궁전에 입성하는 것이다. 세상 시공의 벽을 지나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정욕은 지나간다. 에덴동산에서부터 첫 사람 아담을, 광야에서 예수님을 시험한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은 다 지나가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향하는 사람의 영혼은 하나님의 품에 영원히 거하는 것이다.

고인은 한국 사회와 문화에 지대한 선한 영향을 끼쳤다.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어떻게 사용하며 살아야 하는지, 사명자로서 일평생 누수 없는 삶을 사는 길을 보여 주고 떠났다.

언젠가는 모두 예외 없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까? 박사님처럼 떠난 자리가 더욱 아름다운 삶으로, 남은 자에게 복이 되는 삶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비석에 ‘그리스도만으로 설명되는 삶을 살았다’고 기록될 수 있는 삶을 살기 바란다. 이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온전한 제자의 삶의 진면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