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25년 07월

공교회의 중요성을 알고 보호한다

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숲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덜 가본 길을 택하였다.” 신앙적 기로에서 전율(戰慄)처럼 떠오르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이다. 20대 청년 시절, 내수동교회 대학부를 이끌던 당시 구령의 열정과 선교적 비전을 가진 젊은이들은 거의 선교 단체로 가서 훈련을 받았다. 그때 밤낮으로 내 속에서 끊임없이 공명하던 질문이 있었다. “그럼 나는 왜 교회를 지켜야 하나?”

 

70년대의 한국교회는 교리는 있는데 복음의 능력이 약하고, 예배는 있는데 양육이 부족했으며, 행사는 있는데 생명을 거는 열정적 비전은 만져지지 않았다. 그래서 소위 교회 밖의 선교 단체인 패러처치(Para church)가 지역 교회의 약점을 딛고 엄청난 기세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나는 교회를 붙들었고, 패러처치의 강점을 교회에 이식하는 일에 전념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의 목회를 결정하게 된 목자의 심정에 기초한 교회론의 초석이 되었다.

 

제자훈련은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치우친 한국교회의 체질을 크게 변화시켰다. 특히 한 사람의 소중성을 강조하며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는 성경적 교회관을 실천하는 중추가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사람의 소중성’이라는 렌즈에 거친 결이 생기기 시작했고, 시대의 조류인 개인주의와 맞물려 공교회의 중요성마저 외면하는 초심의 왜곡이 일어나게 되었다.

 

“당신 한 사람이 교회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재차 강조하지만 그리스도의 몸에 붙어 있을 때 그 한 사람이 소중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과 밀접하게 관계되지 않는 한 개인의 영적 생명은 보장할 수가 없다. 나 때문에 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인 예수님 때문에 지체인 내가 존재한다. 내가 있어서 교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몸 된 교회가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오는 10월 27일에 열리는 WEA 서울총회는 공교회의 중요성을 고백한다. “성령님 안에서 참된 성도들과 교회와 그리스도의 몸의 연합을 믿습니다.” 이는 개인주의에 사로잡힌 서구 교회에 다시금 교회 공동체성의 회복을 일깨우는 선언이며, 개인의 소중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주님의 몸 된 공동체의 영광을 놓쳐 버린 독선적인 제자훈련에 대한 경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교회는 교회 건축과 관련해 큰 고난을 통과해 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랑의교회 평신도들은 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통과해 가며 공교회의 공동체성을 체득하게 되었다.

 

교회가 겪은 고난에 동참하면서 평신도들이 공교회의 중요성을 붙드는 신앙의 공동체성을 몸으로 배워 목양적으로 더 끈끈해졌다. 한 집에 모여 살면서 한솥밥을 먹지 않아도 얼마든지 영적 혈연으로서 깊은 유대와 지지, 공감과 신뢰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의교회 영가족”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처음에는 영적 가족으로서의 영(靈)가족, 그리고 그 의미가 확장되면서 영원한 가족의 영(永)가족, 영광과 고난을 함께하는 가족으로서의 영가족이 된 것이다.

 

10월 27일, WEA 서울총회와 더불어 ‘한국교회 섬김의 날’에 세계 교회와 한국교회에서 7천여 명의 복음주의 목회자와 사역자들이 모일 것이다. 이날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몸의 연합으로서 주님이 머리이신 교회의 찬란한 영광을 목도하며, 몸과 마음이 결속된 진정한 영가족이자 공교회를 수호하는 사명자로서 하늘을 울리는 *구천(九天)의 산상기도회를 드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