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지난 6월 말부터 한 달 동안 ‘복음의 서진’을 위한 유럽 제자훈련 사역 현장을 섬겼다. 영국 웨일즈에서 열린 제129기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를 시작으로 독일 본,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 그리고 네덜란드와 북유럽에 이르기까지 세미나와 설교, 강연이 이어졌다.
불볕더위 속에서 유럽의 여러 나라와 교회를 직접 바라보며 내 마음에 더욱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그것은 지금 유럽이 치열한 영적 전투 가운데 있으며, 이 전투를 이끌 영적 구심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세상은 마치 월드컵 결승전이 이미 끝났음에도,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서로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는 모습과 같다. 경기는 끝났지만 분노는 끝나지 않았고, 곳곳에서는 경고와 퇴장 카드가 난무한다. 가치가 충돌하고 공동체가 분열되며,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거짓인지조차 분별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대가 됐다.
이번 여정에서 특별히 마음을 울린 곳은 동유럽이었다. 여름 휴가철이 되자 서유럽과 북유럽의 많은 교회가 문을 닫고 거리가 텅 비었지만, 루마니아에서는 7월의 무더위에도 수천 명의 성도가 말씀을 사모하며 집회 장소를 가득 채웠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를 생각했다.
과거 공산주의 치하에서 겪었던 고난이 오히려 동유럽 교회의 믿음을 정금처럼 연단한 것은 아닐까. 고난이 그들의 충성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음을 향한 순전함과 헌신을 지켜 준 것은 아닐까. 하나님께서는 역사의 상처까지도 복음의 새로운 통로로 사용하고 계셨다.
이 모든 일이 순탄하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이 사역이 ‘영적 전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하나님의 일이기에 공격이 있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방해가 있다. 중요한 것은 공격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공격 가운데서도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충성은 모든 환경이 좋아졌을 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길이 막히거나 몸이 지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일어날 때도 부르심의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충성이다.
나는 지금까지 두 가지를 자주 강조해 왔다. “사람에게는 진심(眞心)을 다하고, 하나님께는 전심(全心)을 다하라”(Sincere Heart to People, Whole Heart to God). 이제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사역에는 충심(忠心)을 다하라”(Faithful Heart to Ministry).
사람에게 진심을, 하나님께 전심을, 맡겨진 사역과 가정에는 충심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각 나라에 남겨 두신 충성된 사람들을 찾아 서로 연결하고, 은사와 은사가 만나 거룩한 상승 작용을 일으켜야 한다.
이번에 유럽에서 CAL세미나가 성료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각 지역별로 마음을 함께하며 충성되게 준비된 ‘세 명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의 불꽃이 또 다른 사람의 심령에 옮겨붙고, 한 교회의 헌신이 한 나라를 깨우며, 한 나라의 부흥이 다시 유럽과 세계를 향해 흘러가게 해야 한다.
복음의 역사는 유명한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충성된 사람’을 통해 이어진다. 시대가 혼돈하고 영적 전투가 치열할수록 하나님께서는 화려한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찾으신다. 결국은 싸울 날을 위해 마병을 준비한, 마음 통하는 충성된 키 맨(Key man)이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사람에게는 진심을, 하나님께는 전심을, 맡겨진 사역에는 충심을 다하자. 그리고 마지막 날 주님 앞에서 이 한마디를 듣는 충성된 종이 되자.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마 2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