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1년 02월

한 교회의 몰락이 주는 교훈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교회가 파산했다. 아니 교회도 파산을 하나?
2010년 10월, 미국 대형 교회의 원조로서 캘리포니아 관광 명소 중 하나인 수정교회가 파산을 신청했다. 로버트 슐러 목사가 세운 수정교회는 당대 사람들의 정서적 갈망을 채워주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사람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도록 돕기 위해 사역을 개발했다. 신학적 바탕 위에 세워진 목회철학이라기보다는 1960년대와 70년대를 풍미했던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단계이론에 근거해 모든 사람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운동에 편승한 것이었다. 슐러는 이런 심리학적 이론에 성경적이며 신학적인 옷을 입혀서 설교했고, 그의 메시지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아 수정교회는 교회 성장의 대표적인 모델 교회가 되었다.
그랬던 수정교회의 기부금이 24%나 감소하고, 550명이 넘는 채권자에게 진 빚이 5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에 이르게 되어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 물론 수정교회가 파산했다고 해서 슐러의 메시지가 오늘날의 교회에서 힘을 잃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그가 외친 메시지는 긍정의 힘이라는 또 다른 용어로 오늘도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외치던 슐러의 가르침의 결과가 주는 교훈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스틸 빔에 대형유리 만 장을 붙여 웅장하게 지은 건물은 파산을 부추겼다. 신축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위기를 만나 에너지 효율에 지극히 민감한 시기에는 버틸 수가 없는 건물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가장 최신의 프로그램으로 무장해서 시대적 흐름에 편승하는 목회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보여준다.
사실 수정교회의 몰락은 오늘을 살아가는 복음주의 교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복음주의는 교회 성장이라는 숙원 과업을 위해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28장 19~20절의 지상명령을 교회 성장이라는 구호로 대체해 숫자적 성장만 추구하다가 진정한 제자도를 잃어버리고 값싼 복음을 전하는 실수를 반복해왔다. 게다가 섬김보다는 권리를 주장하며 싸우는 이기적인 모습에다 지저분한 스캔들로 신뢰를 잃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나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역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거룩한 자존심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현대인들이 말씀 앞에 서는 것을 지겨워하고 힘들어 한다는 이유로 교회 안에 말씀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소그룹에서도 그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각자의 신변잡기를 나누다가 헤어진다. 가능하면 말씀을 나누고, 가르치는 일을 삼가라고 권면한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새로운 인식을 포기하는 것이 마치 새로운 시대의 문화를 따르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제자훈련은 한 사람을 끌어안고 해산의 수고를 하는 사역이다. 그만큼 껍데기가 아닌 속사람을 강화시키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제자훈련하는 교회라면 거룩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말씀에 깊이 천착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을 웃기려고만 하는 코미디 같은 설교로 복음의 메시지를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 말씀 앞에 진지하게 서서 고민하며 행동으로 실천하는 철저한 순종만이 교회의 살 길이다. 사사 시대와 같이 어둠에 묻힌 한국 교회가 본질을 회복하고, 제자훈련의 순도를 강화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래야 우리들이 섬기는 교회도 영적 파산을 피할 수 있다.