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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복음은 동일하지만 시대에 따른 옷은 다르기 마련이다. 초대 교회 시절에 복음은 주로 말을 통해서 전해졌다. 중세 이후 복음은 인쇄된 글을 통해서 전해졌고, 오늘날에는 영상을 통해 전해진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는 복음의 시대성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경직된 전통이나 고착된 사고방식 속에서 하나님의 사역을 제한하는 우(愚)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시적이지만 주일예배를 온라인 생중계로 드리기로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한국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함께 모여 주일예배를 드렸음을 기억하며, 공동체가 한자리에서 주일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것이 내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이웃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며, 민족과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것도 마땅한 의무이기에 하나님의 선한 인도하심을 구했다.
중직자들과 교직원들을 중심으로 모인 본당예배를 생중계로 방송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께서는 시간과 공간에 결코 갇히지 않으시는 분임을 다시 한 번 체험했다. 온라인 생중계 예배를 드렸던 수많은 성도가 교회 게시판에 올렸던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모니터를 관통한 주의 임재”라는 제목의 글이다. “평소보다 더욱더 마음을 정결케 하기 위해 예배드리러 가는 듯 샤워하고 새 옷을 입고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의 예배를 통해 우리 가정에 찬양과 말씀이 울려 퍼짐을 복으로 여깁니다.”
“시공간을 초월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글에는 “주님은 이런 상황 가운데서도 시공을 초월해 은혜의 유무상통(有無相通)이 이뤄지게 하셨습니다. 처음으로 드리는 온라인 주일예배 가운데 주님께서 더욱 강하게 임재해 주셨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면의 여건상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1,700개를 훌쩍 넘는 글들이 올라와 있는데, 제목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통찰을 주는 글들이 많았다. “공예배에 대한 감사와 가정예배가 회복된 은혜”, “미래적 예배를 기대하게 됐습니다”, “은혜로운 온가족 가정예배”, “일상에서 예배 세우기”, “코로나로 인한 반전의 은혜”, “교회와 가정의 삶이 단일화되게 하소서”, “현재 진행형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 등의 글들을 볼 수 있었다.
온라인 생중계 예배를 통해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은 때와 장소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시는 분임을 깨달았다는 고백과, 공동체가 힘을 다해 드리는 공예배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깨닫는 시간이 됐다는 고백은 주일 공예배를 왜, 어떻게 목숨처럼 준비해야 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 주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기치 않게 마주하게 된 온라인 예배는 많은 목회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신앙적 인식과 복음의 시대성을 생각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베드로가 고넬료의 가정을 전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인간의 전통과 사고방식에 제한받지 않으시는 것을 깨닫게 하신 것과 같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생중계 예배마다, 그리고 이 사태 이후 모든 지체가 함께 모여 드리는 한국 교회의 모든 공예배마다 하나님의 쉐키나의 영광이 가득하기를 엎드려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