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5년 02월

비전이 흔들릴 때

발행인칼럼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담임목사

누구나 한 생을 살아가다 보면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앞으로 나갈수록 목표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고, 차가운 현실은 족쇄가 되어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은 역사의 중심이 되었던 인물도 예외일 수 없다. 피바람을 일으키며 10억 중국을 접수했던 모택동은 냉철하고 비정한 인물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런 사람조차 대장정(大長征)의 와중에서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치고, 동료들로부터도 외면당하였을 때, 그의 공산혁명의 꿈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심경을 나타낸 것이 「십육자령삼수」라는 시인데, 그중 한 구절이 “하늘이 무너지려 하는데 그 사이를 버티고 섰네”라는 절창의 시구로 표현되고 있다. 
목회를 하면서도 누구나 한두 번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위기에서 홀로 서 있는 듯한 경험을 갖게 마련이다. 간신히 산을 넘으면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역이 태산처럼 앞을 가로막는 다. 아무리 능력 있는 목회자라도 사역에 한 번쯤은 회의를 느끼고 철석같이 품었던 비전이 흔들릴 때가 있다는 말이다. 성경도 우리가 복음의 소망에서조차 흔들릴 수 있음을 말씀하고 있다(골 1:23).
비전은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다. 이것은 내가 20여 년 동안 사역을 하면서 느낀 실체적 사실이다. 오히려 내외적인 조그만 충격에도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 비전이다.
오늘 한국 교회에서는 비전이 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양태들이 교회마다 많이 나타나고 있고, 비전을 품은 사역자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자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대개 비전이 흔들리는 초기에 그것을 파악하고 바로 세우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품은 비전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있지 않다. 우리에게는 그런 능력도 없거니와 그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비전이 흔들릴 때,  초기에 상황을 파악하고, 바른 방향으로 끝까지 끌어가는 데 있다.
‘국가의 안보가 위태로울 때는 국가의 정보 기관이 사태의 초동진압에서 실패할 때’라는 말이 있다. 사역에서도 비전이 흔들리는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목회자나 교회가 적지 않다. 
비전이 흔들리는 것을 초기에 파악하는 세 가지 척도가 있다. 첫째는  기도의 내용이 달라진다. 내가 맡은 사역의 대상들의 기도 제목과 내용을 보면,  비전이 흔들리는지 여부를 알 수가 있다.
두 번째는 삶의 현장에서 은혜의 간증이 사라지는 것이다. 평범한 삶 가운데 은혜로운 간증이 메마르기 시작하면 비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성도들이 갖는 불만의 질을 보면 비전이 흔들리는지를 알 수 있다. 비전이 사라진 교회에는 다툼과 분열이 있을 뿐이다. 반면에 비전이 골고루 뿌리를 내린 교회는 웬만한 불만은 넘어갈 수 있는 관용과 숨은 헌신의 손길이 넘치는 특징이 있다.
비전을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강력한 리더십은 교회 리더십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에만 가능하다.
사역의 강력한 리더십이란 섬길 때 오는 것이며, 섬길수록 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올 한 해에도 비전에 대한 집중력 있는 사역을 통하여 교회의 영적 근력을 강화하고 교인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